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8주일 강론 : 행복하게 살아가는 두 부부/ 소경의 비유(루카 6,39-45) >(3.2.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소경의 비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소경이 소경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을 올바로 인도하며 살기 위해 우리를 성령으로 무장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 오늘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두 부부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부부는 어떤 신부님이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부부입니다. 그 신부님은 그 부부의 셋째 딸을 위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기도해주었고, 이름과 세례명까지 지어줄 정도로 신부님께 신뢰와 사랑이 많은 부부입니다. 신부님이 휴가 때 그 가족을 만나러 가면, 그 딸이 반갑게 달려와 꼭 안아준답니다.
그 부부는 근검절약하면서 알뜰살뜰 가정을 꾸려갈 뿐만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자녀를 엄하면서도 사랑으로 키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남편이 옛날에 씨름선수였고, 유도 공인 단증까지 있어서 한 덩치 하는 데도,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아내의 말에 꼼짝 못 한다는 겁니다.
그 신부님이 예전에 그 부부의 자매님과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낀 생각은 ‘남편에 대한 내조가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을까?’였답니다.
그 자매는 세 자녀의 가장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충분히 말하도록 끝까지 들어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데, 결혼 초부터 며느리인지 딸인지 모를 정도로 친밀해서 시부모와의 갈등이 거의 없답니다.
또 다른 재밌는 일이 있는데, 언젠가 부부가 사소한 일로 부부 싸움을 할지도 모를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 앞에서 자녀들에게 “지금부터 아빠와 엄마가 싸우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아빠와 엄마를 이해해주면 좋겠다.”라면서 충분히 설명하고 나서 남편과 싸움했답니다. 그렇게 가족의 허락을 얻어 싸우는 부부 싸움을 하면 늘 한바탕 웃음으로 끝난답니다.
남편이 매일 아침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세 딸과 함께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의 양육방침에 묵묵히 따라주며, 딸들을 잘 키우는 아내에게 늘 감사를 느낀답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 결혼하자마자 각자의 가치관을 내려놓고, ‘가족은 관심과 칭찬’이라는 ‘부부 가치관’을 갖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고유한 가치관이 있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충돌하면 갈등과 다툼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부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다투게 되면,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녀들이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부부 가치관’을 갖고 가족 모두를 대한다면, 가족 모두 기쁨과 평화, 소통과 사랑의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두 번째 부부는, 오랫동안 냉담하다가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된 형제의 사연입니다.
냉담을 풀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들처럼 직장 생활하랴, 주말에 친구들과 취미 활동하랴 바쁘게 살다 보니, 성당에 꼭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내의 신앙생활은 적극 도와주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자매님이 신앙생활 열심히 하는 게 싫어서 신앙에 대해 삐딱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점도 없잖았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책도 읽고, 차분하게 앉아 신문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데, 집에서 신문 한 번 보는 것을 못 봤습니다. 걸핏하면 성당에 일이 있다며 갔다가 늦게 오고, 그러고 자기 할 일 하고 자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저 여자는 성당 때문에 다 버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당에서 뭘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자기가 좋아서 다니는 것이니까 밖으로 말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제발 어디 가서 부끄러운 짓만 안 하고 다니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 성탄 때, 둘째 아이가 어디 합격하고, 좋은 일이다 싶어, 수십 년 만에 아내와 성당에 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몇십 년 만에 성당에 갔더니, 성모님이 반겨주시던가요?”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성모님이 아니라, 성모님 닮은 아내의 구역 가족 모두 그 형제를 반겨줬답니다. 사람들이 그를 보며 ‘우리 구역장님 남편 되시는구나!’라며 인사하더랍니다. 그다음 말에 또 놀랐랍니다. ‘구역장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 함께 사시니 참 행복하시겠어요?’ 그리고 성탄 미사가 끝난 후, 집에 가려는데, ‘야참’이라며 떡국을 주셨답니다.
그날따라 아내가 속한 구역의 가족이 봉사하는 날이었습니다. 봉사자들 모두 아내의 말에 일사천리로 척척 움직였고, 아내를 보니, 아주 해맑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에 구역 가족들이 함께 행복해했답니다.
그때 알았답니다. 집에서는 신문 안 읽어서 무시당하지만, 성당에서는 많은 교우가 아내 모습을 보며 정말 존경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깨끗이 정리한 후에, 함께 고생한 구역 가족 각자에게 성탄 인사를 나눴답니다. 그래서 그날 아내가 정말로 멋진 여자임을 알았답니다. 이처럼 구역장 아내 덕에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던 그는 그날 이후 미사에 빠지지 않았고, 성실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도,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며 꾸짖으십니다.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들춰내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잘 돌아보며, 주위 사람들을 하느님께 잘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