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말 흥수가 갑자기 홍도를 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인증에는 관심 없는 친구이지만,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와 '한국의 산하', '산림청', '까만 소' 등이 선정한 100 명산 모두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산행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홍도 깃대봉만 오르면 세 개 기관이 선정한 100 명산 완등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지금 하는 해발 1,000m가 넘는 263개의 봉우리에 오르는 산행이 끝나면 백두대간 연결과 '한국의 산하', '산림청'이 선정한 100 명산에 오를 생각이었기에 천산행을 할 수 없는 주에는 안내산악회의 백두대간이나 100 명산을 따라다녔다. 고로 홍도도 언젠가는 가야 할 섬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문제는 출발일인 10월 22일 금요일, 천산행 중 하나인 해발 1,240m의 가칠봉에 오르기로 하고, 8월 31일 산악회에 신청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홍도는 금요일 심야인 23시 50분에 교대역에서 출발해 1박 2일 동안 목포, 흑산도, 홍도를 둘러보고, 고작 365m에 불과한 깃대봉에 오르는 거라 산행이라기보다는 관광이었다. 고로 금요일 낮에 가칠봉을 다녀온다고 해도 21시 이전에 귀가할 수 있다면, 가지 못할 거도 없었다. 다행히 낮에 오르는 가칠봉은 인제와 홍천 경계의 산이라 서울에서 멀지 않고, 산악회 계획 대략 11km 구간에 소요 시간 5시간 30분인 산행이라, 계획대로 한다면 날머리인 삼봉자연휴양림에서 늦어도 3시 30분이면 서울로 출발한다.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21시 이전 귀가는 확실했다. 해서 9월 31일 안내산악회 산행 신청페이지에 들어가 빈자리 하나를 선택해 홍도 깃대봉 산행을 신청하고, 바로 회비를 입금했다.
가칠봉 산행 후 홍도로 출발하기로 한 이상 10월 22일 금요일은 새벽부터 심야까지 정신없이 움직여야 한다. 특히 가칠봉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홍도행 짐은 미리 싸놓아, 여차하면 바로 들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해서 가칠봉 산행은 평소와 같이 준비하고, 홍도행은 관광에 맞게 가볍게 준비했다. 뭐 준비랄 것도 없는 게, 홍도는 어차피 모든 걸 현지에서 조달하는 거라, 두둑한 지갑이 필요할 뿐이고, 실제 준비는 줌렌즈가 장착된 크고 무거운 카메라는 관광에, 작고 가벼운 카메라는 산행에 배정하는 거 정도. 실행 하루 전인 목요일 저녁에 가칠봉을 다녀와 씻고 갈아입을 옷까지 미리 꺼내 놓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21시 이전에 귀가해 씻고 옷 갈아입고, 교대역으로 23시 40분까지 가면 된다. 다만, 홍도는 영상의 날씨라고 해도, 가칠봉이 영하의 날씨라면, 바닷바람도 찰 수도 있어 겨울 등산복으로 준비했다.
목포 유달산
높이: 230m
위치: 전남 목포시 죽교동
목포 8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유달산은 목포시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높이 228m의 목포 뒷산이다.
기암절벽이 첩첩하여 "호남의 개골" 이라고도 하며 노적봉을 비롯하여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해발 228m의 일등바위(율동바위)와 심판받은 영혼이 이동한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이등바위(이동바위) 로 나누어진 유달산은 갖가지 기암괴석과 병풍처럼 솟아오른 기암절벽이 첩첩하며 그 옛날 소식을 전하기 위해 봉수를 올렸던 봉수대와 달성사, 반야사 등의 전통사찰을 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대학루, 달성각, 유선각 등 5개의 정자가 있으며, 산 아래에는 4.19 기념탑, 충혼탑, 가수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기념비 등과 조각작품 100점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있다.
노적봉
유달산 전체 보다 더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노적봉이 산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유달산 입구 도로 건너편에 일부러 가져다 높은 듯 서 있는 큰 바윗덩어리 하나가 보이는 데 그곳이 바로 노적봉이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산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적은 군사로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 봉우리를 이엉으로 덮어 멀리서 보면 군량미를 쌓아놓은 큰 노적처럼 보이게 했는데, 이를 본 왜적들은 저렇게 많은 군량을 쌓아두었으니 군사는 얼마나 많겠냐며 지레 놀라 도망쳤다 한다. 이러한 일이 있었던 후로 이 봉우리를 노적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유달산을 들어서기 위해서는 이 노적봉을 거쳐야 한다. 노적봉을 건너면 유달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이자 유달공원이다.
노적봉 아래 속옷을 입지 않는 여인이 있다. 다산목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툭 터진 길옆에 민망스러운 자태로 앉아있다.
노적봉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다 보면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서 있고, 바로 위로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위로 보이는 정자가 소요정. 소요정에 서면 유달산의 참모습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소요정에서 최고봉인 일등바위까지는 40분이 걸린다. 등산로 중간중간에 얼굴바위, 나막신 바위 등이 숨어있어 볼거리도 많은 편이다.
목포역에서 목포문화원(구 사립도서관)을 지나면 언덕이 나오는데 그 언덕에서 우회전하여 승용차로 5분만 가면 노적봉이 보이고 바로 앞에 유달산 매표소가 있다. - 한국의 산하
1 - 1
가칠봉 산행[산행기]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21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귀가해 씻고 저녁을 먹은 후 등산복에 크로스 가방은 좌로, 무겁고 큰 카메라는 우로 메고, 22시 40분경 목포로 떠나는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늦은 밤이라 행인이 없는 대조전통시장을 지나 불광역으로 가 교대행 열차를 탔다. 물론 교대로 향하는 열차에서는 늘 하듯이 음악 감상을 하며 책을 읽었다. 11시 40분경 교대역에 도착, 산악회 버스가 정차할 예정인 9번 출구로 나갔다. 그런데 의외로 등산객이 드물어 놀랐다. 과거 사당에서 출발하던 산악회 버스의 많은 수가 이수로 출발지로 바꾸면서 경유지도 양재에서 교대로 바뀌어, 교대역이 등산객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라서, 당연히 무박 대간, 종주 산행에 참여하는 많은 등산객으로 붐벼야 하는데, 소수의 등산객만 보여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산악회 버스 기점이 사당에서 이수로 바뀌면서, 사당에서 타고 왔을 흥수도 경유지인 교대에서 버스를 타는 거로 변경했기 때문에 그를 찾으며, 역 출입구 부근 빌딩으로 다가가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흥수가 나타나, 교대역이 한가한 이유를 아는지 물었다. 평소 사당에서 출발했던 등산객이 이수에서 출발하는 것에 불만이 많아, 기점을 다시 사당으로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경유지로써 양재보다 교대가 좋았는데, 원위치한다니, 아쉬울 뿐이다. 둘이 앉아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11시 49분경 목포행 버스가 도착했다. 짐도 별로 없어 가볍게 버스에 탄 후 크로스백과 동계용 바람막이는 선반에 얹고 카메라는 앞자리 손잡이에 걸어두고 바로 잠을 청했다. 죽전과 신갈을 거쳐 몇 사람의 승객을 태운 거 같은데, 가칠봉 산행으로 피곤한 데다가 반주로 빨갱이 한 병 정도를 마신 상태라 바로 잠이 들어 전혀 기억이 없다.
버스 실내등이 켜지는 순간 잠에서 깨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8분경으로 휴게소 주차장이다.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니 군산휴게소! 평생 처음 와보는 휴게소다. 군산이면, 서해안고속도로? 하긴 목포가 목적지니! 이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다녀온 뒤 의자에 앉자마자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실내등이 켜져 또 시계를 보니 4시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목적지인 목포에 도착했다며, 아침 식사 시간은 6시 30분이니, 희망자는 유달산을 다녀오라고 했다. 인솔 대장에게 유달산이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으나, 본인도 모른다고 했다. 해서 폰의 지도를 이용해 거리를 확인해 보니, 버스가 주차한 곳에서 1.7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
1 - 2
애초 계획에 없던 산행이라, 준비가 전혀 없어 카메라와 폰만 들고, 주차장을 떠나, 유달산으로 향했다. 깜깜해야 할 새벽이지만, 대낮 같은 가로등 불빛이 주변을 비추고 있어, 어두운 줄은 몰랐으나, 오가는 사람이 없어 길을 물을 수 없었다. 해서 전적으로 폰의 지도 앱에 의지해 유달산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지도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의외의 마을에 도착했다. 나야, 1987이라는 영화는 봤으나, 영화 촬영에 얽힌 뒷얘기에는 무관심해 알아볼 수 없었으나, 흥수는 작은 구멍가게와 그 간판을 보더니, 바로 1987 촬영지라는 걸 알아챘다. 그 말을 듣고 아니 여기까지 와서 촬영했다는 거야? 하고 놀랐다. 현실성에 목숨을 건 투철한 장인 정신이다. 그래서 한류가 세계를 지배하나? 그런데, 주변 가게가 다 '연회네'다! 연희네 다방, 연희네 의상실 등.
연희네 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헉헉대며 5분가량 올라가 작은 체육공원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길이 보인다. 저기 어디 서울에서 타고 온 버스도 있을 텐데, 우리 둘만 내렸으니, 나머지 승객은 취침 중? 그런데 처음 생각에 연희네 동네, 소위 달동네가 있는 봉우리를 올라가면 유달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타나리라 예상했는데, 작은 봉우리를 넘자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유달산을 끼고 도는 도로도 보였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과거 도로를 따라 유달산 아래 주차장까지는 왔었는데, 일행이 등산은 반대해 유달산에 오르지는 않았다고. 등산로와 도로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그나마 운전을 해 근처에 왔었다는 기억이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됐다.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가로질러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가정집 벽에 "등산로 입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번 산행 처음 보는 이정표다! 그 시각이 4시 37분이었다.
그 집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고 당연히 이정표가 각 방향의 목적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일등바위", "낙조대"는 직진, "유달산 휴게소", "달성사"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라는 지시다. 문제는 유달산 정상으로 향하는 방향은 없었다. 정확히는 유달산 정상을 명칭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일등바위나, 낙조대는 정상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해서 일단은 일등바위, 낙조대 방향으로 직진하자 나타난 게 아리랑 고개다. 고개의 유래에 관한 소개 글과 이정표가 있었는데, 좌는 '낙조대', 직진은 '케이블카 승차장', 우는 '서봉'이라니, 우리야 서봉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계속 가자, 앞에 과거 수원지라는 표지와 그걸 가로지르는 데크 다리가 있고, 좌로는 희미한 등산로가 봉우리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분위기상 수원지를 지나지는 않을 거 같아 좌회전해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200여 미터 위로 올라가자 금줄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과거 등산로였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돌아갈 우리가 아니라, 금줄 밑을 통과해 들어가니, 벌채한 잡목이 위로 오르는 걸 방해하고 있었고, 그 구역을 지나자, 이번에는 싸리 종류로 보이는 울창한 잡목이 막았다. 흥수가 선두에 서서 키를 넘는 잡목을 뚫고 위로 가자 기계음이 들리고 흰 건물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과거 수원지 위에 있는 건물이니, 취수장일 거라 생각하고 다시 잡목을 뚫고 도착해서 보니, 케이블카 승차장이다! 그런데 위치가 묘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면, 건물을 통과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른 새벽 시간이라 건물의 문이 꼭꼭 잠겨 있어 통과할 방법이 없었다. 해서 건물을 끼고 돌아가려고 주위를 보니, 과거 등산로였음을 알려주는 리본이 위험 경고문 위험 매달려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케이블 아래로 난 데크 계단으로 내려가자 다시 "아리랑 고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약자나 관광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와 정상으로 가는 거고, 등산객은 아리랑 고개에서 데크 계단으로 올라와 건물을 통과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현재 이른 새벽이라 통과할 수 없었고. 별수 없이 아리랑 고개에서 다시 우회전해서 구 수원지 데크 다리를 지나, 유달산 둘레길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8분가량 가서, 유달산장이 나타나는 순간, 이제야 제대로 온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산장에서 50여 미터 올라가자 갑자기 정상석이 나타났고, 관광객도 몇 명 보였다. 분명 정상이 아님에도 정상석이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일단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흥수가 과거 운전해서 왔을 때 주차장에서 '정상 100m'라 적힌 걸 본 이정표가 가리키는 그 정상이다. 당시 시각이 5시 15분으로 예정대로라면 버스로 돌아가고 있을 시간이지만, 일단 실제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안심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로 유달산 소개 글을 지나쳐 올라가자, 이정표가 나왔는데, 일등바위, 아리랑고개, 노적봉 등의 위치는 알려주고 있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정상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쨌든 위로 올라가면 정상이 있을 거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계속 가자, '목표의 눈물' 노래비가 길목 오른쪽에 있었다. 낮이었으면, 목포의 눈물이 계속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찍어봐야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사진을 몇 장 남기고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자 목포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저 멀리 목포대교도 보이고. 다시 전망대에서 10여 미터 올라가니, 이번에는 시각을 알려주는 대포가 있는 오포대다! 위키에 의하면 현재 전망대가 과거 오포대였고, 지금의 오포는 모형이고, 원본은 왜놈이 가져갔다고.
계속 위로 올라 5시 27분에 이정표를 지났는데, 거기에 정상에 관한 정보가 있었다. "일등바위(정상) 400m"라는. 여기까지 오며 이정표에 있었던 "일등바위"가 정상이었다! 정상이라고 생각한 곳에 도착해 보니, 일등바위가 아니라 이등바위다. 그리고 앞에 더 높은 암봉이 있었다. 그 암벽에는 왜놈이 숭배하는 불상이 새겨있다는데 어두워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앞에 보이는 저 암봉이 일등바위로 정상이라는 거다. 처음 암봉을 봤을 때는 오르기가 쉽지 않아, 정상임에도, 이등바위를 정상 취급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암봉 뒤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위로 올라가는 가로등이 보였다. 길이다! 고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해서 이등바위를 떠나 50여 미터 내려가자, 일등바위 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었다. 좀 전 올라올 때 놓쳤던 거다.
가리키는 방향으로 150여 미터 가자 정상을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급경사의 계단을 헉헉대고 올라 드디어 유달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200m가 조금 넘는 유달산을 오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300m가 넘는 홍도 깃대봉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는 얘기도 하며, 일등바위에 도착한 시각이 5시 45분이다. 6시 30분까지 돌아가야 하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45분이나 1.7km에 불과해 여유가 있었다. 열악한 조건이나, 먼저 인증을 남기고, 목포에서 가장 높은 암봉에 올라 여명 전 목포의 야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올라온 지역민이 일출을 보고 가는 게 정석이라는 말에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라 보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정상을 떠나 아침을 먹기 위해 버스가 기다리는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다시 이등 바위 갈림길로 돌아와 유달산장 방향으로 왔던 길로 돌아갔다.
남서쪽으로 여명이 밝아오는 걸보며 서둘러 내려가 유달산장을 지나, 아리랑고개 방향으로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다만 시간이 없어 흥수가 과거에 운전해 왔다는 이면도로를 따라갔는데 그 끝은 폐허가 된 교회였다. 난감한 상황이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거 같아, 교회 담벼락 주변을 보니, 산 방향으로 작은 골목이 있어, 그리고 들어가, 습지를 지나고 풀숲을 헤치며 가자, 용도가 불분명하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있었고, 그 너머는 인적이 없는 숲이다. 도저히 뚫고 갈 자신이 없어 다시 교회로 돌아와 도로를 따라서 왔던 길로 돌아가서 큰 도로로 내려갔다. 큰 도로에 도착한 시각이 6시 25분으로 마감까지 5분 남았다. 도저히 마감 시간 내 도착이 어려워 인솔 대장에게 10분 정도 늦겠다고 전화를 하자, 대장 왈 애초 가기로 했던 식당은 주차장에서 너무 멀고 터미널 부근 식당이 거의 다 문을 열어 근처에서 먹기로 했으니, 버스에서 짐을 가지고 알아서 아침 먹고, 7시 40분까지 여객 터미널로 오라고 했다.
7시 40분까지 터미널로 가면 되니, 다시 여유가 생겼는데, 문제는 버스 기사가 기다린다는 보장이 없어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해서 아리랑고개까지 빙돌았던 길을 버리고, 폰의 지도를 수시로 확인하며 운동장에 오징어가 그려진 유달초등학교를 지나 마을 내 골목을 이리저리 통과해 6시 40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10분 늦겠다는 게 정확한 예측이었다.
1 - 3
유달산을 향해 떠날 때만 해도 몇 대 없었던 주차장이 그사이 도착한 버스로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수많은 버스 속에서 그나마 쉽게 우리 버스를 찾아 가보니, 차 문은 열려 있었고, 기사와 인솔 대장 및 승객 몇 명이 있었다. 먼저 버스에 타서 크로스백과 바람막이를, 흥수는 배낭을 메고 내리자, 대장이 흑산도행 배표를 나눠줬다. 대장이 나눠준 배표에 이상이 있어 대장과 상의 후 하산주와 아침 먹기 위해 주차장 옆 식당으로 갔다. 주차장에 버스가 많으면, 손님이 많다는 얘기라, 식당은 막 한 팀을 보내고, 다시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 먹을 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차림표를 확인했으나, 하산주 안주할 만한 음식이 보이지 않아 주인장에게 해장이 가능한 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백반만 됩니다!"였다. 해서 다른 식당으로 옮길까 하다가, 다른 식당도 다르지 않을 거 같고, 주인장이 그것도 해장에 좋다고 해서, 백반과 지역 술인 잎새주를 주문했다. 반주로 잎새주 두 병과 아침을 배부르게 먹은 후 7시 21분 식당을 나와 터미널로 향하는 거로 목포 유달산행을 마감했다.
떠날 때 예정에 없던 '여객터미널 주차장 → 연희네 동네 → 아리랑고개 → 구 수원지 → 케이블카 승차장 → 아리랑고개 → 구 수원지 → 둘레길 → 유달산장 → 목포의 눈물 노래비 → 전망대 → 오포대 → 정상 갈림길 → 이등바위 → 정상 갈림길 → 일등바위(정상) → 정상 갈림길 → 오포대 → 전망대 → 노래비 → 산장 → 둘레길 → 이면도로 → 폐교회 → 폐건물 → 폐교회 → 이면도로 → 도로 → 유달초등학교 → 주차장'의 환종주 7.05km(트랭글), 2시간 25분의 목포 유달산행이었다. 왕복 3.4km의 거리에 불과한 산행을 길을 찾아 빙빙 도는 바람(지도에 우리가 고생한 모든 게 담겨있다!)에 3.65km를 더 가서 총 7.05km를 달렸다. 이동 2시간 23분, 휴식 2분!
암봉이라, 해발 고도에 비해 힘든 산이었다.
비록 야경이나, 목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맛집 탐방을 겸해 한 번쯤 방문을 권한다!
흑산도 칠락산
높이: 272m
위치: 전남 신안군 대흑산도
흑산도에 있는 나지막한 암산이다. 흑산도는 대장도와 대둔도를 비롯한 영산도와 같은 면적이 넘는 주변 섬과 수십 개의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대문바위, 칠성동굴, 촛대바위, 학바위, 등 갖가지 신기하게 생긴 바위들이 널려 있어 이곳을 관광하는 길에 칠락산 등산을 겸할 수 있다.
흑산도 진리 마을 남쪽 뒤로 보이는 산이 바로 칠락산인데 언뜻 보기에 높이가 100m도 못 되는 야산처럼 보이고 매력 없어 보이지만 막상 산행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곳을 관광하는 길에 칠락산 등산을 겸할 수 있다. 칠락산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7개로 연결되어 맨 끝자락에 있다 하여 칠락산이라고 유래가 전해져 내려온다.
산행 길잡이
칠락산은 산행은 산행만을 위하여 가지는 않고 홍도와 흑산도 관광을 겸하여 관광만을 하기에는 아쉬울 때 산행을 한다. 홍도에 깃대봉이 있으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갈 수 있지만, 산세가 수려하거나 조망이 좋은 산행할 만한 산은 되지 못한다.
홍도는 유람선 관광(2시간) 외에는 볼 것이 없다. 홍도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흑산도에서 1박을 하면 흑산도 유람선 관광, 육상관광, 칠락산 산행 등을 할 수 있다.
산행기점은 흑산도 여객터미널 부근 한전 입구에서 시작한다. 깃대봉까지 왕복 산행을 하거나 상라산까지 산행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니 깃대봉까지 왕복 산행이 무난하다.
흑산도 해오름산악회나 흑산면사무소에 문의하면 산행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하여준다. - 한국의 산하
2 - 1
7시 50분에 흑산도로 떠나는 쾌속선 출발 시각보다 좀 이른 7시 25분경 개찰 후 승선장에 도착해 오랜만의 뱃놀이에 신이나 이것저것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승선이 시작되자마자, 외부 경치가 잘 보이고, 밖으로 나가기 좋은 자리에 앉았다. 이후 뒤에서 따라오는 승객이 나누는 대화에 무작위로 앉는 게 아니라, 배정된 자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늘 값싼 배만 타고 다녀서 몰랐다. 해서 내게 배정된 자리로 가서 앉고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고, 외부 절경을 사진으로 남길 수가 없었다. 해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으로 가보니, 거의 잠수함 수준으로 운행 중에는 외부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럼 어느 자리에 있든 다를 게 없어 창을 통해 외부 경관을 찍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최악의 조건 속에서 목포대교와 등대 사진을 찍고 나니, 사진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배가 신안본도에 도착하자 승객 1/4가량이 내려, 전망 좋은 앞자리가 비었다. 그걸 보고 흥수가 앞으로 자리를 이동하자는 제안에 전망 좋은 앞자리에 앉아 배가 다시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흥수가 잠깐 자리를 떴다. 그사이 쾌속선의 출발을 위해 선실 밖에서 작업을 마친 선원이 선실로 들어온 후 문의 잠금을 확인하고 앞에 앉은 승객에게 뒤는 멀미가 덜하니 뒤의 빈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그런데 배가 내해라고도 할 수 있는 신안본도를 떠나 2~3분가량 흑산도를 향해 달리자 파고가 높아지면서, 심하게 출렁이는 게 롤러코스터보다 더했다. 그 선원 얘기한 게 이거다! 그런데 그 출렁임이 너무 심해 걷기도 쉽지 않아 뒤로 갈 수도 없었다. 해서 안전띠를 매고, 의자 손잡이를 꽉 쥐고 앉아, 공포에 우는 애 울음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견뎌야 했다. 그렇게 뒤로 옮길 기회만 보고 있다가 잠깐 출렁임이 심하지 않은 순간 재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자리라고 출렁임이 없는 건 아니나, 최전방에 비하면 견딜 만했고, 생각지도 못한 유달산 오지 무박 산행의 피로와 하산주의 취기로 흥수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나도 옆에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견디다 보니 어느새 흑산도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9시 56분이었다. 7시 50분 목포발 쾌속선이니, 거의 두 시간 동안 높은 파고에 시달린 뱃놀이로, 오후에 타야 할 홍도행 배가 두렵기까지 했다. 어쨌든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흑산도 관광버스를 타고, 흑산도 일주 관광에 나섰다. 흑산도 관광에 관한 건 다른 글[앨범]로…. 대략 10시부터 12시 직전까지 2시간가량의 흑산도 육로 일주 관광을 마치고 선착장 부근 예약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단체라 4명씩 세팅된 식탁에 흥수와 나, 인솔 대장, 한 여성 승객 이렇게 넷이 자리를 잡고 앉아, 모든 자리의 메뉴의 선택권 없이 대구 지리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 자리는 당연히 잎새주를 주문했는데, 인솔 대장도 술꾼이라 셋이서 마셨다. 그러는 사이 공식 일정에는 없으나, 배가 출발하는 2시 30분까지 자유시간이라, 우리와 같이했던 여성을 포함 대부분 승객이 칠락산으로 떠났다. 식당에서 칠락산 들머리까지 500여 미터에 불과해 1시간 반이면 충분히 환종주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유유자적 네 병을 마시고 1시 10분경 인솔 대장을 식당에 남겨두고 칠락산으로 출발했다.
2 - 2
식당을 나와 흑산도 일주 관광버스에서 본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가 칠락산 들머리로 가려고 보니, 내가 오해했다는 걸 알았다. 500m는 칠락산(山)이 아니라, 칠락사(寺)였다. 그리고 칠락산은 우회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오전에 버스로 왔던 길을 거꾸로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동계 등산복을 입어 땀을 뻘뻘 흘리며 포장도로로 13분가량 올라가자 들머리인 샘골에 도착해, 1시 26분 데크 계단으로 칠락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숨을 헐떡이고 올라 1시 34분에 첫 번째 이정표 도착했다. 거기에 의하면 칠락봉까지는 1.2km라고. 그 이정표를 통과해 정상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에 앞서 칠락봉에 올라 하산하는 등산객을 많이 만났을 수 있었다.
산책로에 가까운 등산로와 돌계단으로 정상을 행해 올라 1시 40분에 정상에서 500m 거리의 두 번째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후 얼마 안 되는 고도의 섬 산이나, 어디나 있는 깔딱을 헉헉대고 올라 1시 49분경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흑산도 주변 경치를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전진해 한반도의 여느 산과 다름없는 암릉을 따라 3분 정도 올라가자 칠락봉 정상 겸 전망대였다. 오전에 관광버스로 보지 못했던 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일단 정상 겸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사진으로 남긴 후 인증을 찍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칠락산이고 우리가 있는 곳은 정상이 아닌 거 같았으나, 정상석은 우리가 있는 곳에 있었다. 해서 산행 후 자세히 찾아보니 우리가 인증을 남긴 곳이 정상 맞다.
당시에는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라 생각해 당연히 다녀와야 해 시계를 보니 2시 정각이다. 홍도해 쾌속선을 타려면 30분 내로 선착장까지 돌아가야 한다. 물론 짐이 식당에 있으니 그 이전에. 해서 미련을 버리고 왔던 길로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등산 앱의 지도를 보면 볼수록 샘골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등산로가 있어야 정상이었다. 해서 흥수와 둘이서 하산하며 길이 꺾이는 부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 물론 왔던 길로 돌아가도 되나, 왔던 길 돌아가는 걸 죽어라 싫어하고, 시간에 쫓겨 지름길을 찾아야 했다. 예상대로였다. 길이 꺾이는 부분에서 1m가량 가자,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무성한 풀이 우거진 과거의 등산로가 보였다. 볼 것도 없이 숲을 헤치고 그 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과거의 등산로를 따라 8분 정도 내려가자 앞에 울창한 숲 사이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보였다.
그 도로를 따라 우리의 짐이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너무 익숙했다. 해서 흥수에게 아까 우리 이 길로 가지 않았냐고 물었으나, 아니란다. 그리고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해봐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익숙할까? 궁금해하는데, 흥수가 오전에 일주 관광 시 버스가 이 길로 지나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다. 당시 창가에 앉아 주변 경치를 유심 관찰하다가, "버스 승차장"이라는 글을 보고, 여기도 대중교통이 있나? 하고 놀라 그 주변의 경치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였다. 어쨌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포장도로를 따라 10분가량 걸어 샘골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2시 32분에 식당에 도착했다.
2 - 3
짐을 가지러 식당에 들어가 보니, 이미 2시 30분이 넘었음에도, 인솔 대장이 홀로 앉아 홍어 숙회가 아닌 선회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가 우리를 보자 앉으라고 하며 홍도행 배표를 줬다. 그 홍어 선회는 식당 주인 아들이 수협 중매인이라 막 잡아온 홍어 회를 떠서 감사의 뜻으로 인솔 대장에게 맛보라고 준 거였다. 사실 내가 흥수의 홍도 깃대봉 산행 제안에 망설임 없이 따라 나선 것도 전설의 홍어 선회를 맛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장소와 타이밍에 선회를 먹게 되었다. 남은 홍어 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해 흥수와 둘이 다 먹고 2시 41분에 짐을 다 들고 식당을 나오며 갓 들어온 홍어 손질하는 걸 구경했다.
새벽에 올랐던 유달산과 같이 애초 계획에 없던 '흑산도 여객터미널 → 칠락사 갈림길 → 샘골 → 데크계단 → 이정표 → 전망대 → 암릉 → 칠락봉 → 흑산도 한전 갈림길 → 한전 입구 → 샘골 갈림길 → 여객터미널’의 4.03km(트랭글), 1시간 29분의 흑산도 칠락산 탐방이었다. 이동 1시간 22분, 휴식 7분!
흑산도 관광에서 남는 시간에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산이다.
물론 조망도 좋다.
홍어 선회는 기대보다 더 좋았다. 시간이 없어 더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온 게 아쉬울 뿐!
홍도 깃대봉
높이: 352m
위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에 위치하고 있는 홍도는 대흑산 본섬의 부속 도서로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매가도라고도 한다.
홍도는 본 섬을 비롯한 20여 개의 부속 섬이 절정을 이루어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되 있어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특히 바닷바람을 받으며 자라는 홍도 풍란은 아주 귀한 난이다.
홍도는 유람선을 타고 홍도 33경이라는 해상관광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섬인 관계로 태풍 등 기상 조건에 좌우되어 배가 출항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 서울에서 갈 경우 최소한 1박 3일 이상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어미 섬의 주봉인 깃대봉(해발 367m)과 남쪽의 깃대봉 주변에는 동백나무 숲, 후박나무, 식나무 등 휘귀 식물 5백여 종이 있으며 2백여 종의 동물과 곤충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홍도에는 130여 가구가 있고 여객선이 드나드는 홍도 1구와 30여 가구가 살고 등대가 있는 홍두2구 마을 2개가 있다. 홍도2구마을에는 여객선이 닿지 않고 어선으로 이동한다.
홍도마을은 도로가 없고 골목길만 있다. 걸어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20여 분, 유람선을 타고 해상관광(2시간)을 하는 것 이외에는 볼 것이나 놀 것이 없다. 따라서 홍도에는 여관과 민박집 등이 있으나 홍도에서 1박을 할 필요는 없고 흑산도에서 1박을 하여 흑산도 유람선 관광과 육로관광, 등산 등을 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홍도에서는 유람선 관광만 하고 흑산도에서 1박을 하면 칠락산, 깃대봉 등 2-4시간 산행을 할 수 있다.
홍도
홍도 깃대봉은 2002년 산림청이 지정한 100 명산에 포함되어 있다. 덩굴 사철, 식나무 및 동백림 등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1965년)되어 있으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1981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고 하나 산세가 수려하거나 산행에 매력을 느낄 만한 산은 아니다.
데크 계단이 설치된 15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있는데 이 전망대까지만 오를 수 있고 전망대 위에는 출입 통제 안내표지가 되어 있다.
신안군에서 깃대봉까지 데크 계단을 설치하여 등산로를 개방할 계획이라 한다. 몇 년이 지나면 등산로가 개방될지 모른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덩굴 사철, 식나무 및 동백림 등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1965년)되어 있으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1981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이름 그대로 깃대처럼 생긴 암봉이며, 홍도의 최고봉임. 깃대봉은 독립문, 석화굴 등 해안 경관과 조화를 이뤄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 한국의 산하
3 - 1
식당을 나와 선착장으로 가 배를 기다렸는데, 출발 예정 시각인 2시 50분이 지났음에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올 때 고생했던 파고가 더 높아져 지체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홍도까지의 뱃길이 불안해지고. 그나마 다행인 건 ‘왜, 홍도까지 30분씩이 걸릴까?’ 대해 의문이 들 정로도 홍도는 바로 앞에 보인다는 거다. 고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20분 내외일 거라는 자위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방파제가 막아주고 있기는 하나, 선착장에서 보이는 바다는 작은 물결만 일렁일 뿐이었다. 그렇게 빈둥거리며 쾌속선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3시 7분에 선착장 너머로 빠르게 달려오는 배가 보였다.
3시 10분 탑승을 시작한 쾌속선은 승선이 끝나자 바로 홍도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아예 앞으로 갈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심한 울렁임을 느끼지는 못했다. 취해서 못 느낀 걸 수도. 물론 그렇다고 조용한 항해는 아니었다. 그렇게 달린 배는 3시 55분에 홍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소요 시간을 보니, 심하게 출렁인 듯! 당일 깃대봉을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라 서둘러야 해 바로 현지 인솔자를 따라 숙소로 가며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에 깃대봉이 있었다. 4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4시 12분경 깃대봉에 오르기 위해 같은 방을 쓰게 된 인솔 대장과 함께 숙소를 나왔다. 흑산도 칠락산은 더워서 바람막이를 두고 갔으나, 해가 지는 시점이라, 바람막이를 입고 카메라와 폰만 들고 갔다. 물론 흥수도.
3 - 2
우리가 타고 온 쾌속선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을 지나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거로 산행을 시작했다. 홍도분교를 지나 데크 전망대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다음날 홍도 관광이 예정돼 있어, 굳이 사진을 찍는 데 신경을 쓰지는 않고, 깔딱을 오르다가 지치면 쉬는 동안 주변을 찍으며 깃대봉을 향해 갔다. 와중에 저 멀리 흑산도도 구경하고. 그렇게 오르다 보니, 자연에 지배당하는 섬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신앙의 대상이 나타났다. 청어? 미륵이다!
청어 미륵에게 풍어를 빌고 계속 가자, 이번에는 구실잣밤나무 연리지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올라가 4시 51분에 홍도 내연발전소 갈림길에 도착했다. 홍도 1구로부터 0.9km, 깃대봉까지는 1.1km 남았다. 등산로는 아주 잘 닦여 있었는데, 믿어도 좋을지 모르겠나 현지 주민이 하는 얘기로는 홍도에는 등산로가 없다고 했다. 홍도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라, 등산로가 없고, 우리가 등산로라고 생각하는 이 길은 홍도 1구와 2구의 주민이 살아가는 생활로라고. 아니 그럼 탐방지원센터와 정상석은?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있기로. 5시 10분경이 지나자 저 앞에 깃대봉이 보이는데 올라가야 할 높이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아니 고작 해발 365m에 불과한 봉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숯가마 터를 지나 5시 25분에 깃대봉 정상에 도착했다. 이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교행한 관광객 또는 등산객이 코로나 이전 수도권 웬만한 산 못지않은 게 코로나는 끝났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아직 찾는 사람이 코로나 이전보다 반 정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정상 겸 전망대에는 산림청 100대 명산답게 인증을 남기는 등산객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관광객 등 예닐곱의 사람이 늦은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그중 한 명에게 부탁해 인증을 찍은 후 다음 목적지인 홍도 등대로 향했다. 100 산, 섬&산 등 인증 프로그램 중 하나로 까만 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며 확인해본바 ‘국립등대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스탬프 투어[링크]였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몇 명이 이번에 참여해 등대 쪽으로 내려갔다. 사실 이번 산행은 인증꾼에게는 한 번의 여행으로 '목포구등대(海南 舊 木浦口 燈臺)', '홍도 깃대봉', '홍도등대' 등 3건의 인증을 받을 기회다. 인솔 대장의 코스 설명 중 등대 스탬프 투어 참여자는 시간이 늦어 육로로 오기 힘들어 어선을 빌려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 돌아온다고 했었다. 등대 인증이야 관심 사항이 아니나, 깃대봉에서 다시 돌아가는 건 왔던 길 돌아가는 가장 싫어하는 산행이고, 홍도 2구까지 가는 게 사실상의 종주라 등대가 있는 홍도 2구로 향했다.
홍도 2구로 하산하는 길은 예상대로 급경사 길이라 약간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등대 인증을 하려는 인증꾼이 꽤 있는 거로 아는데 내려가는 사람은 우리 둘이 다다. 사실 우리는 숙소 문제가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출발이 늦었고, 우리를 추월한 등산객이 없었고, 우리가 추월한 등산객도 없었으니, 이론적으로는 이미 다 등대에 도착해 어선을 빌려 홍도 1구로 출발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난감해지는 상황이라, 둘이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얘기했는데, 난 죽어도 이 길을 다시 올라갈 수 없다고 외쳤다. 물론 그랬다가는 저녁 식사 시각인 7시까지 식당으로 가지도 못한다. 해서 흥수가 인솔 대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빠른 속도로 2구를 향해 내려갔다.
그러다 인솔 대장과 통화가 됐고, 대략 10여 명이 등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등대 갈림길에 도착해 등대 방향으로 좌회전하려는 데 집에서 일하고 있던 주민 한 명이 우리를 보고 큰 소리로 배가 떠나니 빨리 포구로 내려가라고 외쳤다. 깜짝 놀라 서둘러 홍도 2구 포구에 도착해 보니, 출발 대기 중인 배는 보이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이지 상황을 파악하려는 순간 흥수에게 인솔 대장이 전화가 왔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생각이 있으면 등대로 오라는. 흥수가 내 의견을 물어, 나는 갈 생각이 없으니 혼자 다녀오라고 해, 흥수는 등대로 달려갔고, 나는 마을을 구경하며 앉아서 등대로 간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직 숙소로 복귀한 건 아니나 어쨌든 홍도 깃대봉 산행은 끝났다. 그 시각이 6시 5분이다.
3 - 3
포구에 있는 야외 횟집 의자에 앉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 아까 우리에게 빨리 내려가라고 외쳤던 여성이 담요 비슷한 걸 들고 포구로 내려왔다. 그리고 날 보더니, 어두운데 등대에 가봐야 뭐하냐고 하더니, 저 배를 타고 가겠지 했던 배가 아니라, 아주 작은 배의 어부와 얘기를 나눈다. 그걸 보고 '저 배에 12명이 다 탈 수 있을까?' 약간 놀랐다. 어쨌든 배를 몰고 있는 어부는 2구 이장이고 이불을 들고 온 여성은 부인이었다. 이장 부인은 들고 온 이불을 승선장 계단에 깔았다. 배를 타다가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세심함에 감탄하며,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등대 쪽에서 랜턴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스템프를 찍고 포구를 향해 오고 있는 거다.
랜턴이 등대를 떠나는 걸 보고, 먼저 배에 올라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인솔 대장이 도착해 두 당 만 원씩 뱃삯을 걷는 동안, 선장이 몇 명인지 물었다. 12명이라고 하자, 그럼 먼저 6명만 타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12명을 한 번에 태우겠는가? 이미 타고 있던 나를 제외한 흥수를 포함 다섯 명이 배로 건너왔다. 다들 자리를 잡고 앉자, 작은 어선은 홍도 1구를 향해 출발했고, 와중에 나와 또 한 명이 뱃삯을 내지 않은 상태라 달리는 배에서 선장에게 냈다. 파고가 높지는 않았으나 배가 작아, 수제비 뜨듯이 튕기며 달려, 앞에 앉은 승객은 바닷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다행히 나는 먼저 탈 때 선장 가까이에 앉아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대략 10분 정도 달린 어선은 6시 34분에 선두 여섯 명을 1구 포구에 내려주고 다시 6명을 태우러 2구로 돌아갔다.
먼저 도착한 6명은 고개를 넘어 식당으로 갔다. 숙소에 있는 식당은 백반만 제공하고, 회를 먹겠다고 손을 든 10명은 다른 식당에서 먹어야 했다. 그런데 그 다른 식당이 어딘지 몰라 물어물어 찾아가니, 숙소 앞이었다. 그 식당은 만원으로, 유일하게 빈 테이블 두 개에 10명 자리를 세팅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흥수와 둘이 맥주와 소주를 주문해 무사 산행과 복귀를 축하하며 소맥을 마셨다. 그렇게 둘이 마시고 있는데 2진인 대장이 도착해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4명에게 이쪽 테이블로 옮기라고 했다. 예상대로 멍청히 앉아 있던 4명이 우리 일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회를 먹겠다고 손을 든 사람은 10명인데, 식당에 나타난 사람은 인솔 대장 포함 7명에 불과했다. 3명이 예약부도, 노쇼다. 해서 인솔 대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대장이 책임지겠다고 선언하고 먹자고 했다. 결국, 네 명이 오 인분을, 우리는 세 명이 오 인분을 먹어야 했다. 뭐 대장이 일방적으로 책임질 건 아니고 우리 테이블을 우리가 알아서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잔하며 옆 테이블의 네 명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중 한 명이 산꾼으로 친한 초등학교 동창과 함께 왔다고. 나이는 우리보다 서너 살 많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먹다 보니, 대장과 내가 회를 잘 안 먹는 것도 한몫해 우리 테이블의 회가 너무 많아, 옆 테이블에 거의 절반을 넘겼다. 몇 병인지 기억도 없게 마시고 숙소로 가 뻗은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물론 몇 시에 숙소로 갔는지도 모른다!
산악회 계획에 따라 '홍도탑아일랜드(숙소) → 선착장 → 홍도분교 → 제1 전망대 → 제2 전망대 → 홍도 내연발전소 갈림길 → 숯가마 터 → 깃대봉 → 등대 갈림길 → 홍도 2구 포구'의 4.3km(트랭글), 1시간 53분의 홍도 깃대봉 종주 산행이었다. 이동 1시간 51분, 휴식 2분!
깃대봉 산행은 가성비가 형편없지만, 홍도라는 천연기념물을 기준으로 하면 가성비가 좋은 산행이다. 홍도 관광 중 깃대봉도 오르는 거!
해발 고도가 낮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게 바다에서 시작하는 산행이라, 그 높이를 다 올라가야 해서 쉽지 않은 산행이다. 지난 금요일 해발 1,240m의 가칠봉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홍도 2구에서 어선을 빌려 홍도 1구로 복귀한 건 이번 여행 최고의 이벤트였다.
홍도 일주 유람선 관광은 여기 앨범에...
첫댓글 하루에 산 술 산 술 산 술 쿨쿨...
이럴려고 산에 가는 거지
난 지난 봄에 목포-홍도1박-흑산도-비금도1박 순서로 다녀왔다.
연희네 수퍼 옆모습
그 동네 경사진 골목길로 올라 목포항구를 내려다본 모습.
드라마에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