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몇 년 전에 동업을 하자는 걸 거절했더니
제 자식 앞날에 대해서 아주 심한 막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떨지 몰라도 자식에 대해 그러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몇 년간 모든 인연을 끊고 지냈는데,
며칠 전 그 사람 자녀가 혼인한다는 청첩장이 왔는데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 법륜 스님
다녀오십시오.
다녀오면 그 불편한 마음이 없어질 것이지만, 안 다녀오면 더 불편해질 겁니다.
그러니까 그를 위해서 다녀오라는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다녀오라 이 말입니다.
그 사람이 자식에 대해 막말을 했다고 해서, 정말로 그렇게 될까요, 안 될까요?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다고 말 한 마디로 남의 자식 운명을 바꾸겠어요?
성질이 나서, 지 뜻대로 안 되니까 분을 못 참아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버린 겁니다.
그런 소릴, 무슨 소리라고 그래요? 쓸데없는 소리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소리, 쓸데없는 소리는 버리는 소리 아닙니까? 그렇죠?
그 사람이 화가 나서 그 순간을 못 참고 막 쏟아 붓는 버리는 소리를
질문하시는 분은 바구니에 주워 가지고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그렇게나 좋아서 지금까지 가지고 계세요?
그러니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한 거예요.
처음엔 그 말에 이끌려 맘이 상했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말을 탁 놓아버렸더라면 지난 몇 년 동안 아무 일도 없듯이 지내셨을 겁니다.
그 친구가 뱉어낸 말을 무슨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던 것을
이번 혼인식 때 가서 돌려주고 오세요.
가서 축하해주고 오면 맘이 편안해질 거예요.
그걸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나?'하고 꼭 움켜쥐고 있으면 나만 손해예요.
질문한 본인도 화나면 심한 말 쏟아낼 때가 있어요, 없어요? (있습니다)
화가 나면 뵈는 게 없다고 그러잖아요?
뵈는 게 없다는 건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 정신이 아닌, 미친 상태서 한 말을 뭘 그렇게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까?
그 분한 마음을 참고, 이를 악다물고 다녀오라는 게 아니고
그 쓰레기를 던져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세요.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