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우리 국토의 80%는 잿더미로 변하였고 전쟁고아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절망은 하늘을 덮는 듯하였다. 정전 후에도 북한은 2010년 3월의 천안함 사건을 비롯한 무장도발 암살 테러 해상도발 폭격 등 다양한 방법으로 470여 건의 도발을 감행하여도 우리는 잘 대처해왔기에 올해 정전 60주년을 맞아 참전국들과 함께 한국전쟁의 아픔을 기념하기 위하여 다양한 행사를 범국가적으로 계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정전 후 60년이 흐르는 지금. 1950년대 폐허의 땅 위에서 끊어진 다리를 잇고 멈춰선 공장을 돌리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그 시절을 우리 젊은이들이 잠시라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맛이 있는 여행은 휴전선이 있는 경기도 파주로 달려간다.
필자도 전후세대이기에 그 시절을 잘 알 수는 없지만 군 생활을 통하여 또 학창시절에 배운 것들을 회상하니 제일먼저 생각나는 것이 주먹밥이다. 그 주먹밥을 집에서 만들어 체험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요즘 젊은이들 도약의 터인 노량진을 생각해내고는 이른 아침 ‘이천원의 행복’을 파는 노량진으로 향한다. 노량진은 고시촌이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활하는 곳이라 그만큼 다른 곳 보다 물가는 싸면서 은근히 맛이 있는 음식이 많이 있는 곳이다. 내가 찾은 주먹밥은 볶음김치주먹밥으로 카레향이 솔솔 나면서 뭔가 색다른 주먹밥이다. 들기름에 다진 김치 카레가루 케첩 고추장 설탕을 넣고 볶은 후, 볼에 밥을 담아 카레가루를 골고루 섞어 양념하고, 위생 팩에 조미 김을 넣어 잘게 부순 후, 동그랗게 빚은 밥 중앙에 볶음김치를 넣어 모양을 만든 것으로 영양이 가득하고 맛이 좋은 주먹밥이다. 이른 아침에 맛있는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고 자유로를 달려 파주로 향한다.
파주 시민들은 파주를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대표도시라는 긍지를 갖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믿고 있다. 이런 파주에서 제일먼저 찾은 곳은 파주출판도시이다. 파주출판도시는 가장 부담 없는 곳으로 자연 속 도시가 어우러진 거리에는 책과 사람을 위한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책을 기획하는 꿈, 더 나아가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을 최소화해 합리적으로 책을 나누고 싶은 꿈이 파주 교하읍 문발리(文發里)에서 꿈틀되어 문자가 일어난다는 마을 이름처럼 신기하게도 출판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출판단지는 산업단지로 분류되어 있지만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이기도 하다. 약 1만여 명의 종사자들이 250여 개 출판관련업체에서 일하는 책마을이다.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활자로 인쇄하고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과정이 모두 한곳에서 이뤄진다. 비용도 절감되고 속도도 빨라졌다. 출판사 건물의 문이 열리고 갤러리와 북카페가 책을 홍보한다.
구복탕
잠시 책방거리를 걷다가 긴장의 수위를 높여 분단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오두산통일전망대로 오른다. 오두산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오두산에 지상 5층, 지하1층의 석조건물로 지어졌으며 1992년 9월 8일 개관되었다. 이곳은 북한지역과 직선거리 460m로 휴전선 155마일 중 비무장지대의 폭이 가장 짧은 곳(일반적인 비무장지대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 각 2km씩 4km로 설정되어 있음)이다. 해발 140m의 높이에 자리 잡은 원형전망실에서는 북한 주민의 농사짓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으며, 이북주민의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현재 북한주민들이 사용하는 의류, 교과서, 생필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민족분단의 실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통일의지를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통일교육의 도장 역할을 하고 있다. 추석이나 설 등의 명절에는 이산가족들이 조상들을 추모할 수 있는 망배단이 있으며 지름 2m, 무게 600㎏의 거대한 통일기원북 조만식 선생 동상 등도 설치되어 있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내외국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휴전선의 철조망과 북녘 땅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어 이제 파주영어마을을 찾아간다. 파주영어마을은 유아에서 성인까지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타운형 영어마을로 교육공간 체험공간 놀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족체험형 레저시설인 레일바이크와 오토캠핑장도 운영하고 있다. 용지면적은 26만7864㎡이고 건축연면적은 3만6474㎡으로 교육생 수용인원은 1일 숙박기준 500명이다. 지난 2006년 4월 영어권 국가 마을의 모습을 본떠 건축하여 국내 최대 규모로 개원을 하였기에 이국적 환경 속에서 문화적 체험을 통해 영어를 습득할 수 있으며 교육생과 교사 700명 이상이 상주하며 교육과 체험 및 놀이가 결합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어마을
주먹밥
벌써 시장기가 밀려오지만 가까이 있는 헤이리예술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둘러보았다. 헤이리예술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로 넓이는 약 49만 5868m²이다. 1998년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미술가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문화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였다고 한다. 헤이리예술마을이라는 이름은 파주 지역에서 전해져 오는 전래농요인 ‘헤이리 소리’로부터 이름을 따 마을 이름으로 하였다고 하며 수많은 갤러리·박물관·전시관·공연장·소극장·카페·레스토랑·서점·게스트하우스·아트숍과 예술인들의 창작·주거공간이 있다. 모든 건축물은 수십여 명의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만들었으며 산과 구릉·늪·개천 등의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꾸며져 친환경적인 모습이다.
긴장을 많이 했으니 이제 마음의 여유를 주면서 우리 몸을 보양해주고 허기를 달래어 줄 음식을 찾아 물빛하늘정원으로 간다. 여기는 오골계 토종닭 문어 전복 소라 수육 흑마늘 등과 열두 가지의 한약 재료로 고아내어 입맛을 돋우는 구복탕이 제일이라고 하여 모처럼 좋은 보양식을 주문해놓고 식당건물을 둘러보니 아주 멋스럽다. 특히 실내 인테리어는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팀도 감탄했을 정도로 훌륭하여 회식이나 특별한 행사의 장으로도 좋을 것 같다. 곧 차근차근 밑반찬이 차려지고 구복탕도 등장을 하여 음식을 가운데 놓고 함께한 가족들이 먼저 눈으로 오늘의 행복을 나누고, 주인아주머니가 재료며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먹기 좋게 손질해주는 것들을 하나하나 맛보며 활전복과 구복탕의 일품 국물 맛을 함께 나누면서 잠시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가격은 좀 과한 편이지만 오골계와 토종닭의 쫄깃한 맛을 동시에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었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기운이 더 나는 것 같아 좀 멀리 이동하여 임진강황포돛배를 체험하였다.
황포돛배
황포돛배
임진강황포돛배는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를 원형 그대로 되살려 임진강 두지리에서 자장리까지 승선하여 내려오는 황포돛배 나룻배 투어로 황포돛배 투어를 40여 분간하면서 ‘임진강적벽’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좋은 체험이다. 임진강적벽은 60만 년 전 형성된 현무암 지대에 임진강이 흘러 침식현상이 나타나면서 만들어진 높이 10여m의 수직절벽으로 임진강 하류지역 약 70여 리에 걸쳐 크고 작은 검붉은 돌기들의 형태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또 황포돛배 나룻배 투어는 이런 장관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단 5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 되었던 임진강에 일반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좋은 체험상품으로 자리매김하였기에 의미가 크다.
7월 여름날의 하루해가 길어도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파주를 하루에 모두 둘러보는 것은 어려워 소개 못한 곳들은 다음 기회를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에 율곡선생유적지에 들렸다. 선생의 얼과 정신이 깃든 자운서원은 1615년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지방의 유림들이 창건하여 영조 정조 순조 등 역대 임금이 자운서원에 제물과 제문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할 정도로 보살핌을 받았으나,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 헐어서 치워버렸고, 1907년에는 정와 노진섭 등의 유림이 서원터에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냈으나, 한국전쟁 때 완전히 파괴되어 1683년에 세운 묘정비만 남게 되었는데, 1970년에 정부의 지원과 유림의 모금으로 사당을 복원한 데 이어 1973년에는 경내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적지를 둘러보며 동족상잔에서 우리 선조들의 얼과 정신은 모두 무시되었던 안타까움을 달래며 파주 이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