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경기 1도움 … 이천수 '위기의 스페인 드림' 적응실패냐 실력부족이냐
최근 4경기 연속 결장…코칭스태프 신뢰 바닥
동료와 불협화음… 공격루트 단순 상대에 읽혀
"프로경력 1년차로 당연 … 기다려야" 견해도
< 아인트호벤(네덜란드)=추연구 특파원> '적응문제인가, 실력부족인가.' 한국 최초의 프리메라리거라는 명예를 걸머지고 스페인으로 진출했던 이천수(22ㆍ레알 소시에다드)가 최근 4경기(챔피언스리그 포함)에 연속 결장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10월 27일(이하 한국시간) 오사수나전부터 11일 갈라타사라이(터키)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6라운드 경기까지 총 11경기 중 7경기에 결장했는가 하면 그나마 그라운드에 나선 4경기에서도 총 52분의 출전시간만을 기록해 '스페인 드림'이 그야말로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성급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스타에서 무명으로
이천수가 스페인땅을 처음 밟을 때만 해도 국내 언론은 물론 스페인 언론들까지 그의 스타성과 잠재력을 주목했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다부진 플레이에다 프리메라리가에 최초로 진출한 한국 선수라는 사실, 그리고 넘쳐나는 끼에 소시에다드 팬들과 스페인 언론들은 열광했다. 게다가 시즌 개막전이었던 8월 30일 에스파뇰전에서 상대의 일자 수비라인을 특유의 스피드로 돌파하며 골이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기록, 주가가 하늘을 찔렀다.
데누엑스 감독은 단번에 그의 가능성을 읽고 10월 중순까지 쉴새없이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그러나 10월 27일 오사수나전의 승리 이후로 팀성적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천수에 대한 신뢰 역시 엷어지기 시작했다. 소시에다드는 이 경기 이후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통털어 10경기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이와 함께 이천수가 그라운드에 나서는 횟수 역시 급격하게 줄어갔다.
◎사라진 코칭스태프의 신뢰
10월말 이후 이천수의 급격한 추락은 팀사정과 이천수 개인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시즌을 시작하며 데누엑스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6~10경기가 늘어난 점을 들어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기회가 돌아가도록 배려하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원칙은 팀 성적이 추락하기 전까지 지켜졌으나 오사수나전 이후 무승부와 패전이 이어지자 지난 시즌 준우승을 일궜던 멤버들 중심의 선수기용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이는 주전 싸움이 힘겨운 이천수의 출전기회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데누엑스 감독이 구단 1년 재정의 10%에 해당하는 350만달러를 들여 영입한 선수에 대해 교체 출전마저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팀 사정의 급박함과 함께 이천수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응실패인가, 실력부족인가
그렇다면 과연 이천수의 신뢰 상실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천수는 스페인 진출 이후 4개월여 동안 스페인어 공부에 집중적으로 매달렸고, 소시에다드의 홈인 산 세바스티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만족스런 생활을 해 현지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팀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다. 경기중 패스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바체비치와 언쟁을 벌이는 등 동료들과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이에 대해 이천수쪽이 불만표시를 자제하면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으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시에다드 코칭스태프가 선뜻 이천수에게 출전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수비라인 뒷공간을 노리는 단순한 움직임이 노련한 스페인 수비수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 프로 2년차에 불과한 이천수가 대적하기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페인 수비수들이 버겁다는 점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천수를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시킨 스페인 에이전트 마리아노 토레스씨는 "프로경력이 1년이 채 되지 않는 이천수가 당장 스페인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이천수가 최근 들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가 올시즌부터 당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처럼 어려운 시간을 겪어야 더욱 성숙해지고 더욱 오랫동안 스타로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시에다드도 2~3년 후를 보고 투자한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레스씨는 최근 이천수가 밝힌 이탈리아 세리에A 이적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소시에다드로 이적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 빠르며 우선 스페인리그에 제대로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했다. < pot09@>
◇ 이천수 올시즌 출전기록 (11일 현재ㆍ한국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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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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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시간)
교체선수
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