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 왕성초등학교 앞 화개천 계류. (노옥분님 사진)
(36) 맨손으로 은어를 잡는 사람들
아마 1986년이었을 것이다. 한여름 피서철을 맞아 '우리들의 산' 산악회의 가족수련회를 화개동천 왕성초등학교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이탈리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김성은씨가 당시 부산대 학생으로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노래지도를 맡았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그런데 이 가족수련회에서 우리들은 화개동천의 아주 특별한 '명인(名人)'을 만날 수 있었다. 목통마을에 살던 대학 선배 양영일이 '우리들의 산' 가족들을 위해 화개동천의 명인 2명을 초청한 것이다. 화개동천 거센 물속에서 맨손으로 은어를 잡아내는 재주를 지녔다고 했다. 은어를 맨손으로 잡는다? 반신반의할 수밖에.
때마침 여름 장마 뒤여서 화개천 계류는 노도처럼 으르렁거리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물 속에 그냥 들어가는 것만도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 격류 속에서 은어를 맨손으로 잡는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고 하자 그들은 우리들에게 함께 가서 지켜보라고 했다. 우리들은 그들이 은어를 잡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다.
정말 놀라운 노릇이었다. 화개동천 명인 두 사람은 웃옷을 벗고 맨손으로 화개천의 격류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물에 잠긴 바위 아래로 두 팔을 집어넣더니만 비늘이 번쩍번쩍 빛나는 은어들을 잡아 밖으로 던져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손은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물속에서 꺼낼 때마다 펄쩍펄쩍 뛰는 은어를 집어냈다.
1시간도 채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있는 싱싱한 은어를 두 동이나 잡아낸 것이다. 우리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들은 양영일 선배의 부탁을 받았다며 아무 조건도 없이 잡은 고기를 우리에게 모두 주었다. 아니, 그들은 캠프장에 돌아와서 익숙한 솜씨로 칼질을 하여 은어회를 멋지게 장만해 내놓았다.
여기까지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들의 환상적인 재주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양영일 선배와 화개동천 두 장인이 화를 내는 사태가 빚어졌다. 싱싱한 은어회를 장만해놓았지만, 우리는 디스토마를 겁내 거의 젓가락을 대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 눈치를 챈 그들이 화를 낼 만도 했다. 묘한 여운이 따르는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