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동계올림픽 3관왕, 2002년부터 세계선수권 5연패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안현수 선수는 여전히 자신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부상을 당했다 회복해 기량이 전만 못하다 하여 ‘한물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가 소속팀인 성남시청 빙상팀도 해체돼 직장을 잃었고, 빙상연맹에 밉게 보여 다시 받아주는 팀도 없고 연금으로 살아가기는 어렵고 억울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환영해 주니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해 러시아 선수가 되었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에 귀화하지 않고 그대로 국내에 있었으면, 소치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한국빙상연맹을 불신하고 있다는 말이다.
선수 선발은 선수의 실력에 의해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선발의 시기와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심판의 편파적 판정 등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실력이 있으면서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선수가 없지 않다고 한다.
비단 빙상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계에 파벌, 비리, 부조리 등이 만연해 있다. 가장 뛰어난 야구선수 최동원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그런 상황을 말해 준다.
스포츠는 그래도 정확한 기록이 있어 순위가 판정이 되지만, 학문이나 예술 등은 과학적인 엄정한 잣대가 없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서 쇼를 잘하고 사교를 잘하는 사람의 저서나 작품이,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귀화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안현수 선수가, 올림픽에서 자기 실력을 재평가받았지만, 각 분야에는 귀화할 길도 없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을 것이다. 선수에 선발되는 것도 문제지만, 선수에서 은퇴해 지도자나 스포츠 행정가로 살아가려 해도 연맹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반발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와 다르다고 배제하고, 자기 파가 아니라고 배제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배제하면, 개인적인 분풀이는 될지 모르지만, 공공의 피해를 가져 오게 된다.
* 排 : 밀 배. * 斥 : 물리칠 척.
* 異 : 다를 이. * 己 : 자기 기.
- 자기와 다르면 배척한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