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곳에서는 변강쇠가 중에서 두 대목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창(唱)을 하신 분은 박동진 선생님이고 고수는 주봉신 선생님입니다.
▶ [변강쇠가]는 [가루지기타령]이라고도 합니다.
[변강쇠타령]은 남도에 사는 천하 양골 변강쇠와
황해도에 사는 천하 음녀 옹녀의 이야기죠.
변강쇠와 옹녀는 성애만을 추구하다
자기 동네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는데,
이들은 중간에서 만나 부부가 됩니다.
처음에는 도시 살림을 해보지만, 강쇠가 놀기만 일삼고
강짜만 부리기 때문에 살지 못하고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지요.
그곳에서도 놀기만 일삼던 변강쇠는
장승을 베어다 때고는 장승 동티가 나서 죽습니다.
변강쇠를 치상하는 과정에서 치상한 후에 옹녀와 살기로 하고
변강쇠를 치상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땅에 드러붙는 변괴가 생기죠.
그러나 사당 거사패들과 뎁득이가 지성으로 귀신에게 빌어
붙었던 궁둥이가 떨어져 치상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 옹녀가 강쇠에게 사정하는 대목 (대본 보기)
[ 아니리 ]
여자가 견디다 견디다 못 견디어 (창조) 하루는 강쇠를 잡고 통사정을 허는디,
[ 진양조 ]
"여보 낭군 듣주시오. 여보 낭군 듣주시오. 인생만민필수직업 사람마다 녹이 있어,
앙사부모 하육처자 넉넉허게 산다는디,
낭군 팔자 생각허니 어려서 못 배운 글 지금 공부를 헐 수가 없고,
손재주가 없었으니 목수질 헐 수가 없고, 밑천 한 푼 없었으니 장사 노릇도 헐 수 없고,
다만 낭군이 헐 일은 날일밲이 또 있소이까. 이 산중으 살자고 허면은,
산전을 많이 파서 담배 갈고, 두태 심고, 비나무 갈퀴나무 물거리 장작을 모두 다 헤서,
집에도 때려니와 짊어져다가 팔게 되면,
부모 없고 자식 없는 단 두 부처 우리 부부 살림이 넉넉헐 것인디,
건장헌 저 신체가 날마다 하는 짓은, 낮에면 낮잠만 자고 밤만 되면은 그짓이니,
굶어 죽기는 고사하고 우선 얼어서 죽을 테라. 오늘부터는 지게를 짊어지고서 나무나 좀 해다가 주시오."
* 옹녀가 강쇠에게 사정하는 대목 (낱말 풀이)
1. 듣주시오 : 들으십시오.
2. 인생만민필수직업 : '천생만민필수지직'의 잘못. 하늘이 모든 사람을 낼 때 반드시 그 직업을 줌.
3. 녹 : 벼슬아치에게 봉급으로 주던 쌀·보리·명주·베·돈 따위. 여기서는 '먹을 것'이란 의미로 썼음.
4. 앙사부모 하육처자 : 부모를 우러러 모시고, 아래로 아내와 자식을 기름.
5. 날일밲이 : 날일밖에. 하루하루 품삯을 받고 하는 일밖에.
6. 산전 : 산에 일군 밭.
7. 두태 : 콩.
8. 비나무 : 비로 쓸어서 모은 나무.
9. 갈퀴나무 : 갈퀴로 나무의 낙엽 등을 긁어서 한 땔감.
10. 물거리 : 잡목의 끝가지로 된 땔나무.
11. 부처 : 남편과 아내.
☆ 강쇠가 나무하러 가는 대목 (대본 보기)
[ 아니리 ]
변강쇠가 듣고 '허허허허' 웃더니마는, 참말로 허망허시.
호달마가 늙으면 왕십리에서 똥 퍼서 거름 날르고,
기생이 늙고 돈 못 벌어놓으면은 길거리에 앉아서 막걸리장사 한다더니마는,
날같은 오입쟁이가 거 나무 지게 진다는 말이,
이게 웬 말이냐 응? 불가시문이면 어타인이라.
자네 말이 그러허니 내가 나무하여 옴세.
"변강쇠가 나무를 하러 가는디,
도복 입고 관 쓰고 갔다는 말은 발간 거짓말이렸다.
제 집이 근본이 없고,
장판에서 빌어쳐먹던 놈이 그런 것이 있을 수가 있냐. 채린 복색대로 가는디,
[ 중모리 ]
통영갓에 망근 쓰고, 한산 모시 소창의와 곤때 묻은 삼승 버선을 맵시 있게 잡아매고,
낫과 도끼 들게 갈어서 지게에다 달아매고,
지게를 번쩍 들어 왼 어깨으 드러메더니, 긴 담뱃대를 입에다 물고 나무꾼들 모인 곳으로 완보행차로 걸어간다.
[ 아니리 ]
그래도 변강쇠가 이래봬도 화방 퇴물이라, 목구성이 남과 달러서 이놈이 노래를 한 마디 하고 들어가는디, 꼭 이렇게 허것다.
[ 중중모리 ]
"태고라 천황씨는, 태고라 천황씨는 목덕으로 왕을 허시니, 오행 중의 먼저 나 나무 덕이 제일이다.
천지간 삼황시절 일만팔천 살을 살었는디,
내가 그 때 났더라면 그 얼마나 좋았을까.
유소씨 구목위소 근들 아니 좋았으며,
수인씨 교인화식 일이 점점 생겼구나. 일출이작 요순시절 어찌 편타 하겄는가.
주나라·하나라·은나라가 풍운이 일어나서 갈수록 일이 생기니 불쌍헌 게 백성이요,
일 년 사철 놀 대 없이 손톱 발톱 잦혀지게 불승기한헐 수 없네.
밤낮으로 벌어봐도 불승기한헐 수 없네. 이 내 팔자 생각하니 남보다는 더욱 좋다.
고운 의복 좋은 패물 호사도 많이 허고,
이쁜 여자 좋은 술에 잡기로써 벗을 삼아 세월 가는 줄을 모르더니만,
층암절벽 궁벽산에 다리 아파 어찌 가며,
가시넝쿨 억새풀이 손 아퍼서 어찌 비고.
나무하여 한 짐 되면 어깨 아퍼서 어이 지고.
무인지경 이 산중으 심심허여 어이 갈까."
이렇듯 탄식하며 정처 없이 가는구나.
* 강쇠가 나무하러 가는 대목 (낱말 풀이)
1. 허망허시 : 어이없고 공허하네.
2. 호달마 : 중국산의 좋은 말.
3. 불가사문이면 어타인이라 : '불가사문어타인'의 잘못. 다른 사람에게 들려달라고(말해 달라고) 할 수 없다. 곧,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말.
4. 옴세 : 오겠네.
5. 발간 : 빨간.
6. 장판 : 시장판
7. 통영갓 : 통영에서 나던 질이 좋은 갓
8. 망근 : 망건
9. 한산 모시 : 충청남도 한산에서 나는 질 좋은 모시.
10. 소창의 : 바지 저고리 위에 입던 옷. 길이가 길고 소매가 좁은 남자 두루마기의 한 가지. 상민들의 웃옷이었으며, 사대부들은 외출할 때 이 위에 다시 중치막을 입었음.
11. 곤때 : '아주 오래 묵은 때'인 듯
12. 삼승 버선 : 삼승으로 만든 버선. '삼승'은 몽구에서 나는 무명의 한 가지. 여기서는 '삼승포'인 듯. '삼승포'는 예순 가닥의 올로 짠 성글고 굵은 베임.
13. 완보행차 : 느린 걸음으로 길을 감.
14. 화방 : 기생집.
15. 퇴물 : 어떤 일에 종사하다가 물러앉은 사람.
16. 천황씨 : 중국 최초의 왕으로, 덕으로 세상을 다스렸으며, 1만 8천 년을 살았다고 함.
17. 목덕 : 총명예지와 인의·예·지의 다섯 가지 덕을 오행으로 형상화한, 우주만물에 그 힘이 미친다는 임금의 덕.
18. 삼황시절 :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세 임금. 천황씨·지황씨·인황씨. 또는 수인씨·복희씨·신농씨. 또는 복희씨·신농씨·황제의 여러 설이 있음.
19. 유소씨 : 새가 보금자리를 만들어 사는 것을 보고 사람에게 집 짓는 법을 가르쳤다는, 중국의 전설적인 임금.
20. 구목위소 : 나무를 얽어 집을 지음.
21. 근들 : 그것인들.
22. 수인씨 : 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중국의 전설상의 임금.
23. 교인화식 : 사람들에게 음식을 익혀 먹는 법을 가르침.
24. 일출이작 : 해가 뜨면 일어나 일을 한다. 요순 시절에 백성들이 불렀다는 <격양가>의 한 구절.
25. 편타 : 편하다고.
26. 풍운 :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사회 정치적 사변으로 인해 일어나는 어지러운 정세를 비유하여 일컫는 말.
27. 잦혀지게 : 뒤로 기울어지게. 뒤에 '벌어봐도'가 빠졌음.
28. 불승기한 :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지 못함.
29. 호사 : 호화스러운 사치.
30. 잡기 : 투전·골패 따위 잡스러운 여러 가지 노름.
31. 궁벽산 : 외따로 떨어져 구석지고 으슥한 산.
32. 비고 : 베고.
33. 무인지경 :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