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린 단풍
遠上寒山石徑斜(멀리 늦가을의 산에 돌계단이 비스듬히 있고)
白雲生處有人家(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다)
停車坐愛楓林晩(수레를 세운 것은 저녁 무렵 단풍 숲을 좋아서라네)
霜葉紅於二月花(서리 내린 단풍잎은 2월의 봄꽃보다 붉어라)
--- 두목(杜牧, 803~853), 「山行」
▶ 산행일시 : 2011년 10월 15일(토), 흐린 후 비
▶ 산행인원 : 12명(버들, 자연, 드류, 대간거사, 사계, 선바위, 장산, 산그림애, 도자, 백작,
아산,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9㎞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44 -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豊山里), 해산관광농원, 산행시작
09 : 15 - 첫 헬기장
11 : 10 - 해산(日山, △1,194.2m)
11 : 49 ~ 12 : 25 - 항공장애등, 중식
12 : 47 - 헬기장, 해산터널 위(?)
13 : 27 - 적설봉(積雪峰1,060m), 헬기장
13 : 56 - 재안산(在安山, 1,071m)
15 : 15 - 산불감시초소
16 : 48 -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東村里), 평화의 댐, 산행종료
18 : 00 ~ 19 : 55 - 화천, 목욕, 석식
22 : 0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조롱박, 해산관광농원에서
▶ 해산(日山, △1,194.2m)
화천대교 건너자마자 파로호를 막 거쳐 온 북한강과 만나고 그 강변 460번 도로를 달린다. 아
름다운 길이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 길 따라 샛노란 은행나무 가로수, 그 아래 방싯거리는
구절초, 산자락 주름마다 불타는 듯한 홍엽은 중추가절(仲秋佳節)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
다. 강안(江岸) 곳곳의 빈 조대(釣臺)는 쓸쓸하다.
조력(釣歷) 40년이라는 소설가 한창훈은 10월 14일자 한겨레신문 칼럼에서「낚시대회 유
감」이라는 제하에 요즘의 낚시대회 행태를 심히 개탄한 바 있다. “바다가 낚시라면 산은 등
산이다. 등산할 때 시합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낚시를 말할 때 보통 운칠기삼이라고 한
다. 운이 칠할이고 기술이 삼할이라는 소리이다. 기술보다는 운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게 낚
시이다. 꾼에 따라서는 운을 구할로 보는 이도 있다. 나도 그쪽이다.
(…) 낚시꾼 한 명당 1.5㎏ 크릴 블록을 여덟 개 정도 밑밥으로 쓴다. 파우더에 섞어 주걱으로
뿌리는 것이다. 새우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블록 하나에는 방부제 처리한 크릴이 평균 3000
마리 정도 들어 있다. 욕심 많은 사람은 20개도 넘게 쓴다. 쉬지 않고 뿌리는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꾼들은 200여명. 200명이 8개의 블록을 쓴다고 보면 근 500만마리의 크릴새우가 사용
된 것이다.”
저 강에서 낚시할 때에는 밑밥을 쓰지 않을까? 나는 낚시 하지 않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등산할 때 시합한다는 소리를 못 들어보았다는 한창훈의 안목이 의심스럽다. 인터넷
에 산악마라톤대회를 한번 검색해 보시라. 청송꿀맛사과 전국산악마라톤대회, 금수산전국산
악마라톤대회, 울산현대전국산악마라톤대회, 이충무공배전국산악마라톤대회, 칠갑산 산악
마라톤대회, 백운산 산악마라톤대회 등등.
바람소리조차 산의 신음으로 들린다.
호음고개 넘어 해산관광농원. 줄지어 농원 안으로 들어간다. 다 큰 백구 두 마리가 짖어댄다.
묶지 않고 풀어놓았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지만 그건 묶어놓았을 때다. 농원 주인인 부부
가 얼른 나와 개를 다독이며 이리로는 등산로가 없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대간거사 님이 지형
도를 남자주인 얼굴 가까이 들어 올리고 재작년에도 이리로 내려왔었다며 우리의 행로를 가
리킨다. 여기로 갑니다. 여기!
조심해서 가보시라는 주인 허락이 떨어지자 씩씩하게 골짜기로 들어간다. 물이 졸졸 흐르는
계류 주위에 가을이 울긋불긋 몰려있다. 갑자기 어질해진 눈으로 계류를 건너고 50m쯤 진행
했을까. 군부대 경고판이 길을 떠억 하니 막아선다. 2군단 포병사격 표적지역이라고 한다.
“무단출입 후 인명피해 발생 시 보상불가!”
경고판 왼쪽 사면으로 들어간다. 인적은 사면을 옆으로 돌뿐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덕 보랴. 팔 걷어붙이고 산개하여 올라간다. 가파르다. 옅은 지능선 두 번 갈아타고 살 붙
은 능선으로 올라선다. ‘등산로’라는 방향표지판이 보인다. 길은 흐릿하다. 잡목과 식재한 어
린 잣나무가 거치적거린다. 특히 막자란 잣나무는 둥근소나무처럼 옆가지가 무성하여 헤치
고 나아가기 아주 고약하다.
2. 해산관광농원 뒤편 골짜기
3. 해산(일산) 연릉
4. 해산 자락
5. 해산 자락
6. 해산 자락
안개 속으로 든다. 안개비가 내리나 보다. 풀숲이 축축하여 앞장서면 금방 젖는다. 도드라진
봉우리마다 헬기장이다. 선두를 교대한다. 안개비에 젖은 바위 턱이 미끄럽다. 주의할 것을
차례로 복창하여 뒷사람에게 인계한다. 예전에 8부 능선 위로 사계청소를 하였다가 내버려둔
모양이다. 가도 가도 키 작은 잡목 숲만 울창하다.
해산 연봉이 보이는 너른 헬기장에서 숨 고르고 곧추 선 능선으로 또각또각 다가간다. 암릉이
나온다. 왼쪽 협곡으로 오른다. 얕은 안부. 암릉이 다시 이어진다. 향도를 자임한 메아리 님이
직등하여 슬랩을 올랐으나 그 이후가 막막하단다. 오른쪽 비탈사면으로 잡목 헤치며 뽈뽈 기
어오른다. 무릇 산은 이런 짭짤한 맛이 나야한다며 험로를 즐기는 이가 다수이다.
이윽고 △1,194.2m봉 정상. 서너 사람 서기가 비좁다. 삼각점은 1등 삼각점이다. 양구 11,
1985 재설. 사방 안개에 가려 아무 조망이 없다. 새마포산악회에서 ‘해산’이라고 쓴 정상 표지
판을 나뭇가지에 달아놓았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는 △1,194.2m봉에서 오른쪽으로 1.8
㎞ 떨어진 1,100m봉을 ‘일산’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1,194.2m봉을 내려서면 주등로로 뚜렷하다. 재안산까지 이런다. 안개가 자욱하다. 외길이
라 버벅거릴 데가 없다. 재작년 가을날 벽산 님과 둘이서 식겁하며 내렸던 지능선을 지나친
다. 봉우리마다 헬기장이다. 쭉쭉 나아간다. 완만한 사면이 나오면 들락날락한다. 어제 비 왔
겠다 오늘 아침에 화천 읍내를 지나올 때 길거리 가로질러 내건 ‘송이 및 산나물 불법채취금
지’라는 플래카드를 보았던 터라 혹시 그 이삭이라도 주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바지자락
다 젖고서 빈 눈 거둔다.
항공장애등을 지난다. 그간 산행 중 몇 번 보았지만 무슨 안테나인 줄로만 알았다. 그 끝은 높
아서도 보이지 않는다. 평평한 공터. 점심 펼 자리로 알맞다. 길이 좋으니 신체기능을 저하시
켜서라도 어렵게 가려는가. 술잔 좌우로 오간다. 고량주, 오디주, 탁주, 당귀주. 당귀주는 김
전무 님이 가져오셨는데 개당귀로 담근 것인지 참당귀로 담근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작 본인
은 마시기를 주저한다. 대간거사 님의 솔선한 시음으로 금세 다 비운다.
걸음도 눈도 풀렸다. 더덕일까 애먼 삽주 잎사귀를 세어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직선
으로 가장 길다는 해산터널 그 위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고도 697m, 전장 1,986m. 길
은 군인의 길이라 임로로 났다. 군인 두 명이 간이검문(?) 한다. 여기로 산행을 자주 오시나
요? 아니오, 처음 옵니다. 그런데 무엇 하는 중인가요? 이 아래 부대에서 나온 정찰병입니다.
살펴 가십시오.
안개비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비 뿌리기 시작한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다. 그러한들 우리는
행여 산행계획을 수정할 사정변경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기 느껴 비옷을 껴입는다. ┣자 능선
분기봉. 헬기장이다. ‘적설봉’이라고 새마포산악회에서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국토지리정보
원의 지형도에 없는 산 이름이다. 빗줄기는 더욱 잦아든다.
7. △1,194.2m(해산) 정상에서, 김전무 님과 장산 님(오른쪽)
8. △1,194.2m(해산) 정상에서, 왼쪽에서부터 사계, 장산, 백작, 도자
9. 해산 주등로
10. 해산 주등로
11. 해산 주등로
12. 산사면
▶ 재안산(在安山, 1,071m), 평화의 댐
교통호 타고 적설봉을 내린다. 멀리 실루엣으로 보이는 저 거봉이 재안산인가? 재안산까지
봉우리 3개를 넘어야 하니 아닐 것. 길이 좋아 줄달음한다. 그런 길 따르느라 봉봉을 우회한
다. 산허리 돌아 공터 나오고 바로 위가 재안산 정상이다. 좁다란 헬기장이기도 하다. 안개 자
욱하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우리의 처지가 조금은 청승맞다는 생각이 든다.
재안산에서 일반 주등로는 남진하여 해산령 쉼터로 내린다. 뚜렷한 길의 연장이다. 북진하여
가는대 혹은 국기로도 가고 싶지만 오늘은 늦어 숙제로 남겨둔다. 가급적 인적이 드문 데로
가자하고 북동진한다. 평화의 댐으로 내리는 것이다. 군화발 자취가 있어 잡목 헤치는 수고는
덜었다. 내리쏟는다.
소나무 숲 지날 때 어둑하다가 어느새 환하여 둘러보면 단풍나무 숲이다. 홍염(紅焰)에 든 것
이다. 옛사람이 화상을 조심하라고 했다. 얼굴이 화끈하다. 평화의 댐 위쪽의 북한강이 언뜻
보이자 거의 다 내려왔다며 걸음 멈추고 아직 묵직한 배낭 속 먹거리를 처분한다. 이제부터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서.
미끄러지듯 주르륵 야트막한 안부로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동쪽으로 방향 꺾어 사
면으로 길이 뚜렷하다. 아무렴 곧 도로로 떨어지려니. 오산이었다. 평화의 댐을 조금 더 잘 볼
수 있을까 연신 기웃거리며 봉우리 넘고 넘는다. 평화의 댐까지 봉우리 4개를 넘어야 한다.
잔매에 녹아난다. 안개 속 소나무 숲 은은한 마지막 봉우리에서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오른쪽은 재안터널로 내리고 왼쪽은 평화의 댐과 맞닿은 대붕터널로 내린다. 장산 님과 백작
님더러 길 뚫으라 다그쳐 왼쪽으로 간다. 절벽으로 막힌다. 왼쪽 사면으로 트래버스 한다. 대
붕터널 출입구일까. 여기도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다. 그렇다면 오른쪽 사면이다. 크게
돈다. 리지 닮은 바위지대가 나온다. 살금살금 내린다. 산허리 가로로 놓은 수로가 나온다. 수
로 따라 간다.
평화의 댐 둑 뒷면 중턱으로 떨어진다. 대슬랩이다. 지척 벼락 치는 천둥소리에 움찔하여 손
맛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재빨리 오른다. 가드레일 넘어 평화의 댐 위에 선다. 비는 여태 참았다
는 듯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13. 아산 님, 재안산 정상에서
14. 단풍나무 숲길
15. 재안산
16. 재안산
17. 백작 님, 평화의 댐 둑 뒷면을 오르다가
18. 평화의 댐 둑 뒷면을 오르는 일행
19. 평화의 댐 위쪽 북한강
첫댓글 와우 ! 대단들 하십니다요오~~~~ 멋진 그림 잘 보고갑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네요... 역시 멋진 사진입니다
잘못 몸일으켰다가는 저~~~~ 밑으로....조심해야겠네요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시 멋진 후기입니다.
사진 감사드립니다.
모든 사진 작품입니다.
마치 같이 산행한듯,,글,그림 멋집니다^^
평화의 댐 올라가실데 밑에서 보니 스파이더맨들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