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면 부모님 기제사를 모신다. 그제가 그날이었다. 다행히 금요일인지라 안도를 했다. 왜냐하면 평일이면 나의 취침시간이 통상 저녁 8시 이전인지라 제사를 모시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넘어 생활리듬이 다 깨져 버린다. 나이가 들어가니 조문이나 제사 등으로 본의 아니게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몸이 망가지기도 하고 정신이 하루 종일 멍해지기도 한다.
매일 운동을 하여 건강관리를 나름 한다고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음을 실토한다. 어제의 경우도 새벽 2시에 취침하고 일어나니 아침 9시였다. 평소에 취침시간을 넘겨 조금 늦게 자더라도 기상시간이 새벽 1~2시인지라 웬만하면 그 시간대에 눈이 떠진다. 하지만 어제와 같이 나의 기상시간을 넘긴 취침은 뇌가 헷갈려서 그런지 몰라도 세상 모르게 잠에 취해 버린다.
일어나자마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평소의 거리(7km)를 달리고 샤워를 끝낸 후 아침밥을 먹고 나니 오전 11시였다. 휴일은 언제나 그러하듯 아침 식사를 하고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낮잠에 들어간다. 어제는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낮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12시경에 일어나 평소 잘 보지 않던 TV를 멍청히 보다가 오후 2시경에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보통 주말이면 그 시간대에 집사람과 함께 산행을 가는데 가자고 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안간다고 해서 다시 TV를 보고 있는데 졸음이 와서 오전에 자지 못한 낮잠을 3시간 동안 자고나니 저녁 6시였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말똥말똥 정신상태에서 놓친 루틴을 행해 보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전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제의 일과를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 비유해 보자면 갑자기 운전을 잘못해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헤메는 것과도 엇비슷한 것 같았다. 어린시절 멋모를 때는 부모님이나 손위사람들이 제사나 차례를 모시면 응당 그렇게 하는가보다 하고 따르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대중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제사나 차례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린 것인지는 알수는 없지만 선현들 중 일부는 그 답을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꼭 내가 편하기 위해서 조상의 은덕을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라 어느 것이 합리적인 것인냐에 대해서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즉, 제사나 차례는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축제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그날이 오면 새벽러닝을 하면서 기도를 올린다. 왕년에는 매러닝을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그런 의식을 행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흐려져 이제는 우리 부모님과 장인을 위해서는 필수이고 가끔 뛰면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포함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형제들이 모여 지내는 제사나 차례는 형식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제사나 차례가 아무리 인간의 근본 도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후손들이 힘들어 하고 즐겁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것이다. 그래도 하나의 방법에만 치중하지 않고 나만의 방법을 추가하여 2가지 방법으로 제를 올리기에 선택은 그분들이 할 것이다.
말없이 떠난 그분들의 생각을 자식인 내가 어떻게 헤아리겠냐마는 나는 내 자식들이 나의 전처를 밟지 않게 하기 위해 확고하게 나의 제사론에 대해서 지침을 밝힌다. 절대 형식에 억매이지 말고 너희들이 편한 날짜를 택해 형제 가족들이 모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랄 뿐이다. 즉, 제사가 아닌 축제의 날이 그날이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