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경관이 뛰어난 3대 누각 중 하나로, 동정호(洞庭湖) 호반에 있는 악양루(岳陽樓) 한쪽 벽에 언제부터인지 ‘䖝二’ 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네요.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李白)이 이곳을 유람하게 되어 물어 봤답니다. 한참 들여다 보더니 “風月에 가(邊)가 없으니(無) 風月無邊이네.”라고 하더라네요. 아름다운 풍광(風光)이 가이없다 라는 말이겠지요. 지금도 악양루에 가면 ‘水天一色 風月無邊’ 라고 쓴 이백의 편액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淸나라 3대 황제 중 하나인 건륭제(乾隆帝)가 항주(杭州) 서호(西湖)에 비친 달을 보고 ‘䖝二’ 라고 썼지만 신하들 누구도 그 뜻 몰랐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風月無邊’이네요 라고 하더라나..)
風月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3가지 함의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1. 淸風明月
말 그대로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 즉 아름다운 자연 풍광(風光)을 의미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도를 淸風明月의 땅이라 부르는데, 사실 이는 이백의 시 ‘襄陽歌’에 나오는 구절 ‘淸風朗月’ 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여기 襄陽歌 중 일부만 붙여 봅니다.
百年三萬六千日 백년 삼만육천일
一日須傾三百杯 하루 모름지기 3백 잔을 기울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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清風朗月不用一錢買 아름다운 풍광에 한 푼 쓸 필요없지
玉山自倒非人推 옥산은 저절로 무너진 게지 사람이 밀었나.
2. 吟風弄月
시원한 바람을 읊고 밝은 달을 희롱한다, 즉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읊거나 노래한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풍류(風流)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음풍농월과 딱 들어맞는 퇴계(退溪) 선생의 시 한수 붙입니다.
獨倚山窓夜色寒 홀로 창에 기대니 밤빛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화나무 가지 끝에 둥근 달이 떠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불어오니
自有淸香滿院間 맑은 향기 저절로 집안에 가득하네.
3. 堂狗風月
국어사전에 풍월(風月)을 찾아보면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짧은 지식’ 이라는 말이 눈에 띄네요. 즉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겠지요. 요즘 이런 부류의 아는체 하는 인간들이 하도 많아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