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은 어느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러가지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고 업무의 능률을 위해최첨단 설비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와는 달리 40년전과 비교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용어'이다.
'오바로크'가 과연 어떤 뜻일까 하고 국어사전부터 영한사전까지 뒤져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공문서나 군에서 발간한 여러가지 책자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들이 무의식중에 얼마나 많은 말을 잘못쓰고 있는지 발견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암구어'를 들 수 있다.
'암구어'는 '암구호'로 잘못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구호'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발에 상처가 났을때 생기기 쉬운 염증인 '봉와직염(蜂窩織炎)'은 '봉아지염, 봉와지염, 봉화지염' 등으로 잘못 불리고 있다. 이 병명은 일반적으로 잘 쓰지도 않을뿐더러 입에서 입으로 병명이 전달되어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식 용어인 '기합'을 우리말로 바꾼 '얼차려'도 마찬가지로 수난을 당한다. '얼'이란 '정신'이란 뜻으로 '얼차려'란 '정신차려!'하는 말과 똑같은 것이다. 즉,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는 의미인데 이것을 '얼차례'로 잘못쓰고 있는 실정이다.
어려운 한자어에 속하는 '기도비닉(企圖秘匿)'은 작은 국어사전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용어이다. 이것을 '기도빈익'으로 잘못쓰는 경우가 있으니 용어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알만하다.
1989년부터 시행한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은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내놓은 이래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 것이다. 이미 개정된지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존 맞춤법과
혼돈되는 부분이 있어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자주 눈에 뜨이는 것은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것에 관련해서 '없음(○)'이 '없슴(×)'으로 둔갑하는 현상이다. 원래 '-읍니다/-습니다'가 같이 쓰이던 것을 더 많이 쓰이는 '-습니다'로 통일한 것인데 '없음'의 경우에는 '없다'에 명사형 어미인 '-음'을붙여 형태가 변한것으로 전혀 다른 현상이다.
이 두가지를 혼돈해서 '없읍니다'가 '없습니다'로 변했으니 '없음(○)'도 '없슴(×)'으로 바꾸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쓸데없는 한자어나 일본식 용어를 쓰는 경우로써 옛말투 '작일(昨日)', '금일(今日)', '명일(明日)'등이
아직도 군에서 쓰이고 있다. 이것은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상오(上午), 하오(下午)'등의 말도 '오전, 오후'라는 말로 바꾸어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총 파지법'에서 파지(把持)는 '못쓰는 종이'라는 뜻의 '파지(破紙)'와도 혼돈될 수 있으므로 원래 뜻대로 '소총 잡는법'이라고 바꾸면 문제가 없다. (아마 어떤이는 '파지'를 '파쥐'로 잘못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월광(月光)은 '달빛'으로, '만조(滿潮), 간조(干潮)'는 '밀물,썰물'로 바꾸면 된다.
군사용어를 이미 사회에서 사라진 한자어로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다. 쉬운 말로 바꾸면 용어를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고 외우기도 쉬우므로 많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 바꾸어야 할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일본식 용어이다. 이미 사회에서는 '일본말 찌꺼기 버리기 운동'을 통해 '사라(접시), 와리바시(나무젓가락), 요지(이쑤시개)'등을 추방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군에서는 '방탄모' 대신 '하이바'가 더 많이 쓰이고 있고 '색연필' 대신 '구리스펜'이란 영어의 일본식 발음을 더 선호한다.
여기에 든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수많은 용어들을 바꾸어야 할것이다.
국방의 자주화는 용어의 자주화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겠다.
**이 글이 실린후에 나는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암구어'가 맞고 '암구호'가 틀리다는내 지적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다시 확인해 본 결과 거의 모든 책자에는 '암구어'로 나왔지만 유독 국방부에서 나온 책자에만 '암구호'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늘 군에서 강조하는 '규정'에는 당당하게 '암구어'로 나와 있으므로 내 지적은 절대로 틀린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가 욕만 실컷 먹었다.
'국문과도 안나온 하찮은 사병'이 물의를 일으켰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난 다시는 국방일보에 글을 싣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잘못 쓰고 있는 군대용어는 제대로 고치지 않고 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이 그러하니까...*
첫댓글 암호의 일본식 발음은 '암고'인데 암고, 앙고 하다가 심지어 암구어, 암구호로 억지로 맞춘것입니다.
옛 노병들은 앙고라고 많이 했습니다. 따라서 '암호'로 통일해야 할 것입니다.
자위대보다 일본군의 전통을 충실히 받들고 있는 한국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