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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행위는 머물지 않는다[妙行無住分]
“또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어떤 것에도
머물지 말고 보시(布施)를해야 하나니,
이를테면 사물에 머물지 말고 보시할 것이며,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그 외의 온갖 것에 머물지 말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보시하여 형상에 머물지 말라.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형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그 복덕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쪽 허공을 모두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남쪽 서쪽 북쪽과 네 간방과 위쪽과 아래쪽의
허공을 모두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형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는 복덕(福德)도 또
이와 같아서 가히 상상할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가르친
바와 같이 머물지니라.”
아름다운 행위는 머물고 집착함이 없다
묘행무주는 금강경 32분(分) 이름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 묘행무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묘행(妙行)은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아름다운 행동이고 아름다운 삶이지요.
묘행은 무주(無住)라고 하였습니다.
무주 다음에 집착할 착(着)자를 한 자 더 쓰면
무주착(無住着)이 되어서 아름다운 행이 어떠해야 하는지가
더 잘 드러납니다.
아름다운 행은 머물고 집착함이 없습니다.
떠날 때도 가볍게 떠날 줄 아는 것이 아름다운 이별이지요.
삶의 다른 문제들, 다른 어떤 행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집착이 없고,
그 마음에 어떤 관념도 남지 않을 때,
그 사람이 살아가는 일도 홀가분하고 가볍습니다.
그런 삶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復次須菩提야 菩薩이 於法에 應無所住하야 行於布施니
所謂不住色布施며 不住聲香味觸法布施니라
보살은 머무는 바 없는 보시를 한다
보살은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 대승의 수행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불교적으로 관념화된 성인(聖人)의 입장으로
보살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을 뜻있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
인생에서 무엇인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보살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불자입니다.
보살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로써 수행을 합니다.
그 중에 보시가 제일 우선입니다.
물질[財布施,재보시]이나, 불법[法布施,법보시]이나,
두려움을 없애는 위로 [無畏施,무외시]로써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보시입니다.
보살의 삶은 첫째가 베푸는 삶입니다.
菩薩이 於法에 應無所住하야 行於布施니
그런데 그 베풂이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베풂이어야 합니다.
베푸는 양이 얼마가 됐든 그 베푸는 시간이 길든 짧든
무엇을 베풀든 그 어떤 관념에도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는 보시가 될 때 주는 사람도
자유롭고 받는 사람도 자유롭습니다.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보살은 반드시
어떤 법에도 머물지 말고 보시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법은 모든 사물과 사건입니다.
모든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所謂不住色布施며 不住聲香味觸法布施니라
법이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색성향미촉법입니다.
안이비설신의 육근의 대상이 되는 색성향미촉법을 육경이라고 합니다.
색은 물질이고 성은 소리, 향은 향기, 미는 맛, 촉은 감촉, 법은
그 나머지 의식의 대상입니다.
앞서 말한 법은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합니다.
보살은 물질이나 소리 향기 맛 감촉 의식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須菩提야 菩薩이 應如是布施하야 不住於相이니何以故오
若菩薩이 不住相布施하면 其福德을 不可思量이니라
금강경에서 부처님과 대화하는 상대는 수보리입니다.
부처님 제자중에 수보리를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고 하였습니다.
수보리는 누구보다 무상(無相)이나 공(空)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어떤 관념이나 어떤 상(相)도 마음에 남겨두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보살이 응당히 이와 같이 보시해서
상에 머물지 않는 보시를 하면
보살로서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상에 머물지 말라
보살의 삶은 자나깨나 보시의 삶입니다.
그런 삶에서 베푼다고 하는 의식이나 관념이
차곡차곡 쌓이면 큰 병이 됩니다.
어떤 행위든지 아무 생각이 없이 할 수는 없지요.
보시를 할 때도 바람처럼 스치면서 지나가는 생각은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도 다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스치는 생각을 붙잡아서 두고두고 곱씹고
거기에 어떤 조건을 달고, 대가를 바라고 기대를 가지면
생각은 점점 굳어져서 하나의 상(相)이 됩니다.
생각 상(想)자를 쓰는 것보다
모양 상(相)자를 쓰는 것이 더 강한 표현입니다.
관념이 굳어지면 큰 병이 되지요.
신체 장기 중에 간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야
제 기능을 하는데 굳어지면 큰 병이 됩니다.
생각이나 관념 역시 굳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의 가르침은
무상(無相)으로 위종(爲宗)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 특히 베푸는 행위에 있어서
상을 없애는 것을 으뜸으로 삼습니다.
금강경 안목으로 보면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
상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집중적으로
상을 없애는 가르침을 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 이야기이고, 마지막까지도 상을 이야기 합니다.
상병이 풀리면 모든 문제가 다 풀린다
나와 깊은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상을 낼 때
인간관계가 힘들어집니다.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은 차라리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밖에 나가서 나는 돈을 벌어오는데
집구석에 앉아서 이게 뭐냐.”라고 한다면
가장이라는 상을 내는 것입니다.
속으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표현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이 그렇게 나오면 주부는 속으로
‘더러운 돈 몇 푼 벌어왔다고.’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가족끼리 가장 주의해야 할 일이 상을 내는 일입니다.
금강경은 끊임없이 상병을 공략합니다.
앞서 수보리는 부처님께 ‘‘그 마음을 어떻게 항복받겠습니까
[운하항복기심(云何降伏其心)하리잇고]’하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사실 상병을 제대로 다스릴 줄 알면 마음을 항복받는 문제도 풀립니다.
상병만 제대로 다스릴 줄 알면 여타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하는 입장이 금강경의 입장입니다.
何以故오 若菩薩이 不住相布施하면 其福德을 不可思量이니라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그러한 까닭에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할 것 같으면 그 복이 한량이 없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서 단 돈 10원을 보시하고도 상을 내지 않으면
그 10원의 가치가 영원합니다.
하지만 1억을 보시하고도 상을 냈다면 그 가치는
마이너스 2억 3억이 될 수가 있습니다.
상을 내면서 보시를 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서
빚을 지게 됩니다. 차라리 보시를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東方虛空을 可思量不아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須菩提야 南西北方과 四維上下虛空을 可思量不아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須菩提야 菩薩의 無住相布施하는 福德도 亦復如是하야
不可思量이니라
무주상보시의 복덕은 한량없다
동쪽으로나 서쪽으로나 남쪽 혹은 북쪽 위 아래로도
허공은 끝이 없습니다.
그 보시가 무엇이 되었든지간에 보살로서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할 것 같으면 그 복덕도 또한 그와 같아서
가히 헤아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무량대복이라는 것이지요.
상을 떠나 푸른 하늘처럼 텅 비고 자유롭고 시원한 삶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덕의 삶입니다.
무주상하는 보살의 보시와 끝없는 허공의 비유가 근사합니다.
금강경 서두인 법회인유분에 급고독장자가 등장하는 이유와
걸식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께 밥 두 숟가락을 떠주는 마음으로
보시를 하라는 것입니다.
밥 두 숟가락을 베풀고 무슨 생각이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금강경은 처음부터 걸식을 등장시켰는데
칠가식을 하는 걸식에서는 밥 두 숟가락 이상의 보시가
필요치 않습니다.
급고독장자에서부터 부처님의 걸식과 보살의 보시에 이르기까지
무주상보시에 대한 일관된 가르침을 꿰뚫어 알 수 있습니다.
須菩提야 菩薩이 但應如所敎住니라
보살은 이와같이 살아라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보살이 이와 같은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앞서 수보리는 부처님께 “보살이 어떻게 살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합니까” 하는 질문을 하였는데
‘보살이 어떻게 살것인가[住]’에 대한 대답이
여기까지 일차적으로 정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