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멀기도 하거니와 메뉴가 전날하고 같은 줄 알고 아침을 팬션에서 먹기로 함.
누룽지를 끓여 일행이 준비해 온 간단한 반찬과 함께 먹으니 구수한 한국의 맛에 행복해 진다. 일정 전달의 혼선으로 먼 숙소에 있던 남자들이 뒤늦게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급조달하는데 대한민국 아줌마들, 특히 우리 일행들의 순발력과 실력은 탁월하다.
그런데 출발장소인 식당에 가보니 아침메뉴가 맘에 들어 나는 또 먹었다. 아침을 잔뜩 먹고 기분 좋게 에델바이스 회발멘 트레킹을 시작했다.
오늘은 최이사님이 아름답다고 강추한 코스. 아래에서는 매우 높아보이던 에델바이스 롯지를 가볍게 지나 급경사의 작은 물줄기를 따라 산을 오른다. 신기 습곡산지인 알프스의 계곡은 노년기 산지인 우리나라와 달라서 물줄기가 깊이 패이고 경사가 급하다. 호텔 트리프트에 도착하니 선두 일행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우리도 잠시 휴식. 산장 주인인 듯한 이가 기분이 좋아져 전통 악기 알프혼을 불어 소리를 들려주는데 깊고 낮은 소리가 난다.
잠을 잘 자 시차가 극복되고 다소 몸이 단련되었는지 까마득히 높아 보이는 저 중턱 능선까지 이어지는 길을 착실히 올라갔다. 아래 우리가 올라온 길을 감탄하며 바라보며 사진도 찍어 가며, 엄청 빠르게 휙휙 우리를 지나쳐 가는 고수 일행들을 견제(?)하며 마침내 2,600m 고지 회발멘 능선에 올라 풀밭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밥과 종갓집 김치와 김과 삶은 달걀. 이역만리에서 공수해온 밑반찬들은 숙소에 얌전히 모셔두고 와 반찬 없는 밥을 먹어도 공기 좋은 풀밭의 식사는 꿀맛.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 하산 길에 왼쪽 앞으로 조망되는 마테호른이 보이지 않는다. 모습을 안보여 주니 아쉽다. 어느 순간 홀연히 구름 사이로 자태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눈을 떼지 못해도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하산길은 아주 흐믓하다. 시원하고 풍광이 좋아 콧노래가 나온다. 얼굴과 발목이 새카만 묘한 캐릭터의 양들도 만난다. 특히나 발아래 계곡을 향해 저 멀리까지 촤악 장대하게 펼쳐지는 산자락 사면에는 지그재그로 우리가 지나가야 할 길이 아득하게 보여 장관이다. 계곡 상류까지 내려가 방향을 틀어 실버마텐을 지나 츠믓으로 향한다. 계곡에는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가두려는지 공사장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아뿔사 빗방울이 듣는다. 작은 폭포를 지나자 비가 쏟아진다. 판초를 꺼내 입고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사방은 운무 속에 깊이 잠겨 앞이 안보이고 길은 끝이 없다. 계곡 옆길을 따라 한참 내려왔기에 이제 다 왔나 했더니 길은 다시 오르막이고 전체적인 산세가 어찌나 실한지 아직도 산 중턱이다. 산 중턱도 윗 중턱, 중간 중턱, 아랫 중턱 이렇게 층층이 있네... 아랫 중턱의 츠믓 마을도 2,000m가 넘으니 알고 보면 한라산보다 높은 곳이다. 우리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열심히 걸었건만 이제 한라산 꼭대기라? 다행히 체르마트시도 해발 1,400m이니 조금만 더 힘내자.
츠믓은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한 집과 레스토랑들이 몇 채 모여 있는 그림같은 곳인데 우중이라 그런 것들이 잘 안 보인다. 츠믓의 레스토랑에서 잠시 숨만 고르고 이정표를 보면서 길을 찾아 하산하였다.
매일 쉬지 않고 걸으니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기며 화끈거리고 아프다. 아픈 발을 끌고 다리를 절룩이며 숙소에 도착.
속으로 생각한다. 돈을 지불하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 여행도 있구나.
그래도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또 내일의 길은 어떤 곳일까? 기대된다.
저녁은 팬션에서 김치찌개로 식사. 최이사님이 직접 장만하여 각 방으로 배달하였다.
비 맞아가며 힘든 산행을 한 뒤에 김치찌개를 먹으니 속이 편안하다. 공항에서 올 때 짐 속의 대형밥솥을 보고 얼마나 심란했던가. 부엌데기를 벗어나는 여행에 밥솥이라니 이게 뭐지? 했는데 밥솥과 최이사님이 합쳐져 여행에 윤활유가 되고 있다. 본인의 업무라고 생각해 하고 계시나 그 노력이 실로 고맙다.
첫댓글 후미는 공사장 전부터 비를맞아야했어요다들 레스토랑에서쉴때 꼼수를피다 그곳도 지나치고
최이사님의 압력솥밥솜씨는 정말 좋았습니다.
나이들어서 가이드를 부업으로 해볼까 했던생각은 이번 여행으로 굿바이
기억력 좋으시네요...나는 언제 저녁을 언제 어디서 먹었는지 날마다 헤깔려시리~~
가기전 에델바이스의 회발멘 트레킹을 내가 제일 기대했던 코스 였는데 비가 와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비가 오는 중에 서로를 염려하며 간식도 나눠먹고, 사진도 같이 찍고 정말 좋았습니다.
이부분은 다른 사람이 다녀왔던 사진 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