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입술 신앙을 경고하고, 믿음의 증거로 나타날 ‘사랑의 행위’를 강조하는 러시아의 전설.
성경에 보면 영복(永福)을 받을 자와 영벌(永罰)을 받을 자를 가려내는 기준에 대해 가르치는 귀중한 비유 하나가 있다.
마지막 심판의 비유(마태 25장)라고 알려진 예수의 비유에 보면, 천국에 들어갈 자와 지옥에 들어갈 자의 구별은 얼마나 잘 믿었느냐 하는 신앙과 믿음에 근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헐벗고 굶주린 불쌍한 사람들을 얼마나 잘 보살펴 주었느냐 하는 선행과 사랑에 근거되어 있다. 이 비유는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입술 신앙인에 대해 경고하면서, 믿음의 증거로 나타날 ‘사랑의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주어진 비유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러시아의 전설이 하나 있다. 그 전설에 의하면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운 궁전의 열쇠가 주어져 그 궁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한 소녀는 이 궁전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머리를 예쁘게 고 아름답고 깨끗한 옷으로 단장했다. 그러나 열쇠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일을 궁전 문지기가 알았다. 그래서 그는 그것 가지고는 안 되고, 매일 아침마다 다른 사람을 도와보라고 일러 주었다.
새 비법을 발견한 소녀는 길거리로 나가 도와 줄 사람을 열심히 찾아 다녔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늙은 거지를 만났다. 자기 주머니에 있던 돈을 전부 주었다. 그리고는 궁전 문지기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지기는 열쇠를 주지 않았다.
거절당한 소녀는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짐을 잔뜩 짊어진 할머니가 연력을 오르느라고 애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할머니로부터 짐을 빼앗아 날라다주고 할머니를 열심히 도왔다. 그리고는 문지기에게 다시 달려갔다. 이번에도 소녀는 다시 거절당했다.
소녀는 크게 실망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용기조차 잃어 버렸다. 그 소녀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가기로 하고 숲을 지날 때였다. 소녀는 가냘픈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강아지 한 마리가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 불쌍한 강아지 생각에 자기 자신을 다 잊어버린 채, 그 강한 스프링을 발과 손으로 죽을힘을 다해 벌려서 강아지를 살려냈다. 소녀의 손과 발은 찢어졌고, 피가 흘렀다. 치마를 찢어 강아지의 상처를 싸매 주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먹이를 주었다.
이때 궁전 문지기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궁전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그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놀라서 말했다.
“나는 열쇠를 얻으려고 강아지를 살려준 것이 아닌데요?”
문지기는 차분한 소리로 소녀에게 말해 주었다.
“이 열쇠는 자기 자신과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남을 돕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보상을 바라고 행해지는 선행도 많다. 그러나 정말로 참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선행이란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푼 선행이다. 이것만이 참된 선행이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