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2021년1월 3일 무태, 마태2,1-2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2,11)
+ 찬미예수님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인류의 빛이신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입니다. 이사야서는 말합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이사야 60,1)
주님을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왕)들은 천문학적인 지식을 갖춘 지성인들이었습니다. 예수님 당대는 물론이요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을 안다는 것은 최고의 지성을 갖춘 지성인을 의미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왔다는 것은 그들의 지식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는 그 당시 구약성경에 익숙한 유다인 출신 신자들에게 잘 알려진 내용이었습니다. 이사야서는 노래합니다.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민족들이 너희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 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야60,2.6)
전승에 따라 동방박사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멜키올은 나이 많은 사람으로 하얀 수염을 기른 페르시아 임금으로 황금을 가져왔고, 카스파르는 젊고 얼굴이 붉은, 인도 임금으로 유향을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발타사르는 거무스레한 얼굴에 몰약을 선물한 아라비아 임금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이방인을 상징합니다. 이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했다는 것은 예수님이 전한 생명의 복음이 유다인들은 물론이요 이방인들에게까지 선포될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것입니다.
선물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황금은 그리스도의 왕권을 기리는 것으로 참된 임금이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것입니다. 유향은 성전에서 초월적 존재이신 하느님을 경배하는데 사용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기리는 것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경배하고자 선물입니다. 몰약은 당대 죽은 사람의 몸에 바르는 귀한 향료였습니다. 예수님이 죽었을 때 니코데모는 침향을 섞은 몰약을 100리트라나 가져와 예수님의 시신에 발라드렸습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첫 경배의 영광을 얻은 이들은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입니다. 목자들은 천사의 초대로 동방박사들은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역사학자 수에토니우스는 “동방 전역에 한 믿음이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퍼져 있었다. 그것은 유다 출신의 메시아가 나타나 온 세상을 통치하게 되리라는 믿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경배한다는 것은 미사에서는 물론이요 우리 삶의 자리에서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힘든 여행을 했습니다. 그들이 험하고 먼 길을 걸어온 까닭은 오직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이런 교훈을 줍니다. 주님을 경배하는 것은 목숨과 시간을 내어놓을 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송봉모 신부의 ‘예수’라는 책에서 말하길 “스위스의 유명한 정신의학자 투르니에는 ‘탐험으로 사는 인생’에서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자유의지와 함께 탐험정신을 주셨다고 합니다. 사실 인류역사는 탐험정신과 함께 발전했고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탐험정신이 없었다면 인간은 동굴을 벗어날 수 없었고 신대륙을 발견하지도 달에도 도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역사도 영적탐험을 통해 발전합니다. 신약성서는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자주 ‘그 길을 따라 가는 이’라고 하는데 이를 한자어로 구도자입니다. 우리 구도자들이 걷는 길은,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이며, 우리 모두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따라 순례여정을 걷는 영적 탐험자요 구도자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영적 탐험을 통해서 그분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주님을 경배한다는 것은 미사에서는 물론이요 우리 삶의 자리에서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영적 탐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 영적 탐험은 하느님 안에 자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경배하고 찬미와 찬양을 드림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 갈 수 있습니다. 그 삶이 자신을 닦아 가는 구도자의 삶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험하고 힘든 여행을 했습니다. 목숨까지 위협당할 만큼 위험한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순수하게 구세주를 경배하기 위해 그 모든 고생과 고통을 감수했습니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 걸어온 길이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구도자의 길입니다.
주님을 가까이 모시지 않는 사람들은 성당이 멀고 시간이 없어서 다니기 힘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달리 말하면 성당이 먼 것이 아니라 내 집이 멀리 있을 뿐이고 시간이 바쁘고 없는 것이 아니라 헛된 곳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적인 사람은 내 중심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중심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 중심의 삶이 영적여정을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이며 구도자의 삶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우리가 주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일상 안에서 매일 그분을 경배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안에 복음의 빛이 충만해지고 사랑을 실천하며 마음의 평화를 간직하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적인 삶에 주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코로나로 인해 새해부터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 못해 안타깝고 슬픕니다. 1월 4일이면 종료가 될 줄 알았는데 17일까지 연장 되었습니다. 여러분을 미사 때 만나지 못하더라도 기도 중에 만날 것입니다. 신앙인은 서로 기도 안에서 만나 사랑하고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기도 안에 만나는 모습을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무태 공동체는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를 먼저 생각해주는 공동체임을 기억합시다. 하느님 사랑 안에 힘을 내어 살아갑시다. 아멘
무태 성당 이민락 라우렌시오 신부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