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의 여울(木洞의 灘)◈
2). 5월 18일 아침. 서둘러 7시에 짐을 챙겨 나선다. 목적지를 포항 「호미곳」으로
잡은 이른 아침 차문을 열고 엔진을 깨워댄다. 부르릉! 바다
바람 시원한 통영만의 갈매기 지절댐도 새론 아침인 물가를 씻겨 가면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영민한 곳 그의 향리 통영을 너무
쉽게 벗어난다는 것이 아쉬웠다. 신 거제대교 건너 거제도를 훑고 한참을 내달려 장목터널을 뚫고 저도로
이여지는 파노라마는 푸른 바다와 풍요론 해산물의 요람으로 넘치는 물결들이 이 나라를 섬기는 장고(長考)에 그만 머릴 숙인다.
“남해여!
언제고 오늘처럼
차고 넘쳐
이 땅의 온유를 사랑하소서.”
죽도터널을 나와 진해만으로 파고드는 푸른 물위를 가로질러간 거가대교의
위용은, 가덕해저터널을 바다속으로 꾸부려 수심 50m를 잠수하고 솟구쳐 가덕도에 이른다. 내게는
반가운 섬이다. 1960년대 젊음을 주고 해군이 된 완악한 청운의 꿈은, 가덕도라는 관문을 나고 들고 하면서 3년의 광솔불 같은 송진(젊음)을 태운 해군으로, 바다란
무대 위에서 거친 파도와 함정을 앞세워 협연(작전)을 무사히
마치는 항해의 기쁨은, 고운석양을 구름도 같이하는 그때의 그 순결의 조우들을 이제서 느껴본다. 나라의 부름 앞서 자원한 현역으로서 그 많은 대한민국의 일들에 한때의 봉사로 오롯이 보낸 이 젊음의 재량이
새삼스럽게 다가든다. 2차대전에서 살아남은 연안 초계정을 괌(Guam)
미 해군기지에서, 대잠기기인 소나(Sonar)를
수리하고 태평양을 저어올 무렵 생생한 그 물결들이다. 왼쪽으로 깊숙이 흘러 들면 진해와 마산을 향해
다시 Y자로 나누는 진해만 물길도 이 좁은 땅 곳곳을 아직도 살펴주는 향유의 물결로
저렇듯 그윽한 것처럼, 과거로 돌아간 여행의 둔덕에 턱받이 한 애처로움 들을 찾아볼 감성의 통찰이다.
어느새 김해. 낙동강지류를 거슬러 내 처가(妻家)가 있던 봉림리 들녁을
벗어나 김해 비행장 곁으로 구포에 손짓하고, 대동IC 에서
양산으로 내쳐 경부고속도로에 접속한다. 얼마 더 달려 통도사. 그리고
언양. 하더니 경주IC 에서 포항 쪽으로 이정표를 꺾어 동해고속도로에
태운다. 늙은이들의 찬란한 추억은, 숨 가쁘게 얽힌 도로망을
골라잡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느 세월인가? 는 길이
없었고 산을 등지고 초집이 늙던 곳에, 지금은 현대식 아파트가 우람하게 아스팔트를 입힌 길을 그려놓고
오목을 즐기는 선객 인듯한 데상(dessin)의 오묘를 보면서, 현대적
가치관으로 우리의 주거문화라 안위는 하지만, 아파트 홍수에 버텨내는 내공은 좁은 국토에서 탑을 쌓듯
하늘로 열반하는 주택사정에 일말의 회오(悔悟)가 없질 않다. 아무튼 삶의 의지로 뜨겁게 들끓는 거대한 강물의 범람이
저곳에 있을 뿐이다.
어느덧 경주시를 비켜 동해 쪽으로 오르는 고속도로의 능청은, 옛 서라벌의 화랑도가 말달리듯
내달아 뛰는 차들의 매연으로 입을 막고 콜록거리는 듯 이정표만 앞세운다.
1) 「서라벌
옛노래냐 북소리가 들려온다
말고삐 매달리며 이별하던 반월성
사랑도 두 목숨도 이 나라에 바치자
맹세에 잠든 대궐 풍경 홀로 우는 밤
궁녀들의 눈물이냐
궁녀들의 눈물이냐 첨성대 별은 …」
|
2)「화랑도 춤이더냐 북소리가 들려온다
옥피리 불러주던 임 간 곳이 어디냐
향나무 모닥불에 공들이는 제단은
비나니 이 나라를 걸어 놓은 성전을
울리어라 북소리를
울리어라 북소리를 이 밤이 새도록 …」
|
고 “현인”이 부른 “신라의 북소리”의 노랫말이다. 옛 신라의 영화를 애잔하게 품어낸 애상은
현인의 노래로 남고, 우리가 추모하는 신라는, 경주시에 오롯이 얹혀진 채 간직한 옛이름 서라벌은 대학교 이름으로 성골 되어 남았는가? 국립공원으로, 박물관으로, 애처로운
조각들만, 손님오길 기다리는 시정의 눈치만 살핀다 생각하면서, 이
늙은 노객들 “신라의 북소리”를 불으며 간다.
“아~~옛 신라의 능곡(陵谷)엔 불국사의 종이 졸고 있네. 지나가는 노객이여 차를 멈추어라. 금오산 기슭에 구름도 쉬나니.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달밤”도” …!
안압지(雁鴨池) 영화를. 토함산자락 석굴암엔 지극한 미소를 누리는 석불을. 향불을 태우는
불국사의 기도를. 저 머언 선사(先史)는 목침 베고 누워 코를 곤다면서. 편이들 가시라며, 스쳐간 바람의 전갈이다.
......<3절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