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벨라루시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비비치 대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바비치 대사는 그동안 러시아가 추진해온 대 벨라루스 강경책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러시아 국익을 위해 강경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벨라루스 외무부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그의 언행에 큰 불만을 표시했고, 양국관계가 정상궤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로서는 '무마 카드'가 필요해졌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좌 청룡, 우 백호'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상태이고, 벨라루스와는 최근 불화가 짙어졌다. 러시아가 급해진 건 당연하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오랫동안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 벨라루스 국가통합조약을 체결했고, 2015년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단일 시장 구축을 목표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도 함께 출범시켰다.
동맹에 금이 간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벨라루시를 조금씩 외면하면서부터. 맏형답게 벨라루스에게 제공하던 교역상의 각종 특혜 조치들을 차례차례 폐지한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기존의 특혜성 원유 가격을 국제 가격으로 인상하자 벨라루스는 발끈했다.
그러나 현지의 바비치 러시아 대사는 러-벨라루스 통합으로 경제난을 해결하자며 양국 통합을 강조하자 벨라루스는 폭발하고 말았다. 자칫 푸틴-루카셴코 대통령간에 맺은 개인적 관계마저 위험에 처하자 푸틴 대통령이 '해임 카드'를 내놨다. 벨라루스의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