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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를 새로 마련하고 연일 체감온도 30도를 넘는 삼복더위다.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목이다. 침구류집 간판에 개업기념 대폭세일이라는 글자가 유달리 크게 보인다. "여보! 저 집에 한 번 들어가요" 쉽게 내 뜻에 따라주는 남편이 고맙다. 눈으로도 시원해지는 풍기인견침구류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촉감 역시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이다. 더우기 50년이 되도록 덮은 삼베이불도 너덜너덜해져 조각내어 사용한 지도 오래된 터라 인견이불에 마음이 빼앗기기도 했지만 대폭 할인이라는 가격이 더욱 구미가 당긴다. 내 마음을 송두리채 유혹하는 홑이불과 패드를 당장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조바심이다. 권하는 아주머니도 "이런 기회때 작만하세요. 소비자들은 거의 반값으로 사시는 거에요." 남편의 표정도 은근히 사고 싶어하는 눈치다. 침구세트를 흥정한 후 주위를 둘러보니 초록무늬의 원피스가 또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옷도 한 번 입어보세요" 못이기는 척 "입어 보고 안 사도 되죠?" "그럼요 입어본다고 다 사나요?" 남편도 거든다. "당신 사고 싶으면 사시오" 하여 원피스까지 사들고 나오려니 마음은 이미 하늘을 훨훨 나는 한 마리 새가 된다. 와르르~폭풍감사가 절로 절 쏟아진다. 새 이부자리를 덮어 본 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낡은 삼베 이불에게 안녕을 고하니 문득 이부자리만큼은 최상으로 사용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삼분의 일을 잠자는데 그것도 부부가 사용하니 옷 보다 침구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그 말이. 초저녁 자리를 펴고 벌렁 누워보니 감촉이 아~ "여보! 이리와 보세요 어서요" 방울새 지저귐이 이렇게 행복할까 싶다! 오늘 새벽 산행하며 극성스런 산모기에게 헌혈한 자국의 가려움증도 달아나는 듯 상쾌하다. 쾌적한 이부자리가 주는 감사가 요둉치는 하루다. 맴맴 매미소리와 개골개골 개구리의 노래를 벗할 수 있음이 또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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