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머리에서 김밥 한줄과 막걸리 한병을 4,200원주고 산다.
김밥 한줄만 말아달라기엔 조금 미안하지만 조금 뻔뻔해지기로 한다.
용추마을의 서어나무 숲은 푸르게 변했다.
차 안에서 나무기둘을 본다.
용추 주차장엔 차가 많다.
끝에 세우고 다리를 건너니 12시 20분을 지난다.
부지런히 올라 정상에서 점심을 먹자.
골치로 오를까 하다가 발원지 쪽이 편할 듯해 그리로 간다.
암반위의 물은 나무에 가려 소리만 들리곤 한다.
부드럽게 수평으로 흘러오는 물줄기를 본다.
내려오는 이들을 피하고 오르는 이들을 추월한다.
조그만 개울골짜기르르 흘러온 물이 바위에 이끼를 키우고
작은 하얀 꽃들도 피워내고 있다.
일림의 이런 물줄기에 의지해 산으로 숨어들고 견디어 냇을 사람들
불과 한두세대 전의 이곳 사람들 아니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니
물이 고맙다. 나의 땀을 씻어주는 일림산이 고맙다. 나는 안정된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다?
발원지가 가까워지자 분홍의 철쭉이 보인다.
작업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외국말을 나무며 내려오고 있다.
까만 얼굴의 키큰 남자가 자기는 외국인이 아니라는 듯이 비가 오니 미끄러운데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밭이든 바다든 산이든 대장은 우리나라 사람이고 일꾼은 외국 젊은이들이다.
하와이니 중남미, 독일로 일하러 간 우리의 선배들과 외국 젊은이들이 겹치기도 하지만
그들이 스마트폰 들고 쇼핑센터를 걸을 때 보면 세계화로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하기 요즘 꼴새는 ㅡ세계화라는 것도 변한 것 같지만.
사거리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차갑다.
빗방우리 몇 개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 조금 추워지려 하지만 겉옷을 입지 않고 걷는다.
득량만 너머 고흥반도 흐릿하다.
회천 봉강의 논들이 초록이다.
꽃을 앞에 두고 바다와 정상 봉우리를 찍으며 걷는다.
내려오는 이들이 웅크리며 소매를 걷고 걷는 날 한번 쳐다본다.
정상에 사람이 많다. 정상석을 지나 장흥 칠리산들이 보이는 쪽으로 가니
바람이 차다. 옷을 입고 모지까지 뒤집어 쓴다.
철쭉 사이에 앉아 김밥에 막걸리 점심을 먹는다.
우시쪽 바위에 한 어른이 폰을 켜 놓고 시를 여러번 읊는다.
일림 철쭉이니 사랑이니 저녁 노을이니 하는데 오늘 날씨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웅크리고 떠나자 나도 김밥이 다 떨어진다.
막걸리보다 소주가 좋았을 듯하다.
천관산은 보이는데 월출산이 보이지 않는다.
앞산을 보고 내려서는데 삼각대에 카메라르르 얹은 이가 꽃사진을 찍고 잇다.
멈춰 기다리는 동안 제암산을 뒤에 두고 꽃을 찍는다.
앞산 작은봉에서 임도로 내려선다.
절터를 지나 내려오니 2시 반을 지난다.
초암산에 가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