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전쟁과 존 번연
거룩한 전쟁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 못지않은 또 하나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천로역정과 같이 풍유법으로 서술되었지만, 스타일이나 등장인물은 천로역정과 확연히 다르다. 천로역정이 그리스도인들이 순례의 길에서 외부적 환경으로 인해 겪는 영적 체험을 다룬다면, 거룩한 전쟁은 영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체험을 다루는 최고의 교과서이다.
따라서 영혼의 내적 갈등으로 인한 외적 결과들을 다루고 있는데 마귀가 어떻게 성도의 내면을 공격하고, 유혹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마귀가 성도를 공격했을 때 그 영혼에 어떠한 갈등이 일어나는지와 그 유혹에 져서 죄에 빠지는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마치 내적 체험에 대한 해부학 책과 같다.
사도 바울은 성도들이 마귀의 계략을 알고 있어야 그것에 대해 저항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거룩한 전쟁은 마귀의 계략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거룩한 전쟁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존 번연이 묘사하는 인물들과 그 이름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책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면 보다 역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거룩한 전쟁은 하나님이 인간의 영혼을 아름답게 창조하신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마귀가 인간을 타락시켜 영혼의 모든 기능을 파괴하고, 마귀의 종으로 만들었다. 하나님은 일찍이 자신의 영원한 구속 계획에 따라서 은혜언약을 주셨고, 계속 선지자들을 보내심으로써 하나님의 언약을 알려 주셨다. 한편 마귀는 끊임없이 영혼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고자 그들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강퍅하게 만들었고 더욱 황폐하게 했다.
이러한 마귀의 저항과 반대를 저지하기 위해 하나님은 아들 그리스도를 보내심으로 마귀의 머리를 상하게 하셨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건지기 위한 구속 사역을 행하셨다. 그리스도께서 영혼을 건지실 때,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영적 변화는 매우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실제적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더러워진 영혼을 깨끗이 하는 작업을 하셨기 때문에 그 영혼은 거룩한 것을 담을 수 있으며 거룩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주로서 신자의 내면을 주장하시고 통치하시게 되었다.
이처럼 진정한 회심을 했어도 인간의 내면에는 아직 부패성이 남아있으므로 더욱 은혜의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마귀는 거듭 공격의 기회를 엿본다. 마귀는 성도의 영혼을 공격하여 육신의 성향과 부패성을 크게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그 영혼을 주장한다. 성도가 은혜의 수단을 사용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마귀는 더욱 기회를 얻어 성도의 영혼을 공격한다. 결국 마귀의 공격을 받은 성도는 자신의 영적 게으름과 부주의로 인해 세상적이고 육신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영적퇴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육신적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이때 하나님은 자신의 임재를 잠시 거두어 가심으로써 그 영혼에게 철저히 황폐함을 경험하게 하신다.
신자는 영적 황폐함과 그것의 비참함을 깨닫고 다시 하나님에게 용서를 구하며 하나님에게로 돌아서는 수고를 하지만, 하나님이 용서하시는 응답은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죄의 비참함과 그 고통들을 철저히 경험하게 하신다. 그래서 그 영혼이 죄를 미워하고, 죄와 싸우는 성향을 강화시키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영혼의 심령을 낮추어 더욱 겸손하게 만드심으로써 하나님의 은혜를 붙잡고, 은혜에서 떠나가지 못하게 하신다.
회개한 영혼이 철저히 용서를 구할 때, 그리스도께서는 용서의 은혜를 베푸시고 다시 그 영혼을 받아 주신다. 이때 용서를 경험한 영혼은 큰 기쁨과 감격으로 두 번 다시 그 은혜에서 떠나지 않기를 결심한다. 그리고 은혜의 수단을 더욱 부지런히 사용하기로 다짐한다. 이에 그리스도께서는 그 영혼을 갱신시키시며, 영혼의 주인으로서 다스리시고 통치하신다.
이렇게 존 번연의 거룩한 전쟁은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께서 구속을 위해 역사 속에서 하신 사역과 성령께서 택한 자를 구원하시는 적용의 역사에 대해서 서술한다. 즉, 구원에 관한 역사적 서술과 구원의 체험 속에서 인간 내면에 일어나는 실제적 체험을 성경적으로 설명하는 탁월한 책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거룩한 전쟁을 읽고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실로 말할 수 없이 크다.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의 구원을 위해 하신 일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에게 어떻게 구원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해 볼 수 있다.
아직 자신의 구원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어떻게 구원의 은혜가 임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귀의 유혹에 대해 깨달음으로써 그것에 속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구원의 원리와 성령께서 우리에게 구원을 적용하시는 것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성도들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결단한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하며, 때로는 자신의 행위로써 구원을 받는다는 헛된 확신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도 아니며 구원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성령의 유효한 역사가 있어야 구원이 있는 것이다. 거룩한 전쟁을 통하여 성경적 구원의 체험을 하는 성도들이 넘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