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치러진 풍기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농협설립 40년 이래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등록하면서 선거 기탁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후보자가 많다는 것은 조합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도 있으며 또, 많은 후보 중에서 적임자를 선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보가 난립할 경우 적임자를 고른다는 잇점보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이 수익자 부담원칙을 벗어나 고스란히 조합부담으로 남는다는 점 때문에 기탁금 제도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후보자의 난립과 선거과열을 방지하고 입후보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후보자등록신청시 대통령선거 5억 원, 국회의원선거 1천 500만 원, 시·도의회의원선거 300만 원, 시·도지사선거 5천만 원, 자치구·시·군의장 선거 1천만 원,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200만 원 등 일정액의 기탁금을 기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가 당선 또는 사망하거나, 일정 정도의 득표를 하면 전액 또는 반액의 기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농협 조합장 선거는 이같은 규정이 없다. 다만, 농협협동조합법과 정관에 따라 조합장 선거 입후보자들은 ▶선전벽보의 부착 ▶소형인쇄물의 배부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의 개최 ▶전화·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지지호소 등 선거운동 방법만 규정하고 있다.
풍기농협 조합장 선거는 선거공보 및 소형인쇄물 발송과 전화·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지지호소 등의 방법으로 선거가 치러졌으며 지난 5월 6명의 후보가 출마해 치러진 영주축협 조합장 선거는 선거 공보와 합동연설회 등 두 가지의 선거운동 방법으로 조합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처럼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출마 후보자들의 인쇄물 제작비만 제외하고 풍기농협은 1천 895만 원, 영주축협은 2천 227만 원을 지출해 후보자 등록에서 당선증이 나가기까지 투개표 종사원 등 선거인력 인건비를 비롯한 모든 선거비용이 전액 조합예산으로 지출되고 있다.
운동기간 중에는 후보자마다 4~5명의 단속반원이 카메라 등의 장비를 갖추고 24시간 후보자를 밀착 감시하고 있는 부정선거 감시단이 국비(별도 예산 300여만 원)로 운영되고 있고 투표소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이처럼 후보자가 난립하는 주된 원인은 연체가 없는 조합원으로 기본출자(조합마다 약간씩 다르나 25만 원 선)이상이면 자격이 주어지는 출마자격 완화도 문제지만 개인 홍보물 비용을 제외하고 출마자가 부담하는 돈이 전혀 없다는 것도 커다란 주요원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합원 권모(56. 봉현면)씨 등은 “조합원들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다져온 조합의 내실이 후보자 난립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공탁금을 돌려주는 득표율(10% 정도)을 낮게 잡더라도 공탁금제도를 도입해 후보자 난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김모(62. 풍기읍 성내리)씨도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고 있다”며 “이 모두가 제도의 헛점이 일궈낸 합작품”이라고 비난했다.
2005년 7월부터 선거관리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영주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농협 조합법에 기탁금 규정이 없어 후보난립을 부추기는 측면이 많다”며 “현재로선 후보자가 많더라도 미리 제공된 후보자 정보를 꼼꼼히 살펴 조합을 이끌 적임자를 선출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30년을 농협에서 근무한 정모씨(56)는 “조합장 선거가 후보자 난립으로 과열될 경우 과다 지출되는 선거비용과 후보자 간의 갈등으로 조합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며 “후보자 난립과 선거과열을 방지하고 입후보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탁금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