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격 해프닝에 대한 저의 해석을 3번에 걸쳐 올립니다.
오늘은 ‘사건의 재구성’ 차원에서 ‘① 말해줘, 잠시 날 놀린 거라고’입니다.
크림반도 병합 등 굵직한 군사 작전에 정규군이 아니라 바그너가 적극 그동안 참여했다는 점은 거꾸로 말하면 공산주의 러시아가 군사시스템 운용 측면에서는 자본주의 뺨 칠 정도로 시장 접근적이었다고 해석 가능합니다.
프리고진이 지난 11일 자국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실은 자본주의에서 마치 기업간의 MOU 체결을 앞두고 벌어지는 밀당을 연상하게 만드네요.
어떻게 그런 협상력이 생긴 걸까요?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바그너 용병 5만명 중 약 80%가 전직 수감자였다는 사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네요.
정규군은 일종의 샌님들 집합이라면 바그너는 5분의 4가 전과자이니 싸움 하는데 게임이 되겠습니까?
23일 바그너 그룹은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은 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의 국경 검문소를 순식간에 통과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죠.
다급해진 푸틴 대통령은 오전 10시께쯤 TV에 나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하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혔는데, 그 말을 누가 결과적으로 믿겠습니까?
하루 만에 1000㎞ 진격 시도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경고는 통하지 않았고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은 진격을 이어가, 이날 오후 모스크바 남쪽 약 350㎞ 떨어진 리페츠크주까지 접근하며, 2차 대전에서의 독일 진격에 비하면 거의 공중을 날아다녔다고 비교될 정도입니다.
모스크바 교전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극적인 소식이 전해졌죠.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바그너 그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해 러시아에서의 병력 이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되죠.
프리고진은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 거의 200㎞ 내까지 왔다"고 메시지를 내었고 "어느 한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려 기지로 돌아간다"고 밝힙니다.
러시아 정부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이 취소될 것이며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전했고 바그너 그룹 병사들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3일 시작된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은 24일 밤늦게 그가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나면서 끝을 맺었다."
바그너 그룹은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 밖에서 진격을 멈춘 것입니다.
자, 이제 저의 질문입니다.
이들이 1000㎞ 가까운 거리를 돌파할 동안 러시아 정규군과 간헐적인 교전을 벌이면서도 이러한 진격이 가능했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해석은 두 가지 가능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러시아 정규군 병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정작 본토 방어에 구멍이 생겼다.’
또는
“러시아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입니다
아마도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 그룹을 묵인하며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무엇보다 바그너 그룹의 행렬을 구경하러 나온 길 거리에 나온 러시아 국민들의 얼굴을 잘 살펴 보면, 내면에 깔린 민심 이반의 정도가 생각보다 집단적인 차원까지 진행되었다고 평가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청춘 남녀가 헤어질 때 차이는 쪽에서 ‘말해줘, 잠시 날 놀린 거라고’고 현실을 부정하고픈 상황과 남녀가 아니라 남남 어른들이라는 점 빼고는 거의 유사하다는 게 저의 ‘사건 재구성’ 총평이 되겠습니다.
〔정동희의 Free to Go : ② 국제 정치 차원의 메시지 해석〕, 〔정동희의 Free to Go : ③ 국제 경제 차원의 메시지 해석〕은 순차적으로 1주일 뒤에 이어집니다.
#정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