아내가 어머니의 파김치 맛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칠순 잔칫날
가족사진 한 장 찍는 소원을 이룬 어머니, 원자력 병원 암병동에
파를 심었다 불철주야 피주사로 콕콕 찔러 온몸에 파꽃을 심었다
둥근 파꽃이 툭 터진 실핏줄 멍울마다 파랗게 애린 파를 심었다
밭에 나가 팟단을 묶고, 발목을 묶고, 매운맛이 싫다는 아들에게
파김치를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를 기다리던 파꽃 하얗게 피던 날
어머니의 몸속 백혈구가 피를 말렸다 어머니가 밭에 머문 시간을
잊고 지냈을 자식들은 밤낮으로 오래 머문 그녀의 흔적을 뿌리채
뽑았다 팟단을 묶느라 오그린 무릎이 파열음을 냈다 내가 길고
튼실한 큰 파와 작은 파가 꼭 붙어 있는 쪽파를 사왔다 파김치가
아린 맛을 내는 봄이 될 때마다 아내는 파꽃을 피우는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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