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중이던 글이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순식간에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성질을 꾹 참고 다시 글을 작성하려니 글이 자꾸 짧아집니다.
ㅠ.,ㅠ
섭국(8천원)/양양 '담치마을'
한창 때는 한정된 시간과 비용 내에서 효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가능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는 빡센 여행을 즐겼었습니다.
그러다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여행마다 테마를 정하곤 그 테마에 맞춘 이야기가 있는 여행에 심취했습니다.
요즘은 한 지역을 정하곤 마치 그 지역의 주민인냥 행세(?)하며 다니는 느긋한 여행을 즐깁니다.
설렁설렁 다니며 쇼핑도 하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 들어 가서 밥도 먹고,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면 멍 때리기도 하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배가 고픕니다.
이럴 때 양양군민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시각은 점심 때입니다.
아무래도 차를 타고 이동을 하기 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겠죠?
양양군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제법 넓습니다만
실제로 읍내라 할 만한 번화한 구역은 걸어다녀도 될 정도입니다.
갑판장은 자전거가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닙니다. ^^
암튼 양양군청을 중심으로 휘적휘적 걸어 다니기 편한 식당 중에 '담치마을'도 있습니다.
'다음 지도'에서 '자동차길 찾기'를 이용하여 거리를 재보니 군청과의 거리가 345m입니다.
'담치마을'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담치(섭)'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 몇 종을 내는 음식점입니다.
담치는 홍합입니다.
섭은 강원도쪽 동해안 사람들이 그 지역 앞 바다에서 나는 (자연산)홍합을 일컷는 말입니다.
갑판장이 아는 바로는 양양의 섭국은 강릉의 우럭미역국이나 삼척의 곰치국에 비견될 수 있는
양양의 지역색이 흠뻑 묻어나는 해장국입니다.
그러다 보니 섭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양양에는 여러 곳 있습니다.
섭을 이용한 음식은 섭국과 섭죽,섭지리 등이 있습니다.
타지역에서 여행을 오신 분들이라면 고추장을 풀어 얼큰, 짭잘, 개운하게 끓여낸 섭국보다는
고소한 섭죽이나 개운한 섭지리가 입맛에 더 맞으실 겁니다만 그래도 이왕 양양에 오셨다면 섭국을 드실 것을 권하겠습니다.
섭지리나 섭국은 집에서도 쉽게 조리해 드실 수 있는 음식이니 말입니다.
강원도 해안가에서는 탕이나 국을 끓일 때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을 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섭국도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과 간을 맞춥니다.
전체적으로는 주재료로 섭을 넣었을 뿐 원주식 추어탕과 비슷합니다.
식탁에 후추가루와 재피(초피)가루가 놓여 있으니 식성에 따라 넣어 드셔도 됩니다.
좀 특이한 것은 이 집에서 내놓는 초피가루의 색깔입니다.
일반적으로 초피가루는 초피열매의 겉껍질만 갈아서 쓰기 때문에 갈색을 띄기 마련인데
이 집에서 내놓는 초피가루는 녹차가루로 착각을 할 만큼 녹색을 띄고 있습니다.
열매의 겉껍질 외에도 잎을 함께 갈아 넣으면 녹색을 띄는데 이 경우 초피 고유의 알싸한 맛과 향이 순해집니다.
바닷가를 낀 지역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간이 세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딱 한 번 먹어보곤 그 식당의 간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암튼 그 한 번의 식경험으로는 담치마을의 섭국은 싱겁게 먹는 갑판장 기준으로 간이 셌습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갑판장은 반드시 간을 약하게 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드릴겁니다.
빈 그릇
헌데 섭국에 딸려 나온 김치를 포함한 7종의 찬들에선 간이 세다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하나 하나 헛으로 나온 것이 없이 정갈하게 나온 것이 보기에도 좋았고, 맛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 텃밭을 일군 솜씨나
식당의 안팎을 단정하게 꾸민 솜씨에서도 쥔장의 성품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이런 쥔장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믿고 먹을 만 하다는 게 갑판장의 의견입니다.
<갑판장>
& 덧 붙이는 말씀 : '담치마을'에선 섭죽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면 반드시 최소 1시간 이전에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답니다.
첫댓글 앞으로 종종 올려주실 양양 식도락 방문기 기대하겠습니다^
'기대해도 좋다'에 한 표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