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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러스 진화론의 산실 인도네시아
다윈이 남미의 갈라파고스에서 진화론을 연구할 때 지구 반대편 인도네시아에서 월러스라는 생물학자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제도 동쪽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서쪽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완연히 다른 것을 발견한 월러스는 다윈과 비슷한 진화론의 기초 연구에 몰입한다. 인도네시아의 서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원숭이나 호랑이, 곰, 코끼리의 화석이 동쪽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동부의 동물들은 오히려 호주나 뉴기니의 동물과 유사하였다.동남아의 동물들은 발리까지 무난히 이동하였으나 더 이상 동쪽으로는 전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바다가 아주 얕아 섬들 간의 거리가 몹시 가까웠기에 약간의 수영만 하면 손쉽게 섬들을 건널 수가 있었는데 무엇인가 그들의 이동을 막았던 것이다. 이 수수께끼는 100년이 지나서야 풀렸다.인도네시아 북동부의 태평양은 인도네시아 남부의 인도양 보다 해수면이 30cm가 높다. 이 거대한 바다에서 해수면 차이 30cm는 엄청난 부피의 바닷물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제도가 이러한 바닷물의 이동을 방해하고 바닷물은 육지가 없는 빈 공간을 찾아 남쪽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는다. 발리와 롬복 사이의 빈 공간을 발견한 바닷물은 이곳을 엄청난 속도로 빠져 나간다. 마침 이 구간은 수심이 300m에 이르러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빠져 나갈 수가 있다. 이 거대한 조류에 휩쓸리는 모든 것은 순식간에 떠내려간다. 이 거대한 강(?)을 어떤 동물도 건너지를 못한 것이다.발리와 롬복 사이의 병목 구간을 막고 있는 병마개가 바로 누사 페니다 섬이다. 거대한 바닷물의 강이 병마개를 밀어부치니 당연히 엄청난 속도의 조류가 섬 양쪽으로 빠져 나가게 된다. 바로 이 조류가 수많은 종류의 어종과 알들을 휩쓸고 와서 섬 주위에 뿌려 놓는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미생물, 플랑크톤을 배달하고 동시에 풍족한 산소를 공급하여 산호가 자라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만든다. 풍족한 플랑크톤은 작은 생선 떼를 유혹하고 이 생선들을 사냥하러 덩치 큰 대어들이 찾아오는 것이다.조류는 8월에 가장 강력하고 이 때를 맞춰 몰라몰라(Mola mola)가 찾아온다. 몰라몰라는 라틴어 학명이고 영어로는 오션선피쉬(Ocean Sunfish), 우리말로는 개복치이다. 이 섬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몰라몰라를 보러 오는데 8월초부터 9월 말까지가 바로 몰라몰라 시즌이지만 조류가 강해 시야가 좋지 않다. 다이빙에 가장 이상적인 시즌은 우기인 12월부터 3월까지지만 이때는 몰라몰라를 볼 수 없다.
리버티 난파선 다이빙
작년에 인상 깊게 본 리버티 난파선을 찾아 다시9월초 발리로 향했다. 덴파사 공항에 내리니 호텔에서 마중 나왔고, 승용차로 3시간을 달려 툴람벤의 호텔에 도착했다. 지난번 묵었던 스쿠버 세라야 리조트를 원했지만, 빈방이 없어 리버티 다이브 리조트로 예약했는데 세라야 못지 않은 방에 가격은 절반이라 몹시 만족스러웠다.리버티는 미국 상선으로 2차 대전 때 일본 잠수함의 어뢰에 맞아 침몰 직전에 간신히 사누르 항에 견인되었고, 배를 정박할 곳이 없어 툴람벤 해변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다 1960대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 내리면서 배를 바다 속으로 밀어 버려 지금은 해변에서 50m 지점에 옆으로 가라앉아 있다. 밑바닥은 해변을 향하고 갑판은 바다를 향해 누웠는데 가장 얕은 곳이 5m 여서 스노클링으로도 볼 수 있다. 가장 깊은 곳은 35m이다.난파선을 많이 본 나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첫 다이빙 후에 이 배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고 작년에 3일을 이 배에서 계속 보냈다. 리버티는 사진작가들에게는 정말로 매력적인 난파선이었다. 3-4 일간 사진을 찍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아름다웠다.불행하게도 나의 소중한 스트로보 YS-250은 출발 이틀 전에 청소 중 부주의로 배터리 연결 핀이 하나 부러져 작동불능이었다. 너무나 치명적인 사고로 이제 스트로보 하나로 촬영해야 되는데 알량한 실력에 사진이 제대로 나올지 막막했다. 게다가 시야가 가장 나쁜 시즌이라 사진은 크게 기대 않고 주로 비디오로 찍기로 했다. 5D 마크II가 제 실력을 발휘 하기만 고대할 뿐이었다.리버티는 보고 또 보아도 지겹지 않다. 리버티의 또 다른 모습은 나이트 다이빙에서 나타난다. 거대한 어류들이 리버티 곳곳의 은신처 숨어있고 바로 옆에까지 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돼지보다 더 큰 패롯피쉬가 내 코앞에서 쉬고 있다. 이렇게 접근하다 물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리버티에서 나이트 다이빙을 안하면 리버티를 반쪽만 본 것이다.작년에는 조류가 심했으나 이번에는 조류가 전혀 없었다. 작년 툴람벤 북쪽에서 다이빙을 마친 후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세라야로 돌아갈 때 일이다. 서양여자 다섯 명이 서로 얼싸 안고 망망 대해를 표류하는 것을 발견했다. 뚱뚱한 아줌마 3명이 여자아이 2명을 필사적으로 끌어 안고 있었다. 다행이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깜짝 놀란 우리는 이들을 고무 보트 위로 끌어 올렸다. 그들은 바닷가에서 스노클링 하던 중 순식간에 조류에 밀려 2Km를 떠내려 온 것이었다. 오리발로 죽도록 킥을 해도 전혀 소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떠내려 왔다고 한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이들은 월러스 라인을 따라 누사 페니다로 떠내려 갔을 것이다. 서양 사람들도 역시 아줌마들은 강했다.
누사 페니다의 몰라몰라 다이빙
리버티에서 이틀간 촬영을 마치고 누사 페니다로 향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몰라몰라를 보러 가는 것이다. 누사 페니다는 사누르에서 약 20Km 거리로 스피드 보트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작년에는 발리에 머물며 스피드 보트로 누사 페니다로 다이빙을 다녔지만 이런 방법은 좋지가 않았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위를 스피드 보트로 한 시간 동안 총알같이 달리면 파도의 충격으로 허리가 아프고 뱃멀미도 하게 된다. 작은 배 안에서 슈트를 갈아입고 장비를 차는 것도 고생스러워 다이빙이 즐겁지가 않다. 비용도 130불로 두 배나 높고, 포인트도 만타 포인트와 크리스탈 베이의 두 군데만 고집한다. 몰라몰라가 크리스탈 베이에 자주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날의 조류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매시 마다 포인트를 수시로 바꿔야 하는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누사 페니다의 코 앞에 있는 렘봉안 섬으로 숙소를 잡았다. 누사 페니다의 다이빙 업체들은 모두 렘봉안 섬에 있다. 누사는 인도네시아 말로 “섬”을 지칭한다. 렘봉안 섬에는 3부류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스쿠버 다이빙에 미친 사람, 써핑에 미친 사람, 그리고 여행에 미친 사람들이다. 아마 30년 전의 발리가 렘봉안처럼 소박한 어촌이었을 것이다. 상업화 되기 전의 소박한 발리를 그리워하는 투어 매니아들이 렘봉안으로 몰려 온다.섬에서는 스쿠버 다이빙과 써핑을 빼고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 몰라몰라를 제대로 보려면 렘봉안의 현지 가이드를 써야 되지 발리 가이드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와 몰라몰라의 위치 추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렘봉안의 현지 가이드들은 서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며 위치를 추정해내기 때문에 몰라몰라를 볼 확률이 훨씬 높다. 실제 렘봉안에서 4일 다이빙 중 3일을 몰라몰라를 보았는데 이것이 현지 가이드들의 숨은 실력이고, 비용도 60불로(2회 다이빙) 절반 가격이었다.램봉안 섬에는 10여개의 다이빙 업체가 있는데 그 중 World Diving Lembongan과 Lembongan Dive Center가 인기가 좋아 나는 렘봉안 다이브 센터를 선택하였다. 몰라몰라를 찾아 수심 30~40 m를 수시로 들락거리니 나이트록스는 적합하지 않고 실제로 나이트록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이 섬에는 없다.누사 페니다의 조류는 바다 생물에게는 유익하지만 다이버들의 안전에는 치명적인 타격이기도 하다. 렘봉안 섬에 도착하니 끔찍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이버 두명이 하루 간격으로 몰라몰라가 자주 나오는 크리스탈 베이에서 조류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것이다. 34세의 일본인 여성 다이버 아이 다나까는 수심 18 m에서 몰라몰라를 발견하고 흥분에 겨워 접근하다 하향 조류에 휩쓸려 순식간에 45m로 빨려 들었고, 조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그날은 조류가 심해 유해를 인양하지 못하고 다음 날 45m 수심에서 유해를 발견하였다.다음 날 43세의 전직 발리 다이브센터 강사인 헨드릭 젠슨이 비슷한 상황에서 실종 되었고 후에 시신은 물 위에서 발견되었다. 덴마크 사람인 젠슨은 발리에서 인정 받는 베테랑 다이버인데 사고 후, 해양 경찰청은 크리스탈 베이를 잠정적으로 폐쇄하였다. 다이빙 업체 사람들은 그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 같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가 조류로 사망했다고 한다. 렘봉안 섬의 다이빙 업체들은 이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 사업에 지장이 있을까 일절 입을 다물고 있고, 꼬치꼬치 물어 보면 심장마비라고만 한다. 심장마비 때문에 크리스탈 베이를 경찰이 봉쇄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발리 다이빙 아카데미에서 16년간 근무하던 40세의 렘봉안은 사고 후 다음과 같은 논평을 신문에 발표했다. “이곳 조류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빨아 들인다.” “이곳 조류는 보름 후 9일째와 그믐 후 9일째가 가장 심하다.”누시 페니다의 조류는 밑으로 빨아들일 때도 있지만, 반대로 물 위로 밀어 올릴 때도 있다. 따라서 웨이트를 넉넉히 차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드디어 만타 포인트에서 첫 입수를 하였다. 물이 몹시 차가웠다. 콤퓨터에 수온이 20℃로 나온다. 간혹 18℃ 까지 수온이 내려간다니 5mm 슈트를 가져온 게 정말 다행이다. 서너 마리의 만타를 보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고 시야도 좋지 않았다. 다이브 브리핑 때, 만타와 몰라몰라는 촬영시 플래시를 절대로 쓰지 말라고 해서 주로 비디오로만 촬영하였다.두 번 째 다이빙은 고대하던 크리스탈 베이에서 했다. 이 조그만 만에는 20여 척의 다이빙 보트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200 여명의 다이버들이 몰려와 고기 보다 다이버 들이 더 많아 보인다.내가 다이빙 할 때 제일 싫어하는 곳이 사람 많은 곳이다. 주로 광각을 사용하기에 사람이 많으면 항상 사진을 망친다. 브리핑시 조류를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신신 당부를 했지만 역시 지난 주의 사망 사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대신 몰라몰라를 보면 절대로 접근하지 말고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당부했다.입수하여 월을 따라 수심 20 m 지점에 다다르자 15m 전방에 몰라몰라가 나타났다. 나는 너무나 감격하여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 버리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눈물이 핑 돈다. 말라파스쿠아에서 환도상어를 보았을 때도 모알보알에서 고래상어를 보았을 때도 이렇게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10여 년 전 멕시코에서 100여 마리의 만타 무리에 둘러 싸였을 때 이렇게 눈물이 핑 돌았었다.
몰라몰라는 정말로 경이로운 생선이다. 뒤의 꼬리부분이 없는 반 토막 같이 생긴 커다란 생선이 조그만 입을 벌리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클리닝 스테이션의 작은 생선들이 열심히 만타를 따라오고 있다.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 사진기를 들고 몰라몰라에 접근 하려 하자 가이드가 발을 잡아 당긴다. 접근하지 말고 기다리란다. 벽에 등을 대고 기다리자 신통하게도 몰라몰라가 도망가지 않고 계속 우리 쪽으로 서서히 오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으나 플래시 없이 멀리서 찍다 보니 사진이 신통치 않다. 좀 더 접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 어떤 참을성 없는 다른 팀의 다이버가 몰라몰라에 사진기를 들고 바짝 다가갔다. 나는 속으로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저 녀석 때문에 몰라몰라가 도망을 갈 것이다.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셔터를 눌러 대기 시작했다. 도망가가 직전에 한 커트라도 건져야 했다. 사진을 마구 찍다 보니 그 녀석이 사진 속에 몰라몰라와 함께 잡힌다. 몰라몰라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우리는 녀석을 째려 보았다.
다음 날 만타 포인트로 갔으나 만타는 휴가를 갔는지 아무데도 없었다. 이날 크리스탈 베이에는 몰라몰라가 없고 맹그로브에서 전날 몰라몰라가 발견되었다 해서 우리는 맹그로브로 갔다. 그곳에는 다이버들이 아무도 없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렘봉안 섬의 산호들은 정말 건강해 보였다. 산호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이들이 부자집 자식들 같이 영양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류를 타고 편안히 드리프트를 하며 바라본 이곳은 정말로 아름다운 산호밭이었다. 맹그로브에서 몰라몰라를 못 보았지만 전혀 섭섭하지 않을 만큼 경치가 좋았다.
지느러미 2개를 모두 펴고 입을 벌린 자세가 클리닝 포즈 이고 이때 서서히 접근 하면 3m 까지도 접근이 가능하다.
다이빙 3일째 되는 날 토야파케에서 몰라몰라가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그래서 크리스탈 베이로 가는 배를 돌려 토야파케 월로 향했다. 수심 20 m를 유지 하며 조류를 따라 드리프트 하던 중 탱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니 다른 팀의 가이드가 몰라몰라 수신호를 보내며 밑을 가리킨다. 수심 40 m 지점에 몰라몰라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죽어라고 킥을 하는데 조류가 세서 제대로 나아가질 못한다. 다음 번에는 오리발을 쎈 놈으로 바꿔야겠다. 36m 지점에서 우리는 몰라몰라와 극적인 대면을 했다. 이때 어떤 멍청이가 소형사진기를 들이대는데 플래시가 번쩍하고 터지고 몰라몰라는 총알같이 사라진다. 우리는 닭 좇던 강아지 모양 허탈에 빠진다. 이래서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라고 가이드가 신신 당부를 한 것이다. 그곳에서 계속 기다리기엔 수심이 너무 깊었다. 내 인생에 두 번째로 고압 챔버에 들어 갔을 때 나는 다시는 챔버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죽어도 세 번은 안 들어 갈 것이다. 몰라몰라를 포기하고 서서히 상승하였다. 4일째 되는 마지막 날도 크리스탈 베이에서 나란히 붙어있는 2마리의 몰라몰라를 보았으나, 어느 눈치 없는 다이버가 너무 급히 접근을 시도하여 순식간에 사라졌다.마지막 다이빙은 만타 포인트에서 할 계획이었으나 이곳으로 가던 중 10여 마리의 만타를 만나 도중에 급히 입수하였다. 조류는 없었으나 파도가 너무 세었다. 어려서부터 써핑을 했기에 나는 파도를 좀 볼 줄안다. 이 파도는 브레이크는 없었지만 높이가 2 m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 파도는 항상 셋트로 온다. 이번이 가장 높은 셋트라면 큰 무리가 없겠으나 가장 낮은 셋트라면 상당히 위험하다. 파도를 충분히 관찰한 후에 입수를 해야 되나 우리는 만타 떼를 놓치기 싫었다.수심은 7 m로 입수 하자마자 우리는 파도에 쓸려 시계추처럼 좌우로 끌려 다니며 배멀미를 참고 만타를 구경했다. 시야가 흐려 촬영은 불가능했지만, 10여 마리의 만타가 교대로 코앞까지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계속 되었기에 너무 황홀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갑자기 파도가 세지며 내 몸이 정신 없이 끌려 다녔다. 걱정했던 대형 파도 셋트가 들이 닥친 것이다. 가이드는 정신없이 탱크를 두드리며 탈출을 지시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나는 카약이나 써핑을 하며 익사할 뻔한 경험이 많아 파도에서 어느 순간이 위험한지를 잘 깨닫고 있고 그러기에 아직도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못 느꼈겠지만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평소에 사랑하던 마레스 볼로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죽어라 킥을 해도 1m도 전진할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산호를 붙잡고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파도가 얼마나 센지 산호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파도는 나를 번쩍 들어서 집어 던진다. 이때 나는 초보자들은 여기에 와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절실히 느꼈다.
렘봉안 섬은 정말로 멋진 곳이었다. 나는 섬을 떠나며 속으로 외쳤다.“몰라몰라야 잘 있어라! 너를 보러 꼭 다시 오리니”
이 성급한 한사람 때문에주변 여러 다이버들이 피해를 입는다
출처
http://www.scubane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