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제19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7/24~8/1 인도네시아)를 3위로 마쳤다. 우승은 일본, 준우승은 카자흐스탄이 차지했다. 한국은 개인상 부문에서 오재성이 베스트 리베로상을 수상했다.
대표팀은 예선, 8강 플레이오프, 8강 토너먼트, 3-4위전을 거치며 9일동안 무려 8경기를 치렀다. 준결승에서 카자흐스탄에 2-3으로 패한 것 외에는 전 경기에서 승리했다(7승 1패).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호철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원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그것은 ‘원 팀(One Team)’의 힘이었다.
▲환상의 짝꿍, 이강원-문성민
대표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는 이강원(KB손해보험)이었다. 지난 6월 열린 월드리그를 기점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그는 어느덧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공격수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리한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며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서브에서는 제 컨디션을 찾지 못 해 고전했다.
이강원은 팀 내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호철 대표팀 감독은 “강원이는 정말 성실하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확실한 믿음을 줬다. 팀에 본보기가 되는 선수다”라고 전했다. 선수들도 “항상 열심히 하고 겸손한 태도로 훈련에 임한다. 동기부여가 된다”라며 이강원을 치켜세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임이 분명했다.
그런 이강원을 도운 것이 문성민(현대캐피탈)이었다. 그는 올해 4월 19일 수술대에 올랐다. 4년 전 인대 파열로 수술했던 왼쪽 무릎의 나사와 찢어진 연골 등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약 세 달 만에 국제무대에서 복귀 전을 치른 그는 단순한 조커가 아니었다. 든든한 해결사였다.
문성민은 교체 투입돼서도 팀 내 최다 득점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시즌 소속 팀 현대캐피탈을 챔피언으로 이끈 주역다웠다. 수술조차도 문성민을 막을 순 없었다.
(문성민)
▲기량발전상, 박주형-이민규
윙스파이커 박주형(현대캐피탈)이 국가대표 선수로 완벽히 진화했다. 월드리그에서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코트를 공략했다. 성공률도 높았다.
특히 서브가 위력적이었다. 플로터 서브에 강약 조절을 더해 상대를 무너트렸다. 출전한 경기에서는 대부분 서브 득점을 수확해냈다. 결정적인 순간 박주형의 한 방이 통했다. 조용하지만 강한 그는 대표팀 에이스였다.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도 부쩍 좋아진 모습이었다. 다양한 패턴 플레이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고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갔다. 아직 완전치는 않더라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민규는 과거 세터로 명성이 자자했던 김호철 감독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구했다. 동갑내기 세터인 노재욱(현대캐피탈)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을 도모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견고한 두 기둥, 신영석-진상헌
대표팀이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중앙을 지킨 두 기둥 역할이 컸다. 미들블로커 신영석(현대캐피탈)과 진상헌(대한항공)이다. 대회를 앞두고 소집됐을 때만 해도 몸이 좋지 않아 훈련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 했던 두 선수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서자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신영석은 날개 공격수 못지 않은 득점력으로 실력을 과시했다. 둘은 서브 강화에 주력했던 김호철 감독 작전을 훌륭히 수행했다. 상대 리시브 라인 곳곳에 일격을 가했다.
블로킹으로도 짜릿한 손맛을 맛봤다. 카자흐스탄과 준결승에서 진상헌은 블로킹 4개, 신영석은 3개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 3-4위전에서는 나란히 블로킹 4개씩을 뽑아냈다. 이들이 있어 날개 공격수들도 짐을 덜고 마음껏 코트를 누빌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은 특정 선수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선수가 골고루 제 몫을 해줬다. 목에 건 동메달보다 더 값진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