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너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벤스 부통령간 회담에 관한 폐북 소감 글"
현재 우리의 대미관계를 생각할때 결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 khc
회담관련 유튜브는 따로 보내겠습니다.
[트럼프의 동맹 없는 새로운 미국]
나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불러 놓고 대통령과 부통령이 Good Cop, Bad Cop 역할을 나누어 전쟁 중인 외국 정상을 쥐 잡듯이 하는 이 동영상을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내가 6.25를 겪고 미국의 동맹의 힘으로 나라가 공산치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우리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강대국 러시아의 힘에 의한 국경 변경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고, 이 불쌍한 나라의 힘겨운 투쟁을 지지하는 입장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트럼프는 역시 내가 소화하기에는 벅찬 정치인이다.
미국의 대통령, 부통령은 덫에 잡힌 산짐승과 같은 외국의 지도자를 그냥 몰아 붙인다. 과거 미국의 약속과 외교를 상기하기 위해 거론한 오바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는 바보 같은 최악의 인간들의 약속이라 전혀 상관없다고 자국의 전직 대통령들을 최악의 인간으로 전세계 미디어 앞에서 욕을 한다.
물론 젤렌스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해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흥분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현실주의적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말 대로 그는 "카드"가 없고 미국이 등을 돌렸을 때 그가 싸워서 지키려는 그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풍전등하의 신세를 감안하면 그렇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 역사상 없는 자비로운 승전국으로 세계 질서를 만들어 왔다. 그것은 과거에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전쟁 보상금을 요구하던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적 구 쏘련과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했다.
전쟁 보상금을 요구하기는 커녕, 마셜 플랜 등의 지원책을 제공했고 2차 대전의 적국들인 일본, 이탈리아, 독일의 파시즘의 과거를 용서하고 동맹으로 삼았고 자국의 시장을 열어주어 전후 복구를 도왔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과거 지원이 지원이 아니고 부채라고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아니라 침공을 받은 나라가 전쟁을 계속한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몇 안되는 군사 동맹국의 한국의 방위 지원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트럼프는 이 또한 동맹의 지원이 아니라 우리가 국방을 떠넘긴 그래서 미국을 이용해 먹은 것이고 우리는 큰 채무를 변상해야 하는 요구를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미국이 견지해온 60년의 외교의 기본 입장을 포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젤렌스키를 옆에 두고도 자신은 어떤 쪽 편을 들지 않고 미국의 편이고 세계의 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의 편이라는 것은 그저 외교의 수사일 뿐이다.
우리는 적어도 미국에 대한 판단을 한동안 유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1기 집권에서도 그의 세계관 역사관이 우리의 기대와 다르다는 것을 시사했지만 2기 집권의 시작은 그가 훨씬 더 자신감을 갖고 거칠 것이 없이 그의 장사꾼 세계관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를 닭 잡듯 쫓아 보내고 나서 과거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던 공화당의 정치인들이 모두 트럼프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트럼프의 MEGA 공화당으로 탈바꿈했다.
어제 백악관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외교의 날 선 망신주기 쇼는 우리에게 자주 국방과 안보 외교의 새로운 모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단지 군사와 기술력의 결과가 아니라 가치 중심의 문화적 파워로 인식되었다. 새로운 미국의 가치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지 트럼프는 우리에게 숙제를 던지고 있다. 이제 동맹으로서, 서방 가치의 수호자의 지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미국에 대해 서방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제 동맹 부인의 미국이 되었지만 우방도 다 같은 우방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네탄야후에게 왜 그렇게 많은 희생을 양산하는 하마스를 대상으로 전쟁을 계속하느냐고 닦달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종식하면 이스라엘은 카드가 없으니 하마스와 빨리 평화협정을 맺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대신 가자 지구를 점령해서 부동산 개발해서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한다. 그 전쟁에 당사자로 나서겠다고 한다.
캐나다 멕시코를 몰아 붙이는 관세도 영국을 상대로는 관세를 부과할 의도가 없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인 백인들, 앵글로 색슨족의 우방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 트럼프의 애정을 받을 백인 미국의 전통적인 맹방에 속하지 않는다.
나는 그럼 점에서 분단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함께하지 않고 북한이 버퍼로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들의 직접적인 위협으로부터 완충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깡패 같은 이웃을 둔 약소국으로 살아가는 나라의 운명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미국은 나날이 내게 낯선 나라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