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서서 알리거나 소개하는 일
그저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라 없이 지나려 했는데
한 줄 게시판에 은종복 선생님께서 써 놓은 글을 보고는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싶었어요.
지난 시간 함께 해왔고, 또한 앞으로도 함께 해갈 바끼통 분들께는
인사드리며 말씀드리는 게 맞겠구나 싶어
머뭇거리며 글을 씁니다.
책이 나왔어요. 출판사에서 얘기 난 지 일년 하고 열 달이 지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글과 그림, 사진들을 고르고 챙겨가며
꼴을 갖추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이라크 전쟁 관련해서 썼던 못난 글들,
부끄러움 투성이이고, 못난 글들이어서
저로서는 어디에 내 놓기 민망한 것입니다.
그저 이 전쟁과 함께 해 온 수많은 이들 가운데에서
약하고 어리석은 한 사람의 발가벗은 모습 정도가 되겠지요.
글 써서 사는 이에게는 한 권의 책이 새로 묶여 나왔다는 것이
분명 반갑고 고마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이야기를 쓴 것이 책이 되어 나왔다는 것,
그곳은 아직도 아픔이고, 갈수록 더한 아픔으로만 들고 있으니
책이 나왔다 하는 것이 무어 기쁠 것도, 축하니 뭐니 할 것도,
그렇다고 겸손을 가장하면서 은근히 뽐내듯 내보일 것은 더더욱 아닐 거구요.
출판사에서 챙기고 골라낸 글 원고를 받아
다시 교정을 보면서 순간순간 써 왔던 그 글들은
제 부끄러움을 확인하게 해 주었고,
지금도 답을 찾지 못한 채 해매이고 있는
제 안의 질문과 고민을 새로이 던져주곤 했습니다.
혹시 제 안으로 살아오는 그 질문과 고민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질 수 있는 질문이고 고민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나마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에
작은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앞머리에는 전쟁 발발 당시 바그다드에서 함께 지냈던
케이시 캘리 할머니(IPT 활동가, 광야의 목소리 설립)와 살람 아저씨가 지난 6월에 써 주었고,
책 안에는 2003년 이라크 활동을 하던 때 김중미 선생님이
전해준 편지들이 함께 묶여 있습니다.
김중미 선생님의 편지글은 그저 급박한 상황에서 한 후배에게 전하는 걱정의 편지를 넘어
선생님 스스로 그 동안 누구보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곁이 되어 살아오면서
가꾸어온 평화의 메시지였습니다. 교정을 하는 내내 다시 읽고, 새로 보아도
바닥부터 거듭 마음이 씻기워지는 기운을 주곤 합니다.
다른 건 다 덮어두고라도 김중미 선생님 글만큼은 정말 많은 분들께
맑은 평화의 거울이 되리라 생각해요.
저도 엊그제가 되어서야 책이 되어 나온 그것을
우편으로 받아 집에서 보았는데
어느 한 부분 그대로 나가서는 안 될 편집의 실수가 있어
한 권 한 권 수정을 다시 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벌써 책방에도 나갔나 봐요.
바람이라면 그저 그 글들을 모은 책이 지금도 전쟁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 앞에
죄를 짓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첫댓글 그래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살육을 보는 것은 참 가슴 미어지는 일이지요. 그러니 그 일을 책으로 엮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 그 아픔을 같이 나눠요. 이 책을 읽고 이라크에서 일어난 학살을 잊지 말아요. 맑은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어른들 돈 욕심에 아파하고 죽어 가는 아이들을 어찌 잊겠어요.
이런 진지한 홍보글을.... ^ ^
ㅎㅎ;;;
고생했다..잘지내고 있는거지?탁발도보순례를 한다고 또힘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