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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가져도 99% 행복하다
미하엘 짐페를
1. 레스니스, 소박한 삶이 주는 기쁨
삶에 지친 당신, 인생을 되돌아보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은 물건을 소유한 적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새로운 물건이 개발되고 생산된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먹을 음식, 마실 물, 잠잘 집, 입을 옷과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는 만족된 지 오래다.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고, 심지어 자가용이 두 대인 가정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두서너 종의 잡지를 구독하고, 주말마다 휴일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고, 일년에 몇 차례씩 휴가를 즐긴다. 정신적으로도 지금처럼 바빴던 적이 없었다. 실시간 뉴스가 24시간 논스톱으로 전 세계에 전달된다. 날로 새로워지는 정보와 이념과 유행과 트렌드와 이상과 인생지침을 속사포처럼 퍼붓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거의 모든 것을 허락하는 인생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세상만사엔 대가가 따르는 법. 이런 풍요로움은 돈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 에너지까지 잡아먹는다. 미친 듯이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다시 미친 듯이 물건을 사들이고, 남에게 뒤쳐질세라 정보를 수집하고, 유행을 쫓아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속속들이 다 안다고 좋을 게 뭔가? 주변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나름의 인생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문득 밀려올 때가 없는가? 여태 뭐하며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날은 없었나? 이제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할 때다.
레스니스가 유익한 이유
레스니스의 삶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것은, 그것이 다른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오직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자발적 가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레스니스의 삶을 선택했다고 해도 좋다. 어쨌든 계기는 마련됐지 않은가. 이제 '긴축재정을 해야 해'라는 조바심을 '뭐, 난 어차피 많은 걸 원하지 않는 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오해는 말길. 절대적인 소비와 소유의 권리마저 모조리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므로. 레스니스의 삶은 불필요한 것들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알짜배기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건을 소유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방 싫증나는 유행품과 달리 그런 물건들은 오랜 생명력과 높은 품질로 행복감과 기쁨을 안겨준다. 정신적인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교양이 그런 자산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아주 값진 정신적 자산을 쌓는 한 방법이다.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다 보면 이전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구매에 응하게 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난 후 후회를 하지 않게 된다. 단 소비는 정말 원하는 것으로, 진정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상품과 정보와 활동으로 제한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물건을 사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흘려보냈던 그 많은 시간을 이제부터는 무얼 하면서 보내야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레스니스의 멋진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레스니스의 삶은 돈이 전혀 안 드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소박한 것을 향해 눈길을 돌려주며 소박한 것에 투자할 시간을 남겨준다. 내 경우, 나는 일요일 오후 인적 드문 샛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역시 기쁨의 샘물이다.
이렇게 실천하라
레스니스의 삶이 주는 힘을 빌리면 누구든 새로운 시각과 행동방식을 익힐 수 있다. 자가용 대신 전철을 타고, 눈 뜨자마자 습관처럼 켜고 보던 TV시청도 자제하게 될 것이다. 값비싼 관광지 대신 시골마을 농가에서 조용한 휴가를 즐기고, 지갑을 꽉 채웠던 신용카드들을 하나로 줄이고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또 파트너에게 바라던 기대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레스니스의 삶이 힘들고 한계에 부닥칠 때마다 여유를 가지고 견뎌내자. 일단 습관이 되면 더 이상 힘들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는가?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자신을 아는 건 독립적이고 충만한 삶을 여는 열쇠일 뿐 아니라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알고 있을수록 물욕을 부추기는 외부의 영향력에 덜 휘둘리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파트너가 있는 사람이라면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는 데 있어 그 파트너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레스니스의 시작은 청소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을 '과연 내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춰 점검해보고, 더 이상필요 없는 것이나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과감히 버려라.
2. 합리적 소비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는 망상
우리는 친구, 일가친척, 직장 동료 사이에서 늘 알게 모르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교 동창이 최고급 승용차를 장만했다고 자랑한다. 최신형 휴대폰을 구입한 동료는 온종일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조카는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하고, 먼 친척 누나의 딸은 일류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이런 경쟁의 문제점은 끝없이 계속된다는 데 있다. 아무리 헉헉대며 쫓아가봤자 사람들은 늘 나보다 한걸음 더 빠르다. 매번 뒤처지는 느낌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려면 먼저 자신이 이런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드러내놓고 자랑하고 경쟁을 부추기지는 않았겠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을 이겨보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돈 많은 친구와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를 불쾌감을 느꼈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경쟁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자신도 모르게 경쟁심이 생기거든 이렇게 한번 자문해보자. "저런 경쟁이 과연 내게 무슨 이득이 될까?" 아마 예상보다 훨씬 쉽게 경쟁심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뭔가 나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가? 하지만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것 중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없다. '나만 못 해봤다'는 강박관념은 오늘날의 멀티옵션사회가 낳은 부작용이다. 요즘 세상엔 선택 사항이 너무 많다. 그러니 놓쳤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이나 환경도 한몫 거든다. 그들은 우리를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정말 우리가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을까? 오늘 하루 뉴스를 안 봤다고 해서, 세상사람 다 봤다는 인기 영화를 안 봤다고 해서 인생이 과연 헛된 것이 돼버리고 마는 걸까?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 나의 본성과 어울리는 것인지, 그것이 내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지, 하염없이 이것저것 권유하는 친구들의 자랑과 허풍을 과연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
속도전과 멀티테스킹
날로 빨라지는 사회는 우리의 시각, 미각, 청각, 후각에까지 속도를 재촉하고, 가속이 붙은 공감각은 결국 소비를 촉진한다. 발길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속도를 조금만 줄여보면 어떨까? 무슨 일에든 감각을 총동원하고, 관심을 집중하자. 집안에 식물을 들여놓고 매일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일상의 느긋함을 기르는 훈련으로 매우 좋다.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춤으로써 헛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동시에 많은 일을 하며 산다. 광고나 매체는 그것을 아주 바람직하다고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현장의 결정판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어느 곳이나 사방에 모니터를 걸어두고 있고,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정신없는 모니터 화면에 눈길을 주고는 있지만, 방송의 내용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옆 사람과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려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 그것도 레스니스의 일부다.
쇼핑의 기술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는 고가의 물건을 사서 과시한다는 의미에서의 소비가 아니다. 게다가 그런 소비에는 도저히 미덕이란 말을 붙일 수 없다. 철저한 가격 비교를 통해 싼 값을 물건을 사들이는 것, 과일의 신선도나 고기의 육질과는 상관없이 가격만 싸면 그만이라는 식이 과연 바람직한 소비의 모습인가. 싼값에 대한 집착은 충동구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식의 대책 없는 쇼핑 습관을 고치고 싶은가? 한 가지 결심만 하면 된다. 진짜로 원하는 것, 진짜로 필요한 것만 사겠다는 결심 말이다. 파격할인 제품이 유혹의 손짓을 해올 때면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값에 괜찮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세트상품은 인간의 원초적인 수집 욕망에 불을 지른다. 단정해 보이는데다 고급스럽게 여겨지고 약간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건 기본이다. "아, 갖고 싶다. 언젠가는 쓰일 데가 있을 텐데..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아이가 기뻐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 아이의 환호에 맞장구를 쳐서는 안 된다. 세트 가운데 몇 개는 쉽게 망가지고,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꼭 끼어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품질 좋은 제품으로 골라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 마일리지와 사은품에 대한 집착도 버리자. 사은품은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고, 2만 원짜리 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모자라는 액수 5만원을 채우겠답시고 예정에도 없는 물건을 사는 모습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전자시계, 스카이콩콩, 요요, 워크맨, 다마고치, 만보계, 루즈삭스, 무스탕… 그 많던 물건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거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체로 유행품의 생명력은 극히 짧다. 이 말은 멀쩡한 물건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유행품은 가게에 진열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부터 이미 절반은 쓰레기인 것이다. 내 말이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가? 어쨌든 결정은 당신의 판단에 달려 있다. 몇 달 만에 쓰레기가 되어버릴 수백만 개의 제품이 우리의 자원을 얼마나 낭비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모쪼록 고민해보기 바란다.
3. 일과 휴식
일이 즐거우려면
지금껏 우리는 일에 전력투구하며 살았다. 무엇 때문에? 출세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두툼한 월급봉투 없이는 행복도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은 우리를 돈의 노예가 되게 하고, 출세지상주의자로 내몬다. 그러다 보니 일을 선택할 때도 그 기준은 돈이 된다. 일이 나와 맞는지,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저 멀리 후순위로 밀려난다. 그렇게 선택한 일이 즐겁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출세가도를 향해 달리는 삶이 옳은 삶인지를. 목표를 망각하고 오직 일 자체의 재미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사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지만, 원하던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 자리가 생각보다 훨씬 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 무거운 책임감 등,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인생이 훨씬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면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굳이 그 자리에 오르려 할 필요가 없다. 돈을 너무 많이 벌어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이웃집 아저씨가 왜 부러운가? 일이 너무 바빠 그 대궐 같은 집에는 들어갈 시간조차 없는데.
돈에 지배받지 않는 인생
레스니스의 삶을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적당한 경제적 여유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시켜줄 수 있고, 돈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할 수도 있다. 또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우리의 삶은 너무 돈에 얽매여 있다. 풍요로운 삶과 소비의 즐거움은 잠시, 돈에 얽매이면 종국에는 스트레스만 남는다. 이제 돈으로부터, 경제적 강박증으로부터 과감한 탈출을 시도하자.
첫째, 신용카드의 숫자를 줄인다. 신용카드는 현금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므로 소비를 부추긴다. 이참에 기타 멤버십카드, 마일리지카드도 싹 정리하자. 제일 좋은 방법은 카드가 들어갈 자리가 몇 칸 안 되는 작은 지갑을 장만하는 것이다. 둘째, 은행계좌는 두세 개를 넘지 않도록 정리하자. 셋째, 보험구좌의 숫자. 종신보험, 암보험, 교육보험, 연금보험… 이러다가는 보험을 타기도 전에 굶어죽을 판이다.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보험의 숫자를 과감하게 줄이자.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해 쓸데없는 보장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은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그밖에도 지갑의 부피만 부풀리는 잔돈은 아예 지갑에서 빼버리는 게 낫다. 잔돈이 생기면 즉시즉시 저금통에 집어넣는 습관을 들이자.
지나치면 독이 되는 문명의 이기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기술도 때로는 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쓸데없이 너무 많은 기기에 치여 산다. 단순한 삶이 주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품, 꼭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물건을 구입할 때도 화려하고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은 피하자.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봐야 할 것들이니 가급적이면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디자인이 무난하다. 기능은 단순할수록 좋다.
하이테크제품이나 오락기기는 가급적 최신형으로 사지 않는 게 좋다. 지금 집에 있는 컴퓨터와 DVD 플레이어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얼마나 엄청난 가격이었는지 기억나는가? 당시만 해도 최첨단 제품이던 그것들을 사려고 돈을 한보따리 갖다 바친 것만 생각하면 억울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100만 원대를 호가하던 휴대폰이 거저 줘도 안 가져가는 고물 취급을 받기까지는 불과 1∼2년밖에 안 걸린다. 신제품들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비싼 돈 들여 기업의 신제품 테스트나 해줘서야 되겠는가?
휴대폰이 주는 문명의 이기는 우리를 극심한 업무의 스트레스 속에 빠뜨리기도 한다. 장시간 깊이 있는 대화도 불가능하다. 때로는 울리지 않는 전화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난 정말 인기 없는 인간이야. 세상 헛살았어.' 24시간 내내 휴대폰을 켜두는 유형이라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단언하건대 그것은 불필요한 강박관념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사이트 수가 몇 개인가? 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화번호가 내가 기억도 못하는 곳곳에 마구 흘려져있다고 생각해보라. 꺼림칙하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사이트들을 싹 정리해보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사이트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탈퇴하는 게 좋다.
휴가의 기술
여가의 백미는 휴가고, 휴가의 백미는 여행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휴가여행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남들 다 가본 곳에 나만 안 가볼 수 없어서, 멋진 여행을 다녀왔노라 뻐기고 싶어서 별별 고초를 다 견뎌낸다. 무거운 가방을 몇 개씩 짊어지고, 생리적 현상을 초인적으로 참아내며 고속도로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저 그런 호텔 뷔페에 젓가락이라도 대보려고 긴 줄을 마다 않고 하염없기 기다린다. 이렇게 떠나는 여행을 과연 휴가라 부를 수 있을까?
'휴가=여행'이라는 공식은 대체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인가? 대체 누가 우리에게 그 소중한 여가를 공항에서, 길 위에서, 북적이는 식당에서 허비해야 한다고 강요하는가? 떠나지 않는 것도 휴가다. 꼭 지금 허덕거리며 여행안내서의 추천 코스를 다 돌아보지 않아도 앞으로 살면서 둘러보고 살펴볼 시간은 얼마든지 넉넉하다. 물론 때로는 여행도 필요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동경이요 그리움이다. 하지만 꼭 너도나도 다 떠나는 휴가철에 덩달아 혼잡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사실 여행의 효과는 거리가 아니라 일상을 떠났다는 그 사실 자체에서 오는 것이다.
4. 생활의 재발견
마이 스위트홈
집에 들어가면 정말 편안한가? 집을 어떻게 정리하고 꾸미느냐에 따라 기분이나 감정도 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집에 들어가는 게 즐겁지 않게 돼버렸다면, 집의 모양새부터 점검해 볼 일이다. 십중팔구 자신도 모르는 새 창고나 다락방이 돼버린 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레스니스는 주거 공간 및 그 주변 환경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 친화적인,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자. 이왕이면 이웃주민들이 자기과시나 비교를 일삼는 사람들이 아닌지를 살펴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레스니스의 삶에서 집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면 된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환경을 마련했다 해도 레스니스의 삶을 위한 실천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바로 청소와 정리 정돈이다.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집안에 있는 살림살이와 잡다한 물건들을 점검해보자. 한두 번 쓰고는 처박아둔 여가용품은 몽땅 갖다 버리자. 자기과시용으로 사놓은 물건이라면 두 번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의 기호와 멀어진 과거의 물건들과도 최대한 빨리 작별을 고하는 것이 좋다. 설사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이 밀려들더라도 넓고 쾌적해진 집안 분위기는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을 것이다.
자가용에 대한 짧은 명상
언제부터였나. 자가용이 생활의 필수품처럼 돼버린 것은? 집을 나설 땐 무조건 자동차 키부터 찾고, 심지어 장을 볼 때도 차를 몰고 간다. 물론 자동차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편의를 가져다주었다. 교통이 나쁜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거나, 어린 아이를 키울 때는 생활의 불편을 덜어준다. 하지만 몇몇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1.5톤짜리 강철을 늘 지고 다니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얼마나 실용적인 대안의 교통수단이 많은지.
기차와 전철은 정확한 시간과 속도에 더하여 특별한 여행 기분을 선사한다. 장점은 또 있다. 손가락 하나 까닥 하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게 된다. 물론 기차와 전철을 이용하는 데도 한계와 단점이 있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또 모든 기차의 공간이 넓고 쾌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측면을 고려해볼 때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아직까지는 가장 뛰어난 교통수단임은 분명하다. 자전거 역시 레스니스의 교통수단이다. 굳이 단점을 따지자면, 날씨에 따라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을 감수하면 자전거는 훌륭한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뛰어난 운동 효과도 제공한다. 그리고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인간적인 교통수단도 있으니 바로 두 발로 걷는 것이다. 제법 먼 길을 자주 걷다 보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걷기가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진리 말이다.
사실 자가용은 레스니스의 삶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있던 자가용을 당장 내다팔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가용을 고를 때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고려할 것을 권한다. 첫째, 규모를 줄이자. 옵션과 각종 기능의 유혹에도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둘째, 속도를 낮추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리저리 차선을 옮겨다녀봤자 편안하게 운전한 사람과 큰 차이는 없다. 설령 남들보다 일이십 분 가량 늦게 도착하면 또 어떤가. 생명이 달린 화급한 일이 아니라면 아무문제 없다.
의사도 말해주지 않는 진실
레스니스의 삶이 무조건 약과 병원을 거부하는, 대책 없는 고집불통 인생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로 병이 들었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약을 먹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 건강에 대한 레스니스의 취지는 최대한 병이 들지 않도록 하는 데, 그래서 가급적 약을 덜 쓰고 치료를 덜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의약품 소비와 병원 방문의 횟수를 줄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바로 예방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비타민과 미네랄 부족에 시달린다. 따라서 비타민 섭취라는 아주 간단한 예방법으로 거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특히 흡연자, 식습관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 신선한 공기를 쐴 기회가 적은 사람일수록 비타민 복용의 효과를 빨리 느끼게 될 것이다. 무기질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많이 완화될 것이다. 어깨나 등의 통증도 자주 자세를 바꿔주고 어깨 근육을 풀어주면 예방이 가능하다.
유행병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경험이 없어 어떤 것이 진짜 병이고, 어떤 것이 제약회사의 사기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신종 질병의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언론이다. 그러니 앞으로 신종 질병에 대한 기사나 보도를 접하면 비판적 거리를 두고 관찰하자. 늙어간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삶의 일부다. 늙어가는 몸을 걱정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쓸데없는 걱정에 허비하는 데 쓰느니 차라리 삶을 레스니스의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데 쓰자.
패션에도 통하는 파레토 법칙
옷장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지금 무슨 말을 할까? 아마 산더미처럼 쌓인 옷에 치여 "살려줘!"하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을 것이다. 패션의 레스니스는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옷장을 파레토 법칙에 따라 정돈하면 된다.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이 법칙은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파레토 법칙이란 '어떤 일에 대한 성과의 대부분은 투입된 인력, 수단, 활동의 일부에서 나온다'는 법칙으로, 숫자로 환산하면 결과의 80%는 투입된 수단의 20%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옷이 있어도 실제로 내가 옷을 입고 다니는 시간의 80%는 소수의 옷, 즉 20%의 옷만 입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옷에서 신발, 액세서리까지 이리 저리 맞춰 코디를 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옷장은 최대한 간소하게 유지하자.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려면 비싼 브랜드 의류나 디자이너 의류에 대해서도 초연할 줄 알아야 한다. 원단과 가공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약간의 감각만 있다면 노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품질 좋은 물건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레스니스의 삶을 실천하려면 유행에도 담담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몇 세대에 걸쳐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한 상류사회에서는 아무도 유행에 신경 쓰지 않는다.
5. 정신의 레스니스
긍정적 인간의 탄생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당신은 어떻게 푸는가? 혹, 옷가게를 전전하며 미친 듯이 쇼핑을 해대지는 않는가? 초콜릿, 과자, 사탕 같은 단것들을 마구 먹어대는 건 아닌가? 무조건 차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대며 내달리지는 않는가? 세상만사 다 잊어버리겠노라며 술과 담배에 몸을 내맡기는 건 아닌가? 이런 방법들로는 절대 기분을 풀지 못한다. 돈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 오히려 몸과 마음을 더 괴롭히는 방법들이다.
훨씬 간단하고 값싸면서 부작용도 없는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바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로도 효과적인 기분 관리를 할 수 있다. 단,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분노가 사그라지고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아까는 왜 그렇게 흥분을 했었는지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아마 대부분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기분을 상하게 하는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경우에 있어 화를 내기에 앞서 내가 부정적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사에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조급하게 굴지 않는 것 또한 레스니스적 삶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지나친 완벽주의를 삼가는 것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자. 대개의 경우 완벽주의는 불만을 불러오고, 불만은 불행의 씨앗이 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 지금 나의 모습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정말 중요한 것에 힘과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다.
우정에 관하여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관계가 두루두루 다양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그물망처럼 엮인 관계를 등에 업고 성공도 쉽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사회를 편하게 살아가려면 가급적 큰 폭의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을 갖게 된다. 우정, 그것은 사랑과 더불어 거룩한 이상으로 우리 안에 크게 똬리를 틀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현실의 우정이란 결코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정이라 믿었는데 상황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 관계가 많다. 이를테면 출세를 위해 서로 의기투합한 직장 동료들의 관계가 그렇다. 이렇게 실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맺은 우정은 그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십중팔구 의미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동시에 목표가 달성할 경우는 그래도 낫다. 그러나 어느 한쪽은 원하는 만큼 출세한 반면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했다면 관계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우정의 틀 속에 놓인 친구들을 경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늘 탐색하고 시샘하는 통에 상대의 맘을 상하게 한다. 이렇게 힘든 관계가 있다면 일단은 거리를 두자. 원한다면 나중에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다. 관계를 다시 회복할 때는 '누가 더 많이 가졌나' 게임에 말려들지 않도록 유의하자. 아무리 절친한 관계라도 갈등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친구 사이에서는 승리가 곧 패배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우정이라면 그 관계에서만은 불타는 승부근성을 잠시 옆으로 밀어놓자. 친구 사이도 애인 사이하고 똑같다. 상대에 대한 기대가 크면 반드시 실망도 큰 법이다. 친구라면 그가 가진 결점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랑에 관하여
미혼 남녀들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셀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을 줄줄 읊어댄다. 하지만 그래서는 평생 가도 제짝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TV를 켜도, 소설을 펼쳐도 현실에는 없는 사랑들이 넘쳐난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눈에 띄는 외모에 완벽한 능력을 갖췄다. 어찌된 게 그들은 똥도 안 싸고 방귀도 안 뀌며 사는 것 같다. 정말로 진실한 짝을 만나서 진실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미디어가 심어놓은 이런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세상사람 모두가 샴푸광고에 나올 법한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의 여자나 무지하게 돈 많은 미남자를 원한다고 해서 나의 이상형도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사랑도 내게 중요한 것, 내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파트너에게 품고 있는 기대도 미디어가 창조해낸 허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자. 뭔가 꼭 필요하다면,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내가 먼저 상대에게 해주자. 아내보다 일찍 퇴근해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아내를 맞이해보자. 배우자와 늘 붙어 지내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각자의 시간을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붙어있다 보면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라도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을 하나쯤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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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