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26. 9.3(목) 12;30-14;50
★장소;지하철3호선 도곡역 5번 출구 명동관
★참가(17명);김경식 부부, 김경흠 부부, 김명수 부부, 김학천 부부, 임종국 부부, 전인구 부부. 애니박, 해피리(고 이영호 부인),
이종복, 차성근, 한영성
2026년 8월 30일,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바이크 손대장을 추모하는 라이딩을 마친 지 나흘 뒤인 9월 3일 성동고등학교 16회 자전거 동호회 바이콜릭스(Bikeholics) 창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인근 명동관에서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는 모두 17명, 김경식 부부, 김경흠 부부, 김명수 부부, 김학천 부부, 임종국 부부, 전인구 부부를 비롯하여 애니박(고 손창인 부인), 해피리(고 이영호 부인), 이종복, 한영성 그리고 나까지 오랜 벗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년 전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창립 10주년 때만 해도 바이크 손대장 지휘 아래 행사 준비를 석 달 전부터 시작했다. 동문회 회장단을 비롯하여 동호회 회장들을 초청하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올해 맞은 창립 20주년 행사는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준비한 것이라고는 플래카드와 기념타월 뿐이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회만큼은 어느 때보다 컸다. 초창기에는 25여 명의 바이콜 전사들이 함께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사정으로 하나둘 동호회를 떠났고, 지금은 7명의 전사들이 바이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과거 바이콜에서 함께 활동했던 전우들과 가족들이 모여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2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짦지 않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우리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함께 페달을 밟으며 산야강해(山野江海)를 누볐던 벗들이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이다. 바이크 손대장을 비롯하여 김간진, 김시천, 정정호, 조광준, 조성춘 등 여섯 명의 전우가 세상을 떠났다. 그중 바이크 손대장과 조성춘은 바이콜릭스 초기부터 함께했던 멤버였다.
아직 우리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의 운명은 누구도 거스를 없는 것인가 보다. 운명은 인간을 굽힐 수 있어도 인간은 운명을 굽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설때마다 옛 전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바이크 손대장은 나를 바이콜릭스의 멤버로 이끌어 준 은인과도 같은 친구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맺은 인연은 오랜 세월이 흘러 자전거라는 특별한 인연으로 다시 이어졌다. 바이크 손대장과 나는 여름휴가 때면 밴에 자전거를 싣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금왕산을 비롯하여 대학산, 발교산, 강화도와 석모도, 춘천 의암호 등 수많은 곳을 함께 누볐다. 그런데 끝내 함께하지 못한 곳이 있다. 강원도의 닭목령과 삽당령,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경북 영주의 고치령과 서해안 백수도로였다. 바이크 손대장이 건강을 회복했다면 언젠가는 함께 가리라 생각했던 곳들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못다 이룬 자전거 여행의 꿈을 완성하고 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우리 바이콜릭스의 활동 무대는 참으로 넓었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4대강 자전거길을 종주했고,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을 누볐다.
그리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자전거로 찾아갔으며, 국경을 넘어 일본 대마도까지 두 바퀴로 달렸다. 이처럼 통 큰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바이크 손대장의 열정과 추진력이 있어기에 가능했다. 20년 동안 동호회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생활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모임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바이콜 전사들은 달랐다. 산전수전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고, 함께 땀을 흘리며 달리는 동안 우정은 더욱 단단해졌다.
서로를 아끼는 협동정신과 끈끈한 우정이 있었기에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동고 16회 바이콜릭스의 자랑이자 살아있는 역사가 아닐까. 이날 행사는 창립 멤버 김명수의 인삿말로 시작했다. 참석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즐겁게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자고 했다. 이어 먼저 세상을 떠난 바이콜 전사들을 위한 묵념이 있었다. 잠시 눈을 감자 지난 세월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힘들게 산길을 오르던 모습, 강변을 달리던 모습, 오르막 정상에 올라 환하게 웃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만큼은 오늘 이 자리에 없는 친구들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듯했다. 이어 1주년부터 20주년까지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빔프로젝트를 통해 화면에 펼쳐졌다. 약 20분 동안 이어진 사진 속에는 우리가 함께 달렸던 수많은 길과 계절, 그리고 수많은 얼굴이 담겨 있었다. 사진 한장 한장이 추억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디선가 웃음이 터져나왔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나간 세월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사진들은 자전거에 관한 역사이면서 우정에 관한 기록이다. 발표를 준비한 김명수에게 우리는 힘찬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오늘의 메뉴는 제주 황게간장게장 밥상과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에 막걸리까지 곁들이자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나누며 옛날 라이딩 이야기를 꺼내자 식탁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특히 애니박은 바이크 손대장이 병환 중에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바이크 손대장이 세상을 떠날 무렵 하나님을 보았다고 하면서,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에게는 그와 함께했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소중해진다. 이종복 옛 바이콜 전우는 "오늘 20주년 행사는 비록 조촐하지만 아주 멋있게 장식했다"며 "이제 자전거를 타지 않는 옛 바이콜 전우들도 식사만큼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함께했던 세월과 우정이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는 옛 전우들도 함께할 수 있는 송년모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고 했다.
오랜 벗들과 추억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마지막으로 나는 벗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몸은 늙어가더라도 마음만은 늘 젊게 살아갑시다." 젊은 마음이란 무엇일까. 순수함이고 열정이며, 호기심이고, 설렘이며, 희망이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까지 늙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친구들을 만나 웃고, 작은 일에도 설렐 줄 안다면 우리의 삶은 여전히 청춘일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소망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 건강을 잘 지켜 10년 후인 2036년, 바이콜릭스 창립 30주년을 다시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그날에는 오늘보다 더 많은 벗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친구들도 그때만큼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우리 참 오래 함께했구나"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후 2시 50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악수를 나누고, 포옹도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짦은 만남이었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따뜻했다. 20년을 함께 달려온 바이콜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다가올 30주년을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페달을 밟아보자.
sd16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 바이콜 전사들,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