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식재료 탐닉 오디세이
농사꾼 출신 B급 저자의 육담 작렬!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알아야 한다
온갖 장 종류, 콩 종류, 김치와 같은 절임ㆍ발효 음식에서 대망의 쌀까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식재료 잡학사전!
딴지일보 초절정 인기 연재물
국내 최초 식재료 탐닉 오디세이, 알고나 먹자!
글항아리 ‘실용의 재발견’ 시리즈 제2권 『알고나 먹자』가 출간됐다. 저자는 종잡을 수 없이 많은 이력을 거쳐 현재 전주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 종류에서부터 소금, 젓갈을 거쳐 고기, 다양한 향신료, 김치, 추석 음식과 우리의 주식 쌀에 이르는 식재료를 다룬다. 농사꾼 출신 저자의 구수한 입담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식재료 기본 지식과 여기에 담긴 사연, 저자의 생생한 경험, 잡설 등이 모두 한데 어우러진 식재료 잡학사전.
저자 전호용, 그가 살아온 말 많고 탈 많은 길
저자 전호용은 스스로를 ‘밥을 팔아 밥을 버는’ 사람이라 칭한다. 그의 이력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다. 그는 학창시절 가출해서 처음 요리에 손을 댔다. 어려서 한 번쯤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 그 역시 집을 뛰쳐나와 ‘숙식제공’이 되는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된다. 양식 조리사였던 형을 도와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웠던 저자는 이미 어느 정도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어 두 번째 가출에서도 레스토랑 일을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한때 노가다를 하기도 했고, 인쇄소에서 일했으며 화물트럭 운전도 했다. 인쇄소에서 일할 때 틈틈이 준비해서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분식집, 보쌈집, 일식집 등을 거치면서 요리에 도가 튼 그는 오만 가지 음식을 다 만들 수 있게 된다. 본가인 군산에 내려와 개업했던 식당이 망하고, 시키는 건 뭐든지 척척 만들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아 한 케이터링 회사(조리된 음식을 바로 제공하는 출장 뷔페 서비스)에서 점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큰 회사에서 수천 명분의 갖가지 재료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리하면서 식재료를 직접 보고 배우고, 공부했다. 지식과 더불어 요리하는 데 쓰이는 ‘꼼수’라 할 수 있는 나쁜 것들도 이때 다 배운다.
올해 3월, 드디어 전주에 ‘아톰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차렸다. 『알고나 먹자』 저자답게 그는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온갖 정성을 다해 준비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주는 게 그의 큰 즐거움이다.
B급 저자의 A급 식재료 이야기
저자는 손님을 소위 ‘핫바지’로 보는 식당들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 책을 썼다. 어딜 가나 국물 맛이 하나같이 똑같고, 그저 그런 재료를 써서 음식이랍시고 내놓는 식당이 저자의 눈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웰빙족이냐? 절대 아니다. 저자 역시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이었다. 일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음식을 입에 구겨 넣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이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도 이런 수준인데, 다른 사람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식재료란 무엇이고, 이것들의 종류와 가공 방법, 그에 따른 다양한 특징을 제대로 한번 천착해보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농사꾼 출신이라는 배경 역시 한몫했다.
이 책에는 종종 저자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자는 자연스레 산과 들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농사짓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식재료의 채취 방법과 효능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체계적인 이론서가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 종류에서부터 소금, 젓갈을 거쳐 고기, 다양한 향신료, 김치, 추석 음식과 우리의 주식 쌀에 이르는 식재료들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에 담긴 사연, 저자의 생생한 경험, 잡설 등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식재료의 면면을 통해 우리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보는 ‘식재료 잡학사전’이다.
각 장의 내용 살펴보기
1~3장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다. 모든 장을 만드는 기본은 메주콩이라 불리는 백태다. 백태를 물에 불려 물컹해질 때까지 삶고, 담요 씌워 아랫목에 두면 청국장이 된다. 삶은 콩을 빻아서 잘 널어놓으면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메주다. 이 메주를 따뜻하게 아랫목에 두면 곰팡이가 생기는데, 바로 이 곰팡이가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다. 메주를 간장독에 넣어 간장을 만들고, 간장이 완성되면 다시 메주를 꺼내 된장을 담근다. 장은 각자 담그는 집의 상황에 따라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지니 그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마트에서 파는 장은 다양성과 변수가 통제된, 오직 하나의 맛만을 고집한다.
4, 5장은 소금과 젓갈이다. 소금은 모든 음식의 기본이다. 염전 마을에서 자란 저자는 염전에서 소금을 얻는 방법, 염전이 어떻게 사라져가고 또 한편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는지를 직접 보고 배운 경험을 통해 다룬다. 소금과 시간이 이중주로 만들어낸 맛의 극치랄 수 있는 젓갈은 소금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젓갈 편은 직접 염전을 방문하여 보고 들은 이야기와 젓갈을 사기 위해 곰소항 근처 시장에 들러 펼친 젓갈 여행기다. 어떤 젓갈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또 이를 음식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실용적인 젓갈 활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독자는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젓갈 시장의 비린내를 맡을 수 있다.
6, 7장은 고기다. 육식을 하는 인간에게 고기는 중요한 식재료다. 많은 사람이 고기를 즐겨 먹지만 정작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오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국산, 호주산, 국내산 한우 등 원산지를 가지고 그 등급을 평가할 뿐, 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정작 관심이 없다. 저자는 전 세계 곡물ㆍ육류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물 메이저, 공장형 축산 회사라 불리는 회사들을 신랄히 비판한다. 본래 채식 동물인 소에게 곡물농장에서 생산되는 곡물사료를 먹이고 살을 찌워 마블링을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위해 태어나자마자 돼지의 꼬리와 송곳니를 자르는 등 한번 들으면 고기를 먹을 때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직접 개를 잡아 판매했던 이야기, 집에서 예뻐하며 키우던 개가 저녁 식탁에 올라왔을 때의 충격 등 경험을 통해서 나온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렇다고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없는 법, 뻔뻔하고 맛있게 고기를 먹는 방법까지 잊지 않고 함께 제시한다.
8~12장은 향신료로 쓰이는 다양한 풀과 열매와 마늘, 파, 생강, 갓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산과 들, 바다와 강을 쏘다니면서 풀과 열매를 따 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향신료로 쓰이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곁에 두고 함께 자란 셈이다. 한삼덩굴, 삘기, 소루쟁이, 아카시아 꽃, 찔레 열매, 까마중, 정금나무 열매 등 다소 친숙하지 않은 향신 풀과 열매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대표적 향신료인 마늘, 파, 생강, 갓에 대해서는 각 장을 할애하여 다루고 있다.
13, 14장은 김치다. 우리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김치다. 요즘은 매년 김장을 하는 집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김장은 큰 연례행사다. 김장 편에서는 김장을 담그는 과정이 차례로 소개된다. 앞서 살펴본 고추, 젓갈, 소금, 마늘, 파 등 기본이 되는 재료들을 준비하고 어떤 배추와 무를 골라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 김치 양념에서 각 식재료의 역할까지 김장을 담그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김장 김치뿐만 아니라 염장한 채소들, 시래기와 겉절이, 물김치 등을 어떻게 담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함께 알려준다.
15~19장은 추석 음식에서 시작해 콩, 잡곡, 대망의 쌀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끝마친다. 추석 음식의 대표 주자인 송편부터 삼색나물, 생선찜을 다루고, 우리가 자주 먹는 콩에서 그렇지 않은 콩, 콩으로 만들 수 있는 두부를 비롯해 GMO 콩까지 다양한 범위를 살핀다.
요즘은 잡곡이 건강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시대이지만,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잡곡은 쌀이 없어 쌀을 대신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었다. 실제 저자의 아빠는 밥이 쌀밥이 아니고 잡곡이 섞여 있으면 밥상머리를 엎곤 했단다. 우리에게 잡곡이라 하면 주식인 쌀을 제외한 곡물을 말한다. 잡곡 편에서는 우리가 대표적으로 먹는 조, 기장, 수수, 피, 메밀, 율무, 옥수수, 보리, 호밀 등 다양한 잡곡에 대해 다루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농업을 근간으로 했던 우리나라의 주식은 쌀이다. 벼농사는 각 절기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기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소설부터 대한까지 농한기에는 볏짚을 이용해 가마니를 만들어두었다가 보리와 벼를 추수할 때 사용한다. 2월 초 입춘이 되면 서서히 농사일을 시작한다. 3월, 밭을 갈고 추위에 견딜 만한 작물들을 파종한다. 4월, 청명과 곡우가 되면 본격적으로 벼농사를 시작한다. 5월 입하, 경기이북에서부터 슬슬 모내기를 시작한다. 6월 망종이 되면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는 막바지 작업이 이루어진다. 망종까지 모내기를 마치면 돌아오는 단오는 힘든 모내기를 마치고 쉬는 날이다. 이때 시골에서는 묻지마 관광을 떠나기도 한다. 7월 소서, 대서가 되면 김매기를 한다. 8월 입추와 처서 무렵에는 벼가 저 알아서 자란다. 이 무렵은 할 일 없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 한다. 9월 백로와 추분에는 벼 수확을 시작하고, 이것으로 떡을 만들어 추석을 지낸다. 10월 한로, 상강은 서리가 오기 전 모든 농작물을 거둬들이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기다. 이렇게 1년의 벼농사는 끝이 난다.
제대로 알고 잘 먹기 위한 지침서
이 책은 처음 읽으면 말 그대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 번 더 읽으면 처음 느꼈던 재미에서 조금 더 나아가, ‘식재료와 생산 시스템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깊은 고민과 걱정이 담겨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 같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음식을 사먹는 입장에서 평생 모르고 살고픈 식재료의 현실까지 두루 실려 있다. 식재료에 관심이 많든 적든 앞으로 뭘 먹으며 살아야 하는지, 지금 내가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재미와 실용,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