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선을 나갔습니다.
친구의 생일이 오늘이거든요.
혼자서는 해 먹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입니다.
오늘 아침이 걱정이 되어 나갔습니다.
눈과 비가 섞여오는 길을 서둘러
정선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가니,
"나참, 내가 미쳐."
"그럼 갈까?"
"아니, 뭐 이렇게 많이 사왔어?"
"걱정마 다 처리할 것이니까"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가지고 간 생선을 굽습니다.
이 친구는 생선을 만지지 못해 혼자서는 못 해먹습니다.
그리곤 마주 앉아 생선쌈밥을 칼칼하게 먹었습니다.
쌈은 물론 정선의 명물 취나물이었답니다. 생선은 포항산 꽁치 네마리였습니다.
군침도시지요?
물론 다 먹고
그동안 아꼈던 말들을 쏟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얼갈이 배추로 겉절이를 합니다. 지금까지 묵은 김치만 먹었다고 그냥 옆에서 배무른데 하면서 주어 먹습니다.
저 무지 행복합니다. 이친구에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다음은 미나리 부침을 작게 하여 두었습니다.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어 비장을 무기를 꺼냅니다.
부추잡채를 시작했죠. 이 친구한테 부추 잡채를 해주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성공작은 아니었는데 맛있다고 해줍니다. 또 고맙지요.
기껏 고민해서 장만했는데 맛없다고 틱틱거리는 애들을 보면 음식 그릇을 뺏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닙니까?
그만하라는 아우성에
알았어 미역국만 합니다.
팍팍 치대어 해금물을 많이 뺀 후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쌀뜨물을 부었습니다.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을 보며 신기해 합니다.
이렁저렁 얽혀서 서로 뜨거워지면 이렇게 뽀얗게 우러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삶의 진국을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불을 끕니다.
또 수다방입니다. 유럽 이야기며, 티벳 이야기며, 이 친구는 저를 티벳에 함께 가지 못했던 것을 아직도 아쉬워합니다. 제가 건강이 안 좋아서 3000미터 5000미터 높이에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만나면 그 절경,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만난 삶의 양식, 철학을 이야기 하느라 밤이 짧습니다.
아침 여섯시
"미안해, 안 나왔으면 편히 자는데 그지."
"맞아."
어제 준비한 음식을 덮여서 차리고
케익에 불을 붙입니다. 나이보다 하나 적은 촛불을 켜고
국적 묘연한 노래를 부릅니다.
폭죽도 터뜨립니다.
조촐한 아침입니다.
그러나 행복이 그리고 평화가 있는 아침이었습니다.
지난날 평창에 근무할 때 친구가 와서 초코파이를 나이 수만큼 쌓아 놓고 맨 꼭대기에 초 하나를 켰던 무지 행복했던 생일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그리워집니다.
사북으로 출근을 하는 동안 내내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마음으로)
첫댓글친구의 생일상을 차려주시는 따뜻한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것 같아요.친구분이 생선 못 만지는거 고무장갑끼고 만지라 하세요. 누구보다 비위 약한 척, 해주는 것만 먹던 사람의 경험담입니다.ㅎㅎㅎ 더불어님, 지금은 추억이 된 시험 문제 즐겁게 내시고...^^ 좋은 밤요.^^*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친구"라고 하지요? 부모도, 자식도, 부도, 명예도 아닌 친구! 자기를 이해하고 바라봐 줄 수 있는 친구! - 항상 생각하는 나에게 물어보는 것 중에 나에게 가장 의지할 친구가 누구인가?..... 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입니다. 좋은 글 이 한밤에 읽고 편안히 잠을 청합니다.
첫댓글 친구의 생일상을 차려주시는 따뜻한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것 같아요.친구분이 생선 못 만지는거 고무장갑끼고 만지라 하세요. 누구보다 비위 약한 척, 해주는 것만 먹던 사람의 경험담입니다.ㅎㅎㅎ 더불어님, 지금은 추억이 된 시험 문제 즐겁게 내시고...^^ 좋은 밤요.^^*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친구"라고 하지요? 부모도, 자식도, 부도, 명예도 아닌 친구! 자기를 이해하고 바라봐 줄 수 있는 친구! - 항상 생각하는 나에게 물어보는 것 중에 나에게 가장 의지할 친구가 누구인가?..... 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입니다. 좋은 글 이 한밤에 읽고 편안히 잠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