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어린 시절의 겨울은 매섭게 추웠었다.
처마 끝에는 한겨울 내내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얼어 달라붙을 정도였었지.
동네 언덕배기에서 연을 날릴 때면,
찬바람이 매서워
볏집가리 양지쪽으로 몸을 낮춰야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이드니,
찬 기운에 내성이 생겨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었었다.
혹자는
자동차, 공장이 많아지면서 공해가 심하여
‘지구 온난화’라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 하는데.
하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많이 왔었고,
늦 겨울까지 찬바람도 많이 불었지.
그래도 세월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는 가보다.
우수가 되니
강 얼음도 녹아 물은 다시 흐르고,
다스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엊그제 3월6일은
경칩.
개구리가
한 겨울 내내 땅속에서 지내다가
봄이 온 것을 알고 깜짝 놀라 깨어 나온다는 절기이다.
경칩에는
흙일(토역, 土役)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고,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단다.
또한,
보리의 싹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고,
단풍나무나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기도 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개구리 알, 도롱뇽 알이 몸에 좋다고 하여
알 낳은 곳을 찾아다녔다고 하는데,
요즈음은
한겨울에 잠자는 개구리도 깨워서 먹는 세상이니...
우리네 사람들은
건강해 지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다는 것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을 제일로 아는가 보다.
아무튼,
이 때 즈음되면,
집집마다 장을 담그는데,
겨우내
천장에 매달아 말려 두었던 메주를 꺼내
깨끗한 물에 씻은 다음,
장독의 소금물에 담그고 나서, 참숯과 말린 빨간 고추 서너개를 띄워 놓는다.
또한,
밭에 거름을 쳐서,
씨 뿌리고, 농사지을 준비를 하는 것도 경칩 때 즈음이라 한다.
자!
우리 친구들!
봄기운 완연하니,
장 담구고,
농사지을 준비 하자구!
에헤라~
이산 저산에 꽃이 피고,
처녀 총각은 사랑을 속삭이는
봄이로구나. 봄! 봄!
경칩이 되면,
땅속에 한겨울 내내 동면하던
벌레들도 꿈틀거리고,
개구리도
커다란 두 눈망울 꿈벅거리며
봄 햇살 맞으러 기어 나온다.
얼마전에
‘올챙이송’이란 것이 유행했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
꼬물꼬물 헤엄치다 ♪~♬~~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엔 물속에서 살고,
개구리가 되면 뭍에서 살아가기에
말 그대로
양쪽에 산다하여
‘물뭍동물’ 또는 양서류(兩棲類)라 부른다 한다.
우리 어린시절.
오뉴월이 되면,
시골 논에서는
개골! 개골!
개구리 울음소리를 흔하게 들었었다.
이때 즈음 되면,
두 마리의 개구리가 서로 안기고, 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덩치 큰 안기고 있는 개구리가 암놈이고,
암놈의 등짝에 올라가 있는 덩치 작은 놈이 수놈인데
암놈을 앞발로 줄기차게 꼬옥~ 껴안고 있다.
암놈을
단지, 껴안고만 있을까 하고 의심할지 모르나,
개구리 수놈은
껴안고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암놈을 세게 끌어안아 암놈을 흥분되게 함으로써
알을 낳게 만드는 것이라 한다.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수놈은 알 위에 정자를 뿌려서 수정시키는
체외 수정을 한다고 하는데.
아무튼,
숫놈 개구리의 포옹 능력은
봄은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생동의 계절이요, 청춘의 계절이라 한다.
그래서
고대 로마에도
2월 보름에 남녀를 짝지어주는 사랑의 축제일이 있었고,
근래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코렛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도 2월 14일.
봄이 오는 길목에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도 예로부터
발렌타인 데이와 비슷한 날이 있었다하는데,
바로 경칩일이 그렇다 한다.
이 날.
선남선녀들은
은행나무 씨앗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였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는데.
암나무 잎은 가운데가 오목히 들어가 있고,
수나무 잎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네.
혹자는
날씬하게 빠진 모양이 수나무이고,
아줌마 몸매처럼 펑퍼짐하게 옆으로 가지가 퍼진 것이 암나무라 하기도 하고.
또,
은행 껍데기는
세모 난 것이 수은행이요, 두모 난 것이 암은행이라 한단다.
아무튼,
은행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있어야
사랑이 오가서(수정이 되서) 은행열매를 맺게 되는 데,
그렇게
은행나무처럼 마주보며 다정한 사랑의 열매를 맺으라는 뜻에서
남녀간에 은행씨앗을 주고 받았다 한다.
또한,
날이 어두워지면.
처녀 총각들은 2부 행사로
동구 밖의 암수 은행나무를 돌면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우리 선조들이 봄을 맞아 남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한
‘다정가(多情歌)’ 한번 들어 볼까나.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三更,오밤중)인데
일지춘심을 자귀(새의 종류)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病)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