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 알토에서 학술회의가 있어서 왔습니다. 회의 전 3일 동안 여행도 할 겸 해서 가족도 함께 왔지요. 허츠에서 풀 사이즈로 예약을 해 놓고 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렌터카 빌리는 곳까지 엄청 멀더군요. 하여간 줄이 좀 있길래 무인 키오스크에 이것 저것 정보를 넣고 나니 차종 Forester XT 4X4 이렇게 나오네요. 요세미티 공원에 들릴 계획이라 SUV를 빌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4X4를 보고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만, 잠시 뒤에 포레스터는 원래 풀타임 4륜이라는 당연한 생각이... 하여튼, 일반 세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사실 풀사이즈 세단보다 훨씬 싼 차입니다만.
차에 타 보니 첫 느낌은 뭐 그냥 그렇더군요. 실내 공간은 헤드룸도 넓고, 트렁크도 쓸만한 공간이어서 만족스러웠지만, 실내든 실외든 실용적이긴 해도 잘 빠진 디자인이다, 뭐 이런 말은 나오지 않네요. 모델은 완전 기본 모델로 주철휠에 천시트, 그냥 딱 필요한 것만 있고 필요 없는 건 없는 차였습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해 보니, 역시 좀 굼뜨다는 느낌이 듭니다. 4기통 자연흡기에 상시 4륜이니 이런 건 감안해야겠지, 하고 갔습니다. 렌트카에서 공항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주행은 그냥 평이했습니다.
역시 이 차의 진가는 산에 가야 나오더군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길은 꽤 심한 경사도와 구불구불한 커브를 가지고 있었고, 몇 몇 곳은 포장이 잘 안된 곳도 가끔 들어가는 길들이 있습니다. 산길에서 이만큼 잘 달리는 차가 있을까 싶습니다. 커브를 트는데 아무런 주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집사람이 속도 줄이라고 옆에서 잔소리를 계속 하더군요. 요세미티를 잠깐 보고 저녁에 나와서 다음날은 서해안에 있는 허스트 캐슬까지 갔습니다. 평지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서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는 안 나가는데 RPM은 6천까지 올라가고 소리는 오토바이 소리 같은 듣기 실은 굉음이 납니다. 아... 정말 엔진은 힘이 없네요. 4단에서 2단까지 킥다운 한 것 같은데 속도가 안 올라갑니다. 추월 가속이 상당히 더디다는 건 몇 차례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엔진음이 커지는 건 좋은데 왜 그런 소리가 나는 건지... 수평 대향이라 그럴까요?
허스트 캐슬을 보고 1번 국도 Pacific Cost Highway를 타고 몬테레이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가는 동안에 비가 많이 오더군요. 해안 절벽을 따라가는 길은 역시 경사지고 커브 길에다가 비가 와서 미끄러운 관계로 스바루의 진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차는 이런 환경에서 다녀야 가치가 보인다는... PCH는 이 구간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LA 근방에서는 별로 좋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절벽에서 보이는 광경이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보다 막상막하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평지 고속도로와 시내 주행, 뭐 그냥 그렇습니다. 연비는 차에 달린 계측기로만 봤는데 아무리 고속도로만 달려도 26 이상은 올라가지 않고, 시내 주행은 20마일 정도 나오는 듯 싶습니다. 일반 4기통 중형차와 비교하면 고속도로는 20퍼센트, 시내는 10퍼센트 정도 기름을 더 먹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키가 큰 차에 트렁크도 크고 상시 4륜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참을만 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변속기를 바꾸면 좀더 연비가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추월 가속이 모자라는 것은 터보로 가면 낫겠지만, 이렇게 되면 연비가 많이 나빠지겠지요.
총평은 2만불 초반대의 가격대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가치를 지닌 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시판된다면 사 가지고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만, 아직은 아니니 어쩔 수 없고 며칠 타 본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산길 정말 잘 달립니다... 허.
<코넬의대를 졸업하고 USC에 인턴으로 간 아들에게 내가 세번째 사준차가 이 스바루 포레스터다.
그 전해 미국최고의 차로 뽑혔고 무엇보다가 값이 싸서 사주었다. 그게 벌써 만 8년전. 그 이후로는 장가를가 여편네덕에 차 천신을 한다. 내년 6월에야 U Penn서 석사학위를 받고 9월부터 USC서 조교수로 강의를
맡으니 참 애 의대 보낼거는 못된다. 그때 되면 지가 번돈으로 차 사겠지, 쫓쫓 나이가 벌써 서른여섯인데>------안양 촌노 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