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기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고
몇학년을 맡게 될지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동료교사들은 누구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기대감 보다는
불안감, 새로운 곳에 또 어떻게 적응하고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을 만날지에 대해 부담감이 더 크다.
예전에는 엄마가 학교 옮긴다고 온 집안이 들썩 거리고 너희들도 궁금해 하곤 했지?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네.....
집가까운 곳, 하지만 내가사는 동네아이들이랑 덜 부딪치는 곳으로 옮기기를 소망해왔다.
엄마가 음식쓰레기를 들고 나갈 때도 있고
때로는 세수도 안하고 재활용쓰레기 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있고
때로는 동네 오뎅집에서 오뎅을 먹을 때도 있고
우리 딸들이랑 호떡을 먹으며 들어올 때도 있고
목욕바구니 들고 츄리닝 입고 계단을 내려갈 때도 있고.
속상해소 소리지르다가 밖으로 새나갈 때도 있고.....
이래저래 코앞에 있는 도량, 야은 학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근무하기 싫다.
몇년전에 도량초등에서 연구맡을 사람없다며 엄마한테 전화했을 때 엄마는 기절할 뻔했잖니?
거기가면 큰일 난다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아직도 교사는 신비감, 위엄, 뭐 그런게 있어야하지 않을까?
엄마는 그렇지 않아도 너무 동네 아줌마 같아서 말이다......
엄마 나이 쉰이다.
그래도 아직도 열정은 청춘이다
하지만 조금씩 위축되고, 불안하고 그렇다.
항상 너희들에게 당당하고 멋있고 실력있고 예쁘고 품위있는 교사를 엄마로 두어 자랑스럽다는 소리를 듣고 싶거든
누구엄마가 선생님인데 영~~~아니야 라는 소리는 너희들에게 듣게하고 싶지는 않거든
물론 나자신은 언제나 당당하지만
세수도 안하고 음식물 쓰레기 들고 나가면서 옷도 이상하게 입고나가다가 학생들 만나면.....
9층에 사시는 상모중학교 선생님께서 가까운 봉곡중으로 오셨다고 좋아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것 이야기했지?
이제 봉곡하와이 목욕탕 못가는데 어디로 가지요?
누드 상태로 사춘기 중하생 제자들을 만난다면?
생각나지?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사우나에 누워있는데
어떤 꼬마녀석이
"엄마 엄마 우리 선생님이야 " 라고 하면서 자기 엄마한테 귀속말로 속삭이던 것 말이다.
그럴 때는
일어나 나와야 하는 거니?
그자리에서 누구야 누구어머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야하니?
아님 모르는 척하고 하늘 향해 그대로 누워있어야 하는 거니?
난감 난감 만감이 교차하더라
그래서 결론 내린 결과 한 고개 너머 원호를 희망한거야
걸어가며 운동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이제 엄마 퇴근 해서 일부러 산 등성이 넘어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다형이 구미여고 다닐 때 가끔 산너머 걸어다니던 것 생각나네....
엄만 출근할 때는 도로로 가고 퇴근 할 때는 산넘어 오려고 아주 작정을 한다.
23일 학교 선보이러 가야하는데 그 때터 시작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