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핑크뮬리의 계절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21층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정면에 마포구청 청사가, 오른쪽으로 월드컵경기장, 그리고 그 너머로 월드컵공원(하늘공원)이 보인다. 우리 가족은 월드컵공원을 즐겨 찾아 가을의 여유를 만끽하곤 한다. 요즘 하늘공원에서는 ‘억새 축제’가 10월 18-24일 열리고 있으며, 서양 억새의 일종인 ‘핑크뮬리’도 만날 수 있다. 최근에 핑크뮬리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으로 인기가 높다. 축제 기간 동안 야간개장도 시행한다.
‘핑크 뮬리 그라스(Pink Muhly Grass)’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으나 2014년 제주도 휴애리자연생태공원에 식재(植栽, planting)됐다가 2016년에 순천만국가정원에 핑크뮬리 단지가 조성됐고, 2017년에는 경주 첨성대(瞻星臺) 인근에 심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핑크뮬리 정원’이 강남구 영재천 영동 2교에서 영동 4교로 이어지는 낭만의 공간에 조성돼 있다. 전국에 핑크뮬리가 식재된 곳의 면적(2018년 기준)은 축구장 약 16개 크기에 달한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부르는 핑크 뮬리는 외떡잎식물로 조경용(造景用)으로 식재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핑크뮬리는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데 분홍빛 안개처럼 자욱이 퍼진 핑크 뮬리 군락(群落) 속에 있으면 마치 환상 동화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에는 푸른 빛의 잎이지만, 가을에는 분홍빛에서 자줏빛의 꽃차례가 아름답기에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핑크 뮬리의 높이는 30-90cm이며, 너비는 60-90cm로 모여나기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마디에 털이 있으며, 뿌리는 옆으로 뻗지 않는다. 잎은 줄기 모양이며 잎몸의 길이는 15-75cm이다. 잎몸은 털이 없고, 대체로 편평하고 너비가 끝으로 갈수록 얇아져 실처럼 된다.
꽃은 작은 이삭으로 납작하며, 주로 하나의 꽃이 하나의 수상꽃차례를 이룬다. 수상꽃차례가 모여 뭉친 원추꽃차례 또는 펼쳐진 원추꽃차례를 이룬다. 꽃은 한 꽃 속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들어 있는 양성화(兩性花)이다. 열매는 낱알열매(영과)로 달걀형 또는 타원형으로 1.5cm 이하로 자란다.
(사진)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의 핑크뮬리
글/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Facebook, 19 Octobe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