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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10.30 제1회 영남알프스억새환종주클라이마톤 풀코스(33km)찹가자 오재홍님의 글입니다)(풀코스: 배내골~ 시살등~ 영축산~신불산~ 간월산~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배내골
6시간 54분)
-들어가는 말-
“감사합니다.”
요새 트랜드를 잠시 만들어 내는 말이 아닌가 한다.
나는 요즈음 습관적으로 주말에 ‘*콘’을 보면서 생활의 한 부분에서 잠시 즐거움을 얻는다.
경쟁과 생존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사회가 작금의 모습이다. 과거 공동체의 공생과 협력, 이해의 모습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꼬리를 감추고 갈수록 부정적 방향으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잠시 생활을 잊어버리고 복잡함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주말 휴식 프로 그램이 ‘*콘’이 아닌가 한다. 소소한 인물들의 연기 속에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감에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싶어 애청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즐긴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무언의 경종을 울리는 말로 대신한 프로그램이 “감사합니다”인 것이다.
달리면서 문득 떠오르는 말이 이 “감사합니다”였다.
왜?
이런 훌륭한 코스를 만들고 주자들에게 행복한 즐거움을 던져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이 있어 마음 속에서 “감사합니다”란 인사가 저절로 나오게 되었다.
-대회 전-
언제부턴가 아련히 영남알프스를 꿈꾸었다. 마치 어릴 적 무지개의 저 끝이 무언가 가보고 싶은 끝없는 욕망 때문에......
접하기 어려운 곳에 대한 접근적 욕망은 인간의 숨겨진 본능일 것이다. 교통과 지리적 불편함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 주최측의 배려로 편리한 교통편과 더불어 평소 꿈꾸었던 바로 그 코스!
그래서 주저없이 신청했다. 아직도 두 달 전 자전거 사고의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꼴찌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평소 막연히 동경했던 이 곳을 접하고 싶었기에......
오전 근무를 한 후 정신없이 대회 준비를 하고 부랴부랴 대회차량에 승차하기로 한 대전IC에 도착하였다. 잠시 후 4시 지날 무렵, 선수와 봉사할 분들을 실은 버스가 도착하였다. 반가운 지인들과 조우! 다들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
인사를 나누고 목적지 도착할 때까지 내일의 대회를 위한 휴식을 취하기에 골몰한다. 만차 가까운 사람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면서 조용히 대회장을 향해서 질주한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창밖은 밤으로 접어든다. 차창 밖은 이제 간간히 스쳐가는 불빛만이 쏜살같이 질주한다. 이 느낌은 점점 사지를 향해서 재촉하는 어둠의 불빛으로 긴장감을 주는 듯하다. 차안은 적막만이 감돌 뿐이다.
남밀양IC로 언뜻 빠져 나오는 것을 보고 조만간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차는 꼬불꼬불 꽤 많은 시간을 지나 7시 넘어서 대회장인 목적지 ‘파레소 유스호텔’에 도착했다. 우려했던 비는 행운을 주지 않고 도착하는 순간에도 추적추적 끈질기게 내리고 있다. 내일 아침이 걱정이 된다.
선수와 가족들, 대회 관계자들로 인해 대회장 주변이 무언가 정신이 없다. 여장을 풀고 식사장소 입장. 주최측에서 준비한 전야제는 갑자기 밀려든 우리팀들로 인해 더욱 바빠진다. 도착이 늦어 급하게 저녁을 먹고 여흥을 같이 한다. 부산산악연맹과 서울산악팀들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노고가 여실히 돋보이는 대회장이다. 또 이곳에서 만나는 마라톤 동지들. 모두 반갑다. 다들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다. 약간의 피로가 몰려온다.
숙소에서 창밖에 펼쳐진 쏟아지는 빗 속에 흰빛 가로등 불빛을 받은 포도에 뒹구는 젖은 가을 낙엽을 황홀감에 젖어 바라본다. 그 위로 화살 같은 빗살이 빗겨서 끊임없이 내린다. 내일이 걱정된다. 창문 앞에는 시냇물 소리가 어둠 속에서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모르게 육중하게 흘러간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취침, 자리에 누우나 곧바로 잠이 오지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잠이 들었다. 몇 번의 뒤척임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대회 참가-
일찍 일어났어도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 마음 저 구석에서 점차적으로 야금야금 출발시간을 재촉한다. 출발 준비에 대한 조심성이 어디까지 해야 하나 답이 안 나온다.
33km가 넘는 초행의 산악에 대한 지형을 모르고 출발시간이 다 되도록 그치지 않는 비, 기온에 대비한 복장 등으로 인해 머리가 혼란스럽다.
늘 출발하면서 미진하게 준비한 듯, 무언가 하나를 빠트리고 출발하는 듯하는 부족함 속에서 대회 시작이 울렸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후반에서 뒤따라가면서 허겁지겁 출발, 숨가쁘게 주자들은 앞만 보며 정신없이 달려간다. 첫 목표 지점, 시살등까지는 산길 노폭이 한사람 정도 지나가는 폭이라 하여 일단 걷는 시작점에 이를 때까지 여러 사람을 추월하였다. 산길로 접어들고 계속되는 오르막에 얼마 안 돼서 땀이 비오듯 한다. 휴식없는 속보와 끊임없는 오름에 숨이 가쁘다.
‘시살등’, 독특한 이름에 갸우뚱해 본다. 이름의 유래가 왜 그런가..... 다음 날 알게 되었다.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던 곳의 유래가 담겨 있다. 임난의 치욕에서 얻은 이름이라 더욱 마음이 안타깝다. 이 곳에 도착하니 1시간이 소요된다. 아직 아침 식사의 부담감에서 속은 편하지 않다.
오늘 대회에 임하는 테마는 관광모드.
그러나 날씨는 완전히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래서 군데군데 간단한 인증샷만을 남기기로 마음 먹고 몸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적당한 컨디션과 에너지 공급을 조절하면서 달려보기로 했다.
편안한 길로 접어든다. 영축산까지 이런 길인가? 아니다. 역시 산길은 산길이다.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 바위와 휘돌아진 길, 어제 내린 비와 간간히 흩날리는 비로 인해 산길은 이제 정상적인 달림을 포기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안전’이 최우선이다. 산에서 넘어져 골절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안전, 또 안전이다. 설령 한시간을 늦게 가더라도 부상 당하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운무가 좌우 지평 아래 펼쳐져 있다. 문득 안견의 ‘夢遊桃源圖’가 떠오른다.
무릉도원과의 합성, 그 곳에서 말하는 仙界, 비록 명화 속의 아름다운 곳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곳이 무릉도원이다. 몽환적 운무가 군데군데 산봉오리를 살그머니 내밀어 준다. 한폭이 아름다운 동양화를 감상할 여유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정신없이 앞으로 달린다. 영축산까지의 길은 이러한 운무의 연속으로 몇 번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면서 셔터를 찍게 만들었다.
영축산에 도착하니 5분을 남긴 2시간이 경과되었다. 땀에 젖은 몸에 차가운 가을 바람이 에리며 지나간다. 곧바로 내리막길이 이어지면서 운무로 시야도 분간하기 어려운데 가야할 길이 가름이 잘 되지 않는다. 뒷사람이 꾸준히 따라오기에 서로 초행길에 길을 모색해 본다. 미끄러움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달려본다. 넘어지면 어떤 부상이 다가올지 모르니 무척 조심스럽다.
이제 허기가 진다. 준비된 행동식을 먹으면서 미리 에너지를 공급한다. 잠시 후 나타나는 억새밭은 視界가 비록 백여m도 안 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신불산으로 향하는 억새밭이 보기가 좋다. 다갈색의 억새가 간밤 비에 시달렸지만 주자들을 향하여 시원한 모습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나마 영남알프스의 진면목의 한귀퉁이를 대하게 되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이 되는 듯하다.
신불산 도착 9시 50분.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가면서 간간히 만나는 산객들, 간밤을 지새운 이들의 배낭은 마치 예전 시골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 초동처럼 한짐이다. 비박을 한 사람들의 여유가 우리네와 대조가 된다.
천황봉으로도 이어지면서 군데군데 설치된 데크엔 아직도 단잠에 취한 산객들의 별장들이 다양한 색으로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다. 한편으론 자연 속에 너무 많은 데크를 설치해서 경관 및 환경의 훼손이 우려되는 점이 눈살이 찌푸려진다.
간월재에서 또 다시 느끼는 허기로 주춤주춤 먹거리로 보충하면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간다. 몇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잠시 후 나타나는 3cp엔 서울 산악회 회장님께서 확인 도장 자봉을 하고 계신다. 지친 몸이지만 잠깐이라도 반가움을 느낀다. 배내봉을 향하는 길로 하산한다. 길이 또 만만치 않는다. 경사도도 심하고 미끄러움이 걷기조차 어렵게 한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타난다. 하프 주자들이 이미 이 곳으로 오지 않고 앞서간 주자들의 흔적조차 없으니 갈림길에서 잠깐 난관에 봉착한다. 왼쪽과 오른쪽길. 왼쪽은 노폭이 넓다. 오른쪽은 좁고...그러나 코스도를 생각해 보니 오른쪽길임이 감지된다. 한참을 진행한다. 산객을 이윽고 만나 배내고개를 물어보니 정확한 길로 들어왔단다. 안심이 된다. 만약 판단을 반대로 하였으면 하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어디로 떨어져 나갈지....산길이 일반적인 산객들이 많이 찾는 등로가 아님이 느껴진다. 비좁고 잔가지들이 끊임없이 몸을 괴롭힌다.
이제 풀코스 주자들은 거의 앞뒤가 안 보인다. 한참 가가다 대전에서 같이 온 *인*씨를 만났다.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하여 미리 에너지 공급을 하라 하고 앞서 나갔다.
배내봉에서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 지리산 500계단보다 더 한 계단을 만나게 된다. 내리막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나무 계단이 한없이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내려가는 것도 무릎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나무계단이 많다.
드디어 속세, 배내고개. 잠시 에너지 보충 후 능동산을 향한다. 이정표가 정확치 않아 등로를 찾아 올라가본다. 가다가 산객에게 확인하여 안심을 하고 오른다. 이런 점이 좀 아쉽다. 주자들에게 아무리 서바이벌이라 하나 그래도 갈림길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는 배려가 더 있었으면 한다. 능동산으로 오르면서 이미 지친 사람들을 여러 명 추월해 본다.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다들 지쳐서 오르막 걸음의 무게감에 무척 힘들어 한다.
능동산 도착 11시경. 확인 도장 후 다시 천황봉을 향하여 하산. 오면서 급수에 알맞은 배분과 사전 정보로 배낭의 무게를 최소화하여 능동산 아래 약수터에서 또한 한병 공급을 하고 신나게 천황봉을 향해 달렸다. 이제 넓은 임도가 나타났다. 약간의 오르막으로 꾸준히 이어진다. 가다가 눈에 띄인 안내문, 케이블카 공사 알림! 잠시 멈추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달리며서 생각한다. 자연을 필요에 의해 후세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편의만을 위해 이렇게 훼손하니 장차 우리네 자연이 숨쉴 곳이 점점 줄어들텐데...최근 멧돼지의 도심지 출연은 개체수가 증가하여서가 아니라 자연이 파괴되면서 설자리를 잃어서 인가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고 그 예가 될 것이다. 자연은 자연이다. 그대로 놔 두어야 한다. 더구나 천황산은 이렇듯 널직한 임도가 훌륭하게 닦여져 있는데 또 더 파헤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천황봉 도착 12시 15분. 산객들이 정상 부근에 여러 명이 있어 활기를 느껴본다. 주변은 자잘한 돌들로 안정적이지 못한 지세를 지니고 있다. 어느 산이나 천황봉이 흔하다. 그러기에 그 이름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날씨는 더욱 흐려지고 을씨년스러워진다.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재약산을 만나러 간다.
이 부근이 ‘사자평’인데....우리나라 최대의 억새 군락지로 소문난 150만평의 드넓은 곳을 첫 대면에서 전혀 만나지 못하고 초입에서 눈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가게 된다.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미풍에 산들거리는 억새가 햇빛 속에 눈부심을 발하는 청명함을 경험했다면 좋았을테지만, 내가 아직 덕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위로를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오후가 되면 운무가 걷히겠지 하면서 예까지 오는 동안 일말의 기대를 품고 왔건만 끝내 사자평은 나에게 모습을 열어주지 않았다. 못내 아쉽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떨쳐버리고 제약산을 만나러 간다.
재약산을 향하는 하산길이 무척 조심스럽다. 바위가 상당히 도열해 있고 지형이 날카로와 무척 안전에 신경이 쓰인다. 미끄러움까지 더하니...또한 내려가는 산객들을 헤쳐 가니 더욱 불편을 가중시킨다. 하산을 하고 잠시 나타나는 평온한 나무로 만들어진 길로 이끌어진다. 산객들이 응원을 해 주고 길을 미리 알려준다. 그 덕에 힘입어 더욱 힘차게 달림을 해 본다. 다시 두갈래길, 혼란이 또 생긴다. 그러나 대회 안내도에 재약산을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기억이 나서 오르막 우측을 선택했다.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식의 보따리 속에 한가를 즐기고 있다. 이제 허기가 진다. 그 속에 동참을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아뿔사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산길이 흐려진다. 대회측에 길을 문의하려 하나 전화는 안 터진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재약산을 찾았다. 확인도장의 종지부를 찍고 하산,
내리막길. 그러나 조심 조심. 뒤에 따라오는 주자들이 안 보인다. 재약산에서 한무리와 스쳤는데.....
죽전갈림길과 자연농원으로 이어지는 길도 초행이라 곧바로 목적지인 파레소 유스호텔이 보이길 기대했지만 가도가도 끊임없이 억새와 관목들에 이어지고 향로산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산속에 고립된다. 시야는 역시 뿌연 안개뿐. 외길이 끊임없이 펼쳐지면서 이윽고 나타나는 하산길.
그러나 하산길은 고통의 길이다. 신나게 내려가기도 어렵게 경사도도 심할뿐더러 6시간을 달려온 무릎은 이제 슬슬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프다. 몇 번 달림을 멈추고 다리를 풀어보면서 내려간다.
속세가 보인다. 그러나 그 속세는 저 멀리 아스라이 절벽아래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 같다. 마치 하산을 방해하듯 하산길이 너무도 길다. 그렇지만 어떠라...이제 다 와 가는 걸~ 그대로 현재를 감상하자.
주변을 돌아본다. 가을 단풍색이 이제 다체롭게 곱게 반기며 기다려주고 있다. 視界가 제법 두드러지게 펼쳐진다. 건너편 산이 눈안에 들어온다. 가을색을 올해 처음으로 풍부하게 만끽해 볼 수 있다.
바라고 바라던 속세, 아스팔트를 만난다. 무척 반갑다. 이제 지옥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온 것이다. 탈출의 여유와 함께 사진 속으로 세상을 담아 본다. 피로가 모두 가시는 듯하다. 6시간 넘는 땀흘림의 보상을 이 곳에서 확연하게 받은 듯싶다.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대회가 아니라면 이 곳에 머물고 싶다. 하룻밤 더 여유와 휴가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계곡물이 시원스레 펼쳐지면서 가슴이 탁 트인다.
황홀에 젖어 고행을 잊고 흐뭇한 마음으로 계곡주변을 감상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분좋게 다리에 실어본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왜? 나를 괴롭혔던 하산길. 도대체 얼마나 높은 산이기에 그리 쉬운 내리막길도 어려웠던가.
오늘의 목적지, 나의 안식처 파레소유스호텔.
도착 직전 안도의 한숨을 놓으려는 찰나. 입구를 막아서면서 호텔를 휘돌아 올라 가란다. 에구, 이것이 더 힘드네. 여태 고생을 보상받으려는 생각은 도착하는 순간 산산히 무너진다. 한바퀴 돌아 골인.
1시54분. 출발하여 6시간 54분에 입성했다. 경치에 빠져서 추위와 싸우며 그래도 기념물을 챙기기 위해 군데군데 사진 찍으며 7시간 동안 신나는 마라닉의 세계 속에 잠겼었다.
나를 기다려준 레드카펫, 이어지는 완주의 환영말씀과 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주시는 사진 봉사분, 그리고 나를 기다려준 자봉의 여러분들에게 순간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내가 도착하는 것은 잠시지만 참가가를 위해 끝까지 대회를 이끌어 주신 분들, 추운 날씨에 정말 고생이 많으셨음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지막. 나를 이끌어준 여태까지 십여년의 마라톤 대회에서 가장 더럽힘을 당한 내 발에게도 감사를 한다.
기록 : 배번 4169 오재홍 06:54:08
첫댓글 우~ 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