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해야 할 김여사의 처신

[녹림처사]

◈ 자중해야 할 김여사의 처신 ◈

이미지를 전달하는 사진은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뇌리에 잊히기 힘든 잔상을 남기지요

흰 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마포대교에서 제복 입은 경찰들에게

지시 내리는 듯한 김 여사,

그러고는 사회봉사, 추석 영상에 등장한 뒤 2박 4일의

대통령 체코 순방에 동행했어요

추석을 전후해 공개된 김건희 여사 일정은 잘 하려고 나온 거겠지만

공식 행보를 재개한 시점도, 모양새도 적절치 못해 도리어 역효과를 냈지요

그동안 윤 대통령 부부는 ‘이미지 정치’에 성공적이질 못했어요

마포대교행에 대해 대통령실은

“자살 관련 행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왔다”며 진정성을 봐달라고 했지요

실제로 김 여사는 작년에도 자살 시도자 구조 경찰관들과 간담회를 가졌어요

이번처럼 부정적 반응을 야기하지도 않았지요

제복 입은 경찰을 만나는 자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경청했어요

올해는 명품 백 수수 영상이 폭로되고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았지요

잘못을 직접 사과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몇 달 만에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사과했어요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나오고 공식 일정을 재개하자

거침없이 나타난 것처럼 비춰졌지요

‘원전 외교’를 내세운 체코 순방은 2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어요

대통령 혼자 다녀왔다면 ‘일하는 대통령’의 ‘비즈니스 출장’으로

각인됐을 것이지요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해외 순방이 가장 많았던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어요

부인 김윤옥 여사는 절반만 동행해 이런 잡음이 없었지요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해외 순방이 잦았고

비용도 많이 썼어요

해외 순방마다 김 여사 손잡고 동행했지요

하지만 엑스포 유치 실패로 해외 순방의 성과가 의문시되면서

거부감이 높아졌어요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 여당 후보 측 인사가

“대통령 부부가 손잡고 비행기 트랩 오를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읍소하는 걸 들었지요

눈치 없이 그 장면을 되풀이했으니 부정적 이미지를 보탰어요

아직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넘게 남았고 중요한 국정 과제는 쌓여있지요

하지만 국정은 뒷전인 채 정치판이 ‘기-승-전-김건희’가 되어가고 있어요

10월 국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김 여사를 둘러싼 기획성 폭로가 쏟아지고 있지요

‘탄핵의 맛’을 본 야당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지요

사실 지난 2년 반은 대선 연장전 같은 상황이었어요

이재명 리스크와 김건희 리스크가 드러난 2022년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지요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로 신승했지만 야당과 좌파 진영은

심리적 불복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요

이재명 방어를 위해 ‘검찰 독재’ ‘대통령 탄핵’ ‘계엄’ 같은

험악한 단어를 남발하면서 윤 대통령을 흔들고,

김 여사를 집요하게 공격했지요

여성 혐오를 부채질해 김 여사가 과도하게 악마화된 측면이 적지 않아요

하지만 김 여사 스스로 경력 허위 기재와 표절 의혹,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불거져 대선 전 사과하러 나왔을 때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던 말만 지켰어도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지요

아니, 붕 뜬 마음에 아버지 고향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하고

선물 받은 ‘함정 몰카’ 영상이 뒤늦게 폭로된 작년 11월 이후라도

딱하다 싶은 ‘처분’을 자처했더라면 민심은 누그러졌을 것이지요

윤 대통령 성격상 부인 문제 언급을 기피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김건희 여사가 권력 서열 1위’라는 둥 터무니 없는

소문이 나돌았지요

‘9·10 마포대교 행보’는 그 루머를 기정사실화하는 이미지로

비쳐지기 십상이었어요

하지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영부인이 누리는 권력 떡고물은

사실 대통령이 제대로 기강 잡으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어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이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인데

반지성주의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도 했지요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로 체제를 갖추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 이전의 규범이라는 연성 가드레일이 탄탄하게 떠받쳐야 하지요

대통령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로 자꾸 논란을 자초하는 부인에

좀더 엄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요

김 여사 스스로도 “두렵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던

3년 전 그 사과 발언을 되새겨 봤으면 좋겠어요

자중하고 또 자중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