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강석의 “시간 전당포” 도서출판 물망초간, 2019. 6.14.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단법인 물망초의 소식지를 통해서였다.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그때 담당자가 없어서 이에서 구입하지 못하고
교보문고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했다. 받자마자 나는 하던 중요한 집필을 중단하고 3일간 밑줄을 그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여행, 납치, 탈출의 세 파트로 되어 있고, 저자의 프롤로그(서문)와 에필로그(마치는 글). 작가의 글이 붙여진 401쪽의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읽는 시간에 있어서는 단편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삽화는 표지와 목차 부분에 맨 뒤 장에 활짝핀 노란 꽃과 빨간 꽃이, 피어날 세 송이가 그려져 있다. 이는 물망초의 그림으로 여겨진다.
주인공은 강시우와 한재희다. 이 소설은 시우와 재희가 남산도서관에서의 세 번째 데이트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당포는 시우의 할아버지(강영철)가 운영한다.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에 어머니의 권유로 서둘러 결혼하고 전쟁터에 나갔다가 납북되었다. 할아버지는 북한의 사상의 용광로라고 하는 함경도 북단 삼수갑산의 검단광산에서 갖은 고초를 겪다가 탈출해서 남산 밑에서 전당포를 성실하게 운영하며 살았다. 시우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가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시우도 국군으로 나가 전역했다. 3대 군인가족이었다.
재희는 고아원에서 자라 같이 큰 사람들을 가족으로 생각하며 그들을 정성껏 보살피는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성실하여 주인으로부터 대단한 신임을 받는다. 그는 약대를 다니고 있었다.
시우와 재희는 용산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음식점에 가서 생일이라고 해서 머리에 꽃을 꽂아 주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시우는 할아버지 전당포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우는 어느 날 아침 일찍 가게에 갔을 때 할아버지가 괴한에게 칼을 맞았으나 시우의 덕분에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살해를 모면했다. 시우는 할아버지로부터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간간히 듣었다.
시우와 재희는 방학을 이용하여 해외로 캠핑 여행을 가기로 했다. 신의주에서 압록강 건너 중국과 국경무역을 하는 단동에 갔다가 납치되었다. 함께 납치된 사람으로는 단동의 포장마차 술집에서 자리를 같이한 두 사람이 더 있었다. 한 사람은 북한 관련 특종 기사를 취재하러간 동아일보 및 YTN 기자 안영민, 자진 입북하려고 이곳을 찾은 조총련계의 조철구가 있었다. 네 사람이 납치되어 안주의 사상전환소로 끌려가 세뇌교육을 받는다.
사상전환이 어렵다고 파악된 세 사람은 오지의 탄광 광부로 끌려가 굴의 막장까지 가서 극한의 노동을 혹사당한다. 재희는 그들을 납치한 사람의 집에 가게 되었다. 납치한 사람의 아버지가 북한의 중장인데 김정은에게 불려갔다가 변을 당해 집에 돌아와 숨이 끊어진 상태에서 재희의 인공호흡으로 살아나 그 집의 신임을 받는다. 그 집의 아들은 남한으로 밀파되어 유흥가에서 마약을 판매하여 많은 달라를 챙겨 가지고 삼척항을 통해 월북하려다가 트럭에 치어 사망한다.
시우는 한영민, 조철구와 함께 탄광에서보다 더 고된 검덕광산으로 옮겨졌다. 시우는 그 곳에서 '강영철'이라고 새겨 놓은 할아버지의 글씨를 찾아낸다. 그 감시원 노인은 할아버지와 함깨 근무한 국군포로였다. 이런 사연으로 두 사람은 가까운 관계를 가지게 되어 그와 그의 딸과 함께 탈출을 하게 된다.
심양에서 비행기로 돌아오다가 도착 직전에 할아버지와 통화를 하여 두 사람의 오해를 풀게 된다. 국군포로인 10만명을 정전협정 시에 북한 당국이 숨기기 위해 광산 노동자로 편성한 내역을 소상하게 서술하고 있다.
재희는 10년 만에 북한 대표단으로 오면서 98세의 국군포로를 모시고 탈북해서 시우를 만난다는 데서 스토리는 끝난다.
이 소설은 북한의 모순과 정치운용, 사회 구조, 경제상황 등을 슬며시 비치고 있고 남한의 역대 정권에서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고발하고 있다. 시간은 끊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시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한이 추락하고 있음을 에필로그에서 심리학적인 이드를 동원하여 멋지게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속되는 사랑을 재희와 시우를 통해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소설의 연결고리는 가족, 국가, 사랑 등이다. 가족은 동양문화의 큰 속성이다. 가족은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기초이다. 북한에서의 국가의 힘은 최고 집권자의 일인 지배체제 속에서 공산당원의 자의적인 명령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은 인간이 의리와 어려운 고비를 지탱해주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비록 소설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많은 점에서 역사적 사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탈북자(북한 탈출자)가 3만 명을 넘어선 현황에서 북한의 실정과 탈북과정 등 숨겨진 현실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 (탈북자를 돕기 위해 제정된 우리나라 법에는 '탈북자를 북한 이탈자'라고 정의해 놓았다. 이탈자라고 함은 탈북자를 모독하는 용어이다. 중심체인 북한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란 뜻이므로 북한정권을 중심축으로 놓고 입법한 것이다. 탈출은 생명을 걸고 탈출한 것이며 그들의 의지를 깡그리 짓밟는 용어이다. 이 입법의 정의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 소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개인이 국가라는 조직 속에서 힘없는 존재라는 것을 여러 번 쓰고 있는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라는 음악 가사에서 말한
“눈을 감아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려요
우린 모두 허공 속의 먼지일 뿐,
매달리지 말아요
땅과 하늘 외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그저 사라져 버릴 뿐
우린 모두 바람속의 먼지일 뿐.”
이라는 가사가 던져 주는 의미는 참으로 감명 깊다. 이는 어느 사회이던 모든 사람은 바람 속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먼지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명예, 부를 추구하기 위해 집착하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타이르고 있다. 이는 민족이란 포장물 속에서 먼지처럼 허약하고 그렇게 취급하고 있는 북한정권을 고발함에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나는 탄광에서 수 백 미터의 굴에 들어가서 광석을 폭파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핵문제만이 아니라 그 정권 자체가 말기의 암덩어리라고 생각되었다.이런 암덩어리의 폭파는 원자탄 폐기보다 더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군포로를 인간의 생지옥인 북한에서 송환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남한의 집권자를 역사적으로 호되게 비판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에서 미군의 유해가 10만 달러의 대가를 지불하고 송환해가고 있어서 북한주민들이 그 유골을 습득하여 이를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는 서술은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과연 우리는 국가와 민족이란 큰 덩어리 속에서 무참히 희생되는 개인의 존엄은 아예 찾을 수 없음을 비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개인은 먼지처럼 경시되고 있음을 노래 가사를 통해 부각시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6-70년의 인생을 사는 결과를 얻게 되며, 북한을 다녀온 것 같은 간접경험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안라 이 시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소설이지만 전세계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작가는 멋지게 풀어나가고 있음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여러번 하였지만 남한측 대통령들은 어찌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남아 있는 국군포로를 한 사람이라도 구해내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고 전쟁에 시신을 못 찾아 오늘도 아들의 소식을 가슴 속에 묻고 사는 사람을 위해 국가가 더 찾아내려는데에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시간을 중심축으로 다루는 역사학자이다. 시간은 시계처럼 똑 같이 흐르는 자연적 시간과 인간이 기억하는 상대적 시간, 역사적으로 계산되는 역사적 시간이 있다. 역사적 시간은 고려왕조나 조선왕조가 500년 지속되었지만 근현대의 100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인간이 기억하는 상대적 시간은 같은 시기에 산 사람도 많은 일을 하여 시간을 시, 분 초로 쪼개 사용하는 사람과 세월을 허송하는 사람과는 그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
시간을 다루는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얻었다. 역사가 기록만을 중시하여 이에 매달릴 때 그것이 과연 역사의 진실일까? 비록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현대사이므로 남북한 젊은이에게는 나름대로의 국가와 사회,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서 깊은 감동을 던져줄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의 전당포'는10년 만에 시우와 재회하면서 전당잡힌 시간을 찾으려 왔다는 재희의 마지막 말은 제목에 걸맞는 멋진 결론이다. 그리고 전당포를 운영한 시우의 할아버지는 일생의 시간을 전당포에 맡겨 놓은 고장난 시계의 생활을 했음을 뜻한다. 전당포에 맡겨 놓은 물건은 찾아갈 때에 시우의 할아버지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을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노인의 가치관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시대 사회와 국가 사랑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한번 구해 읽어보면 좋은 역사책이며, 값진 교훈을 얻을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속으로나마 특별 문학대상을 주고 싶은 책이다.
첫댓글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독후감이 제게는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선생님의 독후감을 여러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이 페이지를 링키해 놓겠습니다.
만일 동의하지 않으시면 문자 주세요. 물망초 홈페이지에서 내리겠습니다.
물망초에서는 8월 3일날, 강원도 양양에 있는 낙산사로 가서 북콘서트를 합니다.
'내 안의 BOOK을 쳐라', "山寺에 BOOK을 울려라'라는 컨셉인데, 시간되시면 같이 가세요.
8월 3일 아침 8시 방배역 2번출구에서 전세버스로 떠나서 낙산사에서 점심 저녁 먹고 6시반쯤 돌아올 예정입니다.
친지분들이나 가족 등과 같이 가볍게 나들이겸 오셔도 됩니다.
가실 생각이 있으시면 02-585-9963 으로 전화주세요.
물론 링크해주셔도 좋습니다. 영광입니다. 낙산사 북콘서트에 가고 싶지만 이 날 저는 해외에 나가 있을 예정이어서 참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모처럼 좋은 기회인데 아쉽습니다. 시간의 전당포라는 책을 친한 사람에게 읽어보게 하였고, 계속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세태가 한심스럽습니다. 좋은 성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이 소식은 본 카페에 올려놓았습니다. 물망초의 모든 행사를 올사모카페 회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북콘서트의 소식도 본 카페에 올려주실 수 있는지요. 이사장님의 열정과 노고, 창의력, 의지에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힘 닿는대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신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새터민에게 영광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더위에 건강에 유의하시옵기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