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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번 시험엔 저번 기말고사 범위에서도 나오니까 다시 한 번씩 보도록 하고, 전시회 감상문은 다음주 목요일까지 내도록."
"아, 선생님!!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힘들어요~"
"인간적으로 범위가 너무 넓어요!!!!"
"녀석들.. 과반장은 지금 투덜대는 놈들 이름 다 적어서 제출해."
"네..!!"
시끄럽던 교실 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마녀같은 미술 선생님은 사악하게 씨익 웃으면서 우리 반 아이
들을 한 번 훑어보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아이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보다.
"야. 넌 수시도 붙은 애가 시험 범위는 왜 체크하냐?"
"아로하가 나 올백 맞아오면 소원 하나 들어준데."
"미친, 아직 성적 관리하는 애들 위해서 넌 그냥 시험 망쳐주는게 예의야."
"소원 들어준데."
"저기 머리 싸매고 피터지게 공부하는 애들 안 보여? 쟤들한텐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난 소원."
"독한 년!! 너랑은 말이 안 통해."
사실 애란이 말처럼 이미 1학기 수시에 합격해서 원하는 대학도 갔고, 졸업 할 때까지 그냥 놀아도 상관 없지만, 오늘 아침
다시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웬일로 학교에 데려다주겠다며 등교 시간에 맞춰 날 집 앞으로 데리러 오더니 요즘 내
가 너무 놀기만 하는 것 같다면서, 끝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보기 좋다며 100점 나올 때마다 뽀뽀 100번씩 해준다고 공부
열심히 하라던 아로하. 난 한술 더 떠서 올 백이면 소원하나 들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하더라. 덕분에 지금 수능
준비하고 있는 애들만큼 다시 피터지게 공부하게 생긴 나.
"오빠아..."
-응~ 쉬는 시간이야??
"아니, 수업 다 끝났어. 이제 종례만 하면 돼. 근데 나 오늘 하루 종일 노트 정리 했더니 팔 빠질 것 같애!! 흑흑."
책상 위에 엎드려 누워서 아로하와 통화하며 징징대는 날, 팔짱까지 끼고 앉아서 아니꼽게 바라보는 애란이.
"오빠. 애란이가 막 째려본다?"
-왜?
"몰라. 요즘 류랑 사이 안 좋아서 친구가 연애하는 꼴도 보기 싫은가봐!! 그리고 아까 나보고 막 독한년이라고 욕했어."
-시험 때문에? 꼴통 무리하지마. 올백 안 맞아도 돼!!
"싫어. 그럼 내 소원 안 들어줄 거잖아."
-소원이 뭔데?
"지금은 없어. 근데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 일년에 한 번씩은 꼭 올 백 맞는데 뭐."
나 평소엔 참 뺀질 거리는 것 같아도 의외로 공부 욕심 많은 애다. 수업시간엔 열심히 공부하고, 쉬는 시간엔 쉬고, 밖에선
신나게 놀고, 시험 기간엔 집에 박혀서 미친 듯이 공부하고... 나한테 시험 올 백 맞는 것쯤 아무 것도 아니란 식으로 얘기
하자, 왠지 두려운 목소리로 말 하는 아로하.
-그래, 올해 한 번 했으니까 이제 그냥 쉬어 꼴통.....
"왜?? 두 번 하면 좋잖아!! 아까는 끝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보기 좋다며."
-응. 근데 나 지금 그 말 취소할까 생각 중이야.
"왜??"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건 아닌 거 같애..
"뭐가??"
-시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 오빠 만나주지도 않고 공부만 할거잖아!!
"아....."
-그럼 난 어떡해?? 보고싶어서 안 돼. 하지마 그냥!!
"오빠.... 애야??"
-응. 나 애야!! 그러니까 하지마.
"오호.. 내가 그렇게 좋아??? 이제 하루라도 안 보면 완전 미칠 것 같지??"
-응.
으응???? 응이라고 했어 지금!?
-꼴통. 끝나고 오빠 회사로 와.
"싫어."
-아 왜!!!
"나 바쁜 몸이야."
-또 약속 있어?
"아니? 그냥 튕기는 건데???"
-후... 수업 다 끝났다고?
"응. 종례만 하면 되는데 담임이 안 와."
-알았어, 끊자. 이따 전화할께.
뚝.... 뭐야? 뭘 알았다는 거야. 또 삐졌나? 아, 이 남자 요즘 왜 이렇게 잘 삐져?? 완전 삐돌이가 따로 없구만. 그대로 책
상에 엎드려 누워서 담임이 올 때까지 기다렸건만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던 담임. 결국 교무실에 갔던 반장
이 오늘 종례 없다고 와서 알려줄 때가지 몸을 축 늘어트리고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오랜만에 우리 반
복도 앞에서 껌을 씹으며 껄렁하게 서 있는 아류.
"안녕 개류!!"
"뒤질래?"
"아니. 나도 껌."
류 옆으로 가서 바지 주머니를 뒤져 껌을 꺼내는 나. 하나만 씹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내 치마 주머니 속에 찔러 넣었다.
자신의 옆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살짝 쳐들고 풍선을 불고 있는 날 곁눈질로 슬쩍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팍 쳐서
풍선을 터트리는 놈.
"아악!!! 얼굴에 다 묻었잖아!!!!!"
입 주변에 껌이 묻어서 흥분해서 소리치는 날 보고 유난히 좋아하는 미친 개류 놈. 씩씩대면서 노려보면 여전히 어깨를 들
썩거리면서 큭큭대며 내 얼굴에 묻은 껌을 거칠게 떼어주는 놈이다.
"아파 멍청아!! 아로하한테 이를 거야!!"
"일러 븅아. 하나도 안 무서워."
"아씨.. 확 뽀뽀해버린다??"
"해."
"뭐??"
"벼엉신~"
나를 향해 썩소를 날리고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휘적휘적- 복도를 걸어나가는 개류. 그럼 난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
가며.
"야!! 너 애란이 기다리는 거 아니였어?? 왜 그냥 가???"
"방금 눈 마주쳤는데 꺼지랜다."
"난 못들었는데???"
"당연하지. 눈으로 말 했으니까."
"아... 그렇다고 진짜 꺼지는 거야??"
"어."
"그럼 나중에 애란이가 헤어지자고 해도 그냥 헤어지겠다??"
"당연하지."
"그게 당연하냐???"
"그럼 나 싫다는 애한테 매달리리?? 남자가 가오없게."
"쯧쯧.. 넌 여자를 너무 몰라."
"뭐래."
"그냥 해보는 말일 수도 있잖아!! 한 번은 잡아줘야지!!"
"난 그냥 헤어지자는 말로 떠보는 여자 딱 질색이거든? 한 번 끝이면 끝이야."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오애란, 너 진짜 개류 좋아하는거면 적당히 튕기렴.. 이제
보니 니 남자친구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너 혼자 열내고 있는 거지 개류는 멀쩡해. 악!!! 우리 애란이 어떡해. 지
금쯤 간만에 나타나서 또 그냥 사라진 개류를 보고 빗자루를 집어던지며 교실에 먼지 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을 애란이를
생각하며 불쌍하다 여기고 있는데.
"야. 교문 앞에 저거 형 차 아니냐??"
"똑같은 차가 어디 한 둘이야? 걔가 지금 여기 왜 있어."
"저렇게 썬팅을 찐하게 한 거 보면 형 맞는데?"
"어... 그런가??"
보이지 않는 번호판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말끔한 정장 차림에 낯
익은 갈색 뒤통수를 보고.
"오빠아!!!!!!!"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달려가는 나를 빠르게 돌아보는 아로하. 내 등 뒤에서 가방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저 뒤에선 류가
혀를 차며 쪽팔리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려... 그러거나 말거나, 한달음에 달려가 아로하 품에 폭삭 안기면.
"천천히 오지 그러다 넘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럼 오빠가 호해줄 건데 뭐 어때. 괜찮아!! 근데 회사는???"
"오랜만에 우리 꼴통이랑 놀아주려고 도망나왔어."
"우와!! 오빠 짱이다."
"뽀뽀."
귀엽게 입술을 쭉 내미는 아로하한테 연속 두 번이나 뽀뽀해주면, 학교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며 혼자 꿍시렁거리면서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우리 옆을 쌩- 지나치는 개류. 지 형한테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는 나쁜 놈이다. 아무튼,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 깜짝 방문하신 아로하 덕분에 기분 좋아진 나는 연신 싱글벙글 웃으면서 계속 재잘거렸고, 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는 아로하.
"아, 맞다!!!"
"왜? 뭐 잊어버린 거 있어?"
"아니. 오빠!! 오빠도 만약에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냥 헤어질 거야???"
"오빠랑 헤어지고 싶어?"
"아니!! 개류는 애란이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냥 헤어진다고 했거든. 오빠는???"
"꼴통. 우리 지금 헤어지면 그냥 헤어지는게 아니라 파혼이야. 알아?"
"응!! 그럼 약혼식도 그냥 밥 먹으면서 했으니까, 파혼도 밥 먹으면서 하면 되나??"
"죽을래?"
"아니!! 근데 나 잡아줄 거냐고 안 잡아줄 거냐고!!"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데?"
"당연히!!!"
"잡아줄게."
"진짜??"
"응."
"그럼 우리 헤어지자."
'콩-'
"아야!"
"그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야. 또 장난치면 그땐 얄짤없어."
"치..."
결국 머리통 한대 맞고 창 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씰룩거리고 있는 나. 그래도 어쨌든 개류처럼 그리 매정하게 날 그냥 버리
지는 않는다니까!! 다시 실실 터져나오는 웃음.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있으면 내 왼쪽 손을 스윽- 잡아
주는 아로하. 손발이 찬 나와는 달리, 아로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참 따뜻하고 좋다. 팔꿈치를 창틀에 걸친 채 한손으로 핸
들을 잡고 한 손으론 내 손을 잡아주는 아로하를 바라보다가 볼에 쪽- 뽀뽀해주면 기분 좋게 웃음짓는 아로하.
"여기 신호 엄청 긴데.."
"그래?"
앞을 한 번 바라보고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껍질을 까고 있으면, 또 내 손을 스윽 잡으면서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아로하.
왜 저러나 싶어서 한참을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아로하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껌을 까기 시작하면, 내가 눈치가 없
다면서 괜히 툴툴대며 볼멘소리를 하더니 그냥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먹고싶으면 말을 하지!! 자. 먹어!!!"
껍질을 다 까서 창 밖에 던져버리고 먹으라고 앞으로 내밀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아로하.
"누가 껌이 먹고싶대??????"
"아 깜짝이야.. 그럼 왜 그러는데!!! 너네 형제는 눈빛으로 대화하는게 특기냐??? 난 그런 거 못 하거든!!!!"
"아 이런 눈치 없는 꼴통을 어떻게 평생 데리고 살아. 아이고 답답해!!"
"내가 더 답답해!!!! 아 짜증나!!!!!!"
괜히 이유도 없이 나한테 짜증이나 내고!!! 너무 성질이 나서 껌 4개를 다 까서 한꺼번에 입에 집어 넣고 마구마구 씹고 있
었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로하.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괜히 짜증내고 툴툴대고 했었는데 이젠
상황이 바꼈다. 아, 난 잠깐도 못 참겠을만큼 이렇게 짜증이 나는데 아로하는 어떻게 4일이나 참았지??? 너도 참 대단하다.
아로하는 예수라던 애란이 말이 맞는 건가??
껌을 씹으면서 곁눈질로 아로하를 째려보면, 아예 나한테 등을 돌리고서 창틀에 턱을 괴고 있는 놈. 저 쓸쓸한 뒷모습을 보
고 있자니.. 언젠가 내가 자는 줄 알고 혼자 떠들어대던 아로하의 말들이 떠올라 괜히 측은해지기 시작했다. 사랑받고 싶다
고 했었지? 자기도 아직 앤데 어른인 척 하기 힘들다며.. 가끔은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데 내가 받아주지 않는다며...
"나도 누나랑 사귀고 싶다..."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짧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조용한 말투로 혼자 떠드는 아로하.
"이건 연애를 하는 건지 애를 키우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야. 너 지금 나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야??"
"그런거 아니거든요~ 신경쓰지 말고 껌이나 드세요."
"뭐 저런게 다있어?"
"내 말이."
"야!!!"
"왜."
"나 좀 봐봐."
"싫어..."
쳇.. 뭐 때문인진 몰라도 아주 단단히 삐지셨어!! 난 안전벨트를 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로하의 등짝에 얼굴을 기대려
다가, 너무 멀어서 그건 포기하고 힘겹게 손으로 허리를 끌어 안아 뒤로 쭈욱 잡아당겼다. 안 끌려온다고 버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끌려오는 아로하.
"로하야. 우리 재밌는 놀이 할까??"
"무슨 놀인데?"
"내가 누나할테니까 너가 내 동생해!! 그럼 내가 너 해달라는 거 다 해줄께."
"진짜??"
"응!! 대신 나한테 꼬박꼬박 누나라고 불러야 돼."
"근데 꼴통. 동생이 그렇게 갖고 싶어??"
"응..."
"동생 있으면... 잘 해줄 거야?"
"응!! 맨날 먹을 것도 사주고, 맨날 안아줄 거야."
"...."
"왜?"
"그럼 남동생이 좋아 여동생이 좋아?"
"남동생!!"
"그럼 우리.... 동생 말고, 아들은 어때....??"
"응...???"
아들이란 말에 괜히 얼굴이 빨개져서 멍 때리고 있는 날 보고 피식 웃더니, 볼에 쪽 뽀뽀해주고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차를
출발 시키는 아로하. 괜히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창문을 더 내리고 바람을 쐬고 있으면..
이렇게 별 거 아닌 얘기만 해도 금새 얼굴이 빨개지는데, 그동안 어떻게 나 안 덮쳐준다고 혼자 삐져있었는지 참 신기할 따
름이다.
어쨌든 백화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먼저 내리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늦장부리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 차 문을 열
어주는 아로하. 평소엔 종이쪼가리 한장 안 들어있어 지갑보다 가벼운 내 가방이 시험기간만 되면 책들로 가득차 오늘도 너
무 무거워서 그냥 차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아로하의 손을 잡고 백화점 입구를 향해 걸어가며 열심히 풍선껌을 부풀리
고 있으면... 나를 내려다보며 입으로 앙앙- 거리면서 뺏어먹는 시늉을 하는 귀여운 내 남자친구. 역시 먹고싶었나봐. 그런
데 어쩌지?? 이제 없는데.
"오빠!! 근데 여긴 왜 왔어?"
"옷 사려고~"
"옷?? 갑자기 왠 옷??"
"맨날 정장만 입고 다녀서 싫다며~ 그래서 오늘은 꼴통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갈아입고 같이 놀아주려고."
"진짜???"
"응. 오빠 착하지?"
"응!! 완전 착해!! 완전 멋있어!!"
또 그새 신나서 방방 뛰는 내 머리를 헝클이며 웃고있는 아로하를 바라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기둥 뒤로 질질 끌고가자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아로하. 바닥에 껌을 뱉으며 한 번 해맑게 웃어주고 그대로
멱살을 잡아 까치발을 들고서 입술을 포개 오물오물거리면, 나한테 붙들린 채로 계속 눈알만 굴리는 아로하.
"집중 안 해??"
"꼴통... 여긴 좀."
"왜! 뭐가!!"
"여긴 너네 백화점이잖아."
"무슨 상관이야. 여기 내 얼굴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아아...."
"빨리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내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자리를 바꿔 날 벽에 붙이고 키스해주는 아로하. 난 정말.. 가끔 한 번
씩 삘 받을 때마다 하고 싶을 때 못하면 안달이 나. 미치겠어! 지금 눈 앞에 아빠가 있다해도 난 하고 말 거야. 아무튼, 주
차창 기둥 뒤에 서서 한참동안 끌어안고 키스를 하다가, 내 입주변을 닦아주고 다시 한 번 꽉 안아준 다음 내 손을 잡고 백
화점 안으로 들어가는 아로하.
막대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아로하한테 어울릴만한 옷을 고르고 있는데, 한 매장 앞에 서서 마네킹에 걸
려있는 옷을 보고 있는 내 어깰 뒤에서 툭툭- 치는 누군가. 자연스레 옆으로 돌아간 내 고개와, 그런 내 볼을 쿡 찌르는 정
체 모를 사람의 손가락.
"돼지!!"
돼지...?? 그럼 김태양???? 동시에 뒤를 돌아 본 아로하와 나. 그리고.
"안녕하세요."
"...."
나를 향해 한 번 씨익 웃어주고는 뻔뻔하게 아로하를 향해 인사하는 김태양과, 그 인사를 무참히 씹어버리고 경계하는 눈초
리로 김태양을 바라보는 아로하. 김태양 이 자식,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은근 경계하고 있다. 지가 경계할 게 뭐 있다고!!
두 남자가 또 눈으로 알 수 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김태양...!!!"
갑자기 우렁차게 백화점 안을 울리는 앳된 여자의 목소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보면, 씩씩대면서 이쪽으
로 걸어오고 있는 햇살이. 오늘도 사과머리에 나처럼 막대사탕 하나를 물고서 무섭게 콧김을 뿜으며 지 오빠를 향해 다가오
고 있었다. 쟤도 어째 성격이 나랑 좀 비슷한 것 같단 말이지...
"너 자꾸 오빠한테 반말할래???"
"오빠가 오빠다워야 오빠지!! 죽여버려. 빨리 안 와???"
머리통 한대 쥐어 박혀도 절대 굴하지 않고, 작은 키로 계속 지 오빨 노려보며 팔을 질질 끄는 햇살이. 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란... 귀여운 얼굴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거친 행동들.
"돼지야!! 다음에 또 봐!!! 그리고 내 문자 자꾸 씹으면 집에 쳐들어 간다???? 안... 악!! 너 진짜!!!"
"뭐!!! 빨리 와. 빨리."
나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며 안녕이라고 말 하려다가, 동생한테 등짝 한대 세개 맞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점점 멀어져
가는 김태양. 가만히 서서 막대사탕을 빨며, 꽤나 소란스럽게 멀어지는 두 남매를 지켜보고 있는데, 여태껏 가만히 내 옆에
서있던 아로하가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고.
"보지마..."
"안 보여!"
"나만 보라고 있는 눈이야. 다른 남잔 보지마."
"그런게 어딨어! 이잉. 답답해!!"
"지애야."
"응?"
"쟤랑 친해...??"
"아니!!"
"쟤랑 친하게 지내지 마."
"왜??"
"대답 안 하면 눈 계속 가리고 있는다??"
"알았어..!! 친하게 안 지내면 되잖아!!"
원하는 대답을 듣고서야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어주는 아로하다. 잠깐 가리고 서있었다고 눈 앞이 핑 돌아, 빙그르르
돌아서 아로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고 있으면 내 머리를 잘 쓰다듬어주는 아로하. 그나저나 아로하는... 방금 본 김태양이
저번에 우리 집 앞에서 나랑 키스하던 놈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리고 김태양은 진짜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돼지야 오늘 너 되게 예쁘다!! 완전 사랑스러워♡]
아로하 품에 안겨 치마 속에서 지잉- 울려대는 핸드폰을 꺼내봤다가 김태양한테 온 문자인 걸 확인하고 바로 그냥 닫아버린
폴더. 아로하가 이 문자를 보면 또 날 잡아먹으려고 할지도 몰라!!! 얼른 주머니 속으로 쏙- 넣어버리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옷도 사고 하다가 점점 늘어가는 쇼핑백에 아로하가 조금씩 지쳐갈 때쯤.
"오빠 저 사람... 채서린이지?"
"어디?"
"저기 회색 가디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길에, 어느 악세사리 매장에서 진열대를 보고 있는 채서린이 눈에 들어와 손가락으로 가리키
면, 한참을 보더니 아닌 것 같다고 말 하는 아로하. 정면으로 얼굴이 보이는게 아니라서 잘 알 순 없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
다 얼핏 보이는 그 얼굴이 딱 채서린 같은데....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그 옆에 같이 서있는게 김태양의 동생 김햇살이라
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한 듯 같이 어느 한 곳을 바라보다가, 직원이 꺼내주는 머리 핀을 햇살이 머리에 대주는 채
서린. 그리고 그 옆에 조금 동떨어진 거리에 서서 둘에겐 관심 없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김태양.
뭐지...?? 그냥 아는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다정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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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소설 쓰고 있는데 제가 말했던 라희 엄마의 정체는 한 편 더 미뤄질 것 같아요.
정확히 23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ㅋㅋㅋ 아 지금 그걸 어떤식으로 밝혀야 할지 무지 고민 중인데 ㅠ
암튼 이제 조금씩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하네요;;
첫댓글 ㅎㅎ꺅 ㅎㅎ 로하..완전쵝오+ㅁ+ 진짜 매너짱+ㅁ+아민이도조은데..흑..ㅠㅠ 담편두 완전 기대할게요 ㅎㅎ
로하가 매너가 좋긴 하죠?ㅋㅋㅋㅋ 아민이도 좋지만 아민인 주인공이 아니고 ㅠㅠ 분량이 딸리다보니 밀릴 수 밖에 없는듯.. 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잉...ㅠㅠㅠㅠㅠㅠ로하랑 지애 너무 조아여 달달하니..외로운 느낌이 팍팍..밀려오네요ㅠㅠ
ㅋㅋㅋㅋ 로하랑 지애 ㅠㅠ 아 저도 보면 외로운데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유부녀인데 외롭다며; 이러고 있다는 ㅠ ㅋㅋㅋㅋ 둘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채서린이랑 김태양이랑 아는 사이에요???? 뭐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이제 이야기가 꼬인다니 살짝 걱정이 되는건 왜일까요 ㅠㅠㅠㅠㅠ 제발 로하랑 지애랑 아무탈 없이 잘 사귀었으면 좋겠는데...
음......... 아직은 그렇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서린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 살짝 걱정이 되신다니.. ㅋㅋㅋ 아마 라희 엄마 때문이겠죠 ? ㅠㅠㅠ 아무튼 계속 지켜봐주세용 ㅋㅋㅋㅋㅋㅋ
다음편에서 궁금증이 풀리겠져?ㅋㅋ 수고하세영
아 혹시 김태양과 알고있는 채서린의 정체에 관한거라면 아직 조금 더 기다리셔야되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당 앞으로 더 열심히 쓸께요~~
업쪽두 안보내주시고,,ㅠ 전편것두~ 담편은 꼭부탁해요~~
아아아 죄송해요 ㅠ 말씀이 없으셔서 ; 이제부턴 꼬박꼬박 보낼께요 ㅋ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태양이 진짜 뻔뻔한듯 ㅋㅋㅋㅋㅋ 근데 로하랑 지애 진짜 둘 다 너무 좋아요 ㅠ 너무 잘 어울려요 ㅋㅋㅋ '나만보라고 있는 눈이야 다른남잔 보지마' 질투인가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태양이가 좀 그렇죠? ㅋㅋㅋㅋㅋㅋ 로하랑 지애는 제가봐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ㅠㅠ 아 그 눈 가리는 부분 ㅋㅋㅋ 질투 맞아요 ㅋㅋㅋ 근데 불안한 마음도 담겨있는 거라는 ㅋㅋㅋㅋ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ㅎ
넵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ㅋㅋ 이제 얼마 안 남았답니당 ㅋㅋㅋㅋㅋㅋ
아흑 일학기 수시 없어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너그럽게 봐주세요 ㅠㅠ 저 다닐 땐 있었는데;;;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이좀많이뻔뻔한듯??ㅋㅋㅋㅋㅋㅋㅋ근데이제많이꼬이기시작한다는데머가꼬인다는건지
태양이 ㅋㅋㅋ 좀 많이 뻔뻔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어떤식으로 이야기가 꼬이는지는 조금 더 지켜보심 알아용.. ㅋㅋㅋ
어 ? 어떻게그렇게친한거지 ? 그리고태양아너나빠 ㅠ ㅜ 그냥너나빠 그리고 우리로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동생말고아들어떠냐고아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친한 건지 궁금하시죠?ㅋㅋㅋ 그리고 태양이 ㅋㅋㅋㅋ 너무 뻔뻔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로하 ㅋㅋㅋㅋ 로하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ㅋㅋ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
아 너무너무궁금해요
너무 기대하시면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