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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폭행의 범인은 잘못된 쪽으로 진화된 우리의 뇌.
#.0; Me Too 회오리바람;
해마다 연말에 세계 여러 나라의 주된 매체와 기관에서 그 해를 돌아보고 가장 기억할 단 하나의 인물 또는 단 하나의 낱말을 뽑는다. 그 중의 하나로 미국의 유수 주간지 TIME은 표지에 몇 명의 여성 사진을 싣고 ‘침묵을 깬 자들’이란 뜻인 Silence Breakers라는 말을 2017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발한 '미투(Me Too)‘운동의 원조이다. Me Too란 말은 ‘나도 (남성에게) 성 희롱 또는 성 폭행을 당했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 운동이 일어난 것은 실상 여배우 애슐리 저드가 작년 10월 뉴욕타임스(NYT)에 "1997년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기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와인스틴 스캔들' 보도 직후 배우 앨리사 밀라노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 '나 역시 피해자였다'는 의미의 '미투'라는 해시태그(검색이 쉽도록 단어 앞에 붙이는 #기호)를 앞세우고 각자 경험을 고백하는 '미투 캠페인'을 벌이자고 제안하면서 요원의 불길이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제안이 나온 지 24시간 만에 약 50만건의 미투 트윗이 올라왔다. 타임의 에드워드 펠센털 편집국장은 미 NBC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해 "이 고발 운동은 개개인의 용기로 시작됐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있었던 사회 변화 중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투데이'의 간판 앵커인 맷 라우어도 최근 성추행 의혹으로 방송에서 물러났다.
한국에서 최근 불고 있는 이 ‘미투’ 바람도 그 미국의 미투 바람의 영향도 받았으려니와, 근본적으로는 현직 검사인 서지현 씨가 자신이 8년 전에 당했던 성희롱을 문제 삼아 세상에 공개하면서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나도 나도 하면서 궐기하면서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나는 이것을 지금 이 카페에 게재하고 있는 최근의 글과 연결해서 우리 인간의 마음의 수원지인 뇌의 발단과 진화 과정에 연결시켜서 고찰해 보려고 한다.
#1; 우리의 ‘자연뇌’는 수억 년 기나긴 세월을 거쳐 오늘 모습으로 진화했다;
‘자연뇌’란? 그냥 뇌라고 하면 될 터인데 왜 굳이 자연이란 머리말로 형용해야 하나? 라는 질문이 있을 법하다. 이 연재에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인간의 뇌를 로봇의 뇌와 대조시키면서 자연이란 말을 머리에 붙였었다. 자연뇌 또는 자연의 뇌란 우리가 출생하면서 갖고 나온 뇌이다. 그 긴 진화의 과정을 훑어본다.
(1) <해파리 시대>; 46년 전에 형성된 이 지구 행성에 유전자의 근원인 생명체가 그로부터 10억 년 후, 지금으로부터 거슬러 올라 가 36억 년 전이다. 그리고 우리들 인류의 조상이 지상에 나타난 것은 거금 수백만 년 전이다. 그리고서 그 인간의 뇌의 시작을 예감할 수 있는 근육과 신경이 발생한 것은 해파리, 성게, 말미잘 등 강장동물(腔腸動物)이 발생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 단계의 신경은 아직 원시적인 것이어서 분자생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신경은 그것들의 전신에 만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들 강장동물의 원시적 신경은 반-신경세포(paraneuron)라고 부르는 것인데, 놀랍게도 사람의 소화기관에도 그와 같은 반-신경세포가 있어 먹은 음식을 운반하기 위한 독특한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몸 안에는 5억 년 전에 탄생한 가장 오래 된 동물인 강장동물이 장이라는 모양으로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2) <문어, 거미 시대>; 그러고 나서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軟體動物), 거미나 게 따위 절족동물(節足動物)이 되면 그때까지 만연히 온 몸에 깔려 있던 신경이 한 군데로 모여 들어 신경절(神經節) 이라는 소형-뇌(little brain)가 몸의 여기저기에 발생하게 되었다. 문어의 발은 몸체에서 끊겨 나가서도 꼬물꼬물 움직인다. 이것은 발의 신경절이 근육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소형의 뇌 역시 우리의 몸에 남아 있다. 그것이 남아 있어서 나타나 보이는 것은 역시 동물의 원점인 소화기관의 변두리이다. 위장에는 신경의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것을 조종하는 구실로 몇 개의 신경절이 존재한다. 그것들 작은 뇌 덕분에 본인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마치 독립한 생물처럼 활발히 활동하는 위장의 소화활동이 가능하다.
(3) <물고기 시대, 뇌간 생성>; 물고기와 같은 척추동물로 진화한 과정에서 처음으로 온 몸에 분산돼 있던 신경절들이 한 곳으로 모여서 뇌라는 말에 합당한 컨트롤센터가 나타난 것이다. 문어발처럼 여러 개의 신경절이 있어서 제멋대로 지령을 발하기 보다는 중앙관제탑이 호령하는 중앙집권 체제 쪽이 허실이 없고 훨씬 효율적이다. 거기서 신경세포가 하나로 연결되어 척수라고 하는 정보 루트가 생기고, 그 끝에는 온몸 여기저기에서 보내 온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신경의 가다마리가 있다. 이렇게 해서 발달한 것이 사람의 뇌의 가장 오래 된 최고층(最古層)인 뇌간이다.
뇌간(腦幹)은 ‘생명의 뇌’라는 별명이 나타냄과 같이 자율신경이나 호르몬을 통해 호흡이나 체온, 혈압, 혈당치 등 생명활동의 가장 기본적인ㄴ 조절을 맡고 있다.
(4) <파충류 시대, 대뇌변연계 생성>; 바다 속에 서식하는 어류에게 드디어 진화의 도약이 찾아온다. 그들 중 일부분이 물을 떠나 뭍으로 올라와 파충류로서 육상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을 떠난 것으로 인해 파충류는 물고기들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엄청난 행동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행동의 자유란 보다 자유로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먹이를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이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억세게 생존하기 위해 파충류는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라는 새로운 뇌가 발달했다. 본능이나 정동, 감정, 쾌 불쾌와 같은 감각 등이 이 변연계에서 산출된다.
(5) <인류의 출현, 대뇌신피질 발생>; 하지만 씩씩한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확실히 생존하기 위해서는 체험을 기억하고 학습하며, 그것들에 의존해서 생활환경이나 생활조건을 보다 적확히 판단해야만 할 것이다. 그를 위해 파충류는 변연계에 더하여 대뇌신피질(大腦新皮質)이라는 뇌가 발달한다. 사람의 뇌로 말하면 가장 거죽에 있으며 뇌간이나 변연계를 에워싸고 있는 두께 2~3mm, 주름을 펴서 넓히면 신문지 넓이만한 표층 부분이다. 주된 활동을 사고나 언어, 판단, 운동이다.
(6) <전두엽의 발달>; 현재 진화의 최첨단에 있는 인간의 뇌의 특징은 이상하리만큼 크게 발달한 대뇌신피질이다. 이마의 밑에 있는 전두엽(前頭葉)이라는 신피질은 다른 파충류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고도의 활동은 이 전두엽에서 이뤄진다고 생각되고 있다. 창조성이나 정신활동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형의 뇌컴퓨터가 우리들 인간의 뇌인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인간의 뇌는 다음과 같다.
* 뇌간__물고기의 뇌 생존을 위해 체내 환경 조절 역할.
* 대뇌변연계__ 파충류의 뇌; 본능. 정동. 쾌 불쾌의 감각.
* 대뇌신피질__ 파충류의 뇌; 사고. 언어. 판단. 이해. 기억,\.
* 전두엽__ 사람의 뇌; 창조성. 고도의 정신활동.
#.00; 막간 새치기; 재미있는 글을 소개하며 앞에 말한 인간의 뇌가 오늘과 같은 상태로 진화하는 과정 후반에서 파충류 형태를 거쳤다는 것에 대한 조금 이색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야기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역사학과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의 명저 ‘호모 데우스’에서 따온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이 책에 앞서 ‘호모 사피엔스’를 내놓았다. 두 가지가 다 우리말로 번역돼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하라리 교수는
‘미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omorrow)’에서 인류의 미래를 오늘날 인공지능시대에 초고도로 발달한 신기술로 인간의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지고 불로장생을 누릴 특권층이 ‘신적 존재(호모 데우스)로 남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의 마지막 주인은 인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책에 미루고,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들어가자.
이야기는 책 ‘호모 데우스’의 제2장 인류세 중 소제목 <뱀의 자식들(The Serpent's Children)>에서 베껴 옮긴다. 여기서 저자는 구약성경의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에서의 삶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동서의 한국어 번역서 (김명주 옮김) 113~114쪽 참조>
**(전략)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수렵채집인 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농업혁명과 놀랍도록 닮았다. 분노한 신은 아담이 야생의 과일을 계속 따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대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야만 빵을 먹을 수 있는” 저주를 내렸다. 성경 속 동물들이 농경 이전 에덴동산 시대에만 인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성경이 이 일화를 통해 보여주려 한 교훈은 무엇일까? “너희는 뱀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 것이며, 동식물과는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지 마라. 안 그러면 재앙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이 성경 속 이야기의 껍질들을 한 겹씩 벗겨내면 더 깊고 오래된 뜻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셈족 언어에서 ‘이브’는 ‘뱀’ 또는 ‘암컷 뱀’을 뜻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이 어머니 조상의 이름에는 원시 애니미즘 신화가 감춰져 있는데, 그 신화에 따르면 뱀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조상이다. 많은 애니미즘 문화에 인간이 뱀이나 여타 파충류를 포함한 동물에서 유래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무지개뱀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믿는다. 아란다족과 디에리족은 자신들의 부족이 원시 도마뱀 또는 뱀에서 기워했으며, 이들이 인간으로 변신했다고 주장한다. 실은 현대 서구인들 역시 자신들이 파충류에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각자의 뇌 중심에는 파충류의 뇌가 있고, 우리 몸의 구조는 사실상 변형된 파충류의 몸이다.(이하 략)**
#2; 뇌가 욕망하는 마음을 낳았다;
뇌의 구조에 대해 대충 알았으니, 이제는 뇌와 마음의 관계를 보도록 하자.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유부남인 E선배).
“에고 우리 후배 한 번 안아보자”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와락 껴안아대던 G선배)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노래방에서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이름도 기억나 지 않는 주장 검사).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테니 나랑 자자” (H선배)
앞에 적은 말들은 검찰 조직 내에서 성추행이 이뤄지고, 그 희생이 된 여검사(서지현)의 고백 겸 고발장 속에서 뽑은 글이다.
“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섹시하고 탱탱하군.”
이것은 A초등학교 3학년 교사들이 회식에 교장, 교감을 초대한 자리에서 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왜 이와 같은 지저분한 말들을 인용했는가 하면, 문제가 되고 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 스캔들이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말은 마음에서 나온다. “배가 고프다.” “섹시한 몸매다. 저런 여자와 상대하고 싶다.” “뭐라고?! 네가 밀치고 들어오지 않았느냐! 이 자식, 패줘야 알겠니?!” “이 사업은 성공할까? 실패하면 어떻거지?” 우리는 이와 같은 말들을 부지부식 간에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의외로 망각하기 쉬우나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때는 반드시 말, 언어를 사용한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머릿속에서는 말을 한다. 그와 같은 사람의 언어활동은 뇌의 대뇌신피질에 있는 언어야(言語野)라는 곳이 담당하고 있다. 앞에 열거한 말, 곧 ‘생각’들은 뇌의 가장 바깥쪽에 크게 발달한 신피질 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각은 수학의 계산과는 달리 그 뿌리에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본능적 욕망이나 분노나 두려움, 불안과 같은 정동이 얽혀 있다. 그 중에서 식욕과 성욕이 가장 기초적인 욕망이다. 먹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고, 성욕은 씨를 낳아 심고 기르기 위해 일어나는 생리적 욕망이다. 즉, 본능적인 욕망이다. 이들 욕망이나 정동은 신피질 보다도 더 깊은 곳에 있는 대뇌변연계에서 산출된다. 뇌의 보다 깊은 곳은 진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보다 원시적이며 보다 생명의 근원에 가까운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욕망이나 정동은 쉽게 컨트롤 되지 않는다. “먹고 싶지만 참아야지”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참지 못하고 탈을 일으킨다.
되풀이해서 말하거니와 왜 그와 같은 본능이 존재하는가는 식욕은 개체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성욕은 자손을 남겨서 종(種)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한다. 이와 같이 개체의 유지와 종의 보존이 본래의 목적이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의 경우는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딴 판인 데서 그 욕망을 실현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이다.
#3; 성희롱/성폭력의 범인은 우리의 ‘욕망하는 뇌’;
식욕의 경우는 자신의 건강이나 생명을 해치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사람들은 미식이나 과식을 한다.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본래의 목적에서 일탈한 식욕 때문에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사라들이 그 인생에서 자손을 남기기보다는 쾌락을 좇아 행하는 성적인 행위가 더 많을는지 모른다. 이것 때문에 앞에 소개한 ‘미투’소동이 발발했다고 해서 틀리진 않을 것이다.
왜 이렇게 욕망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거기에 바로 우리의 뇌가 걸려들고 있다. 변연계가 생산하는 먹는 것이나 섹스의 쾌감이 신피질에 의해 의식화되어 독립적인 것으로 추구된다. 곧, 다른 동물에서는 무의식의 어둠에 갇혀버린 ‘욕망하는 마음’이 신피질화 되었다 할 것이다. 그 순간부터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자연의 욕망을 좇아 살 수 없게 되었다. 어떤 때에는 신피질이 욕망을 충동질하며, 어느 때에는 제동을 건다. 신피질의 간섭이 있으므로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를 입으로 가져간다. 반대로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먹지 않는다. 또는 성인용 비디오를 ‘감상’하고선 신피질를 거쳐서 정욕을 자극 받아 창조성이라는 전두엽의 새 기능을 이요해서 망상에 폭삭 빠진다. 그러다가 한 걸음 앞으로 헛딛고선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일으킨다.
이렇게 우리를 잘못된 성욕의 길로 유혹하는 범인이 다름 아닌 우리의 진화된, 그러나 곁길로 빠진 가짜 ‘욕망하는 뇌’라면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