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갈라파고스
류윤
은혜로워라
내리는 햇빛 한 줌에도
불우를 한탄해본바 없이‘
스스로는 한 걸음도 뗄수 없는
앉은 뱅이 일생
뭇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수모와 능멸마저
차별없는
반가운 웃음으로 맞이해
입에 쓴약으로 조제해주는
민들레 약국
뜬 구름 잡는
거대담론의,
허공을 잠식하는
우후죽순
텅텅 빈
신시가지
으리번쩍
테크노 빌딩들의
음소거
비파괴 붕괴의
소리없는 재앙..
이 따금
공실을 찾아드는
검은 세단들이
한 숨 푹..
묵묵히 제 소임 다 할뿐
사회에 둔감한
민들레 약국의
소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참회록
류윤
구부러지며
에둘러가지 않고
후련하게
거침없이 치달리는
꼿꼿한 대나무의 직진을
우러러 숭배했다
나이가 쌓일수록
모난 것이 깨지며
둥글게 깎인 몽돌밭의
차르륵 차르륵
화음에도
귀 기울이게 되었다
껴안는 곡선의
아름다움에
비로소 눈 뜨게 되었다
산에 올랐다가
탐나는 예쁜 들꽃이 있어
뽑아다가 화분에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었지만
시들시들
결국 죽여버리고 말았다
사랑은 애지중지
소유가 아니었던 것을
속도에 중독되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결국 속도에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야
달이 차고 이우는데
한달이 걸린다는 이치에
눈뜨게 되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시간의 힘에 맡겨두어야
하는 일도 있는 것을
종생이 가까워서야
크고작은 꺠우침에 이르렀다
너무 늦었다
이마에서 가슴까지 오는데
일생이 걸렸다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민들레 갈라파고스
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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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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