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일을 한거예요.. ^^
전 저번에 시각장애인할아버지를 한번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
그런 분들 그냥 지나쳤을 때랑은 정말 기분이 다르더라구요..
스스로 상을 주는거 같은.. 괜히 뿌듯하고..
앗.. 저랑은 다른 상황인가.. ㅡ.ㅡㆀ
그분은 괜찮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그래도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보면 참 무서워요..
--------------------- [원본 메세지] ---------------------
나에겐 아주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절대 특별한 일 없는 아침. 조금 늦잠을 잤을 뿐인 아침..
우유를 얼마 마셨고. 도서관으로 향했으며.
여전히 한손으로 턱을 괸 채. 늘상 보던 책을 눈으로 좇았을 뿐이다.
점심마저도 안 먹은 상태라 괜한 커피만 마셔댔고.
다섯시 반이 되자마자 항상 먹던 도서관 밥을 먹었다.
제법 어둑해진 여덟시가 되자. 언제나 부지런히 일찍 오는 형님이
집에 가자는 신호를 보내서. 후다닥 가방을 챙겨 나왔다.
변함없는 거리를 늘 그렇듯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머리띠가 사고 싶어서 나는 그길로 그 형님과 헤어져서.
자주가던 선물가게에 들어가 둘러봤다.
별로 맘에 드는게 없어 입을 삐죽거리며 뚱~한 표정으로 나왔다.
밤이면 어김없이 북적대는 연신내를 지나 집으로 향했다.
무슨 빵이든 내 입에 착착 맞는 우리동네 안젤라 빵집이 보인다.
언제나 그랬다.
그럴줄로만 알았다.
..........
.....
..
빵집을 돌아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전봇대를 붙잡고 있는 평범한....여자?
머리가 긴 여자였다.
미용실에서 두를법한 검정 앞치마같은 스커트안에 긴 바지를 입었다.
난.. 그냥 지나쳤다. 그냥 술을 마셨거니 했다.
... -_-;;
그냥 뒤를 휙 돌아본 것 뿐이다.
손목에 거즈가 감아져 있었다. 안좋아보였다..
에이~ 하는 기분으로 다가가 물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손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있었다. 티셔츠에도 묻어있었다.
치마와 바지는 무척 더러웠다.
꼭 공사장에서 넘어진것처럼 바지와 치마에 회색 가루따위가 잔뜩 있었다.
눈을 겨우 뜨고 있는 것 같았다. 술냄새가 난다..
죄송하지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나는 냉큼 알았다면서 팔을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두걸음도 못가 주저앉았다. 다시한번 내게 미안하지만 119에 신고해달라했다.
정신없이 119로 연락했다. 말도 더듬거렸다. 바보마냥 =.=
공중전화로 다시 연락하라했다.(왜...? -_-;;)
나는 잠시 기다리라 그러고 빵집앞에 공중전화로 뛰어가 전화했다.
얼른 갈테니 구급차가 오면 손을 흔들어달라고 했다.
분명 난 대로변이라 했다. 아저씨가 어서 가겠다고 했다.
여덟시 이십오분이었다.
이름이라도 알아야겠기에 지갑을 열어 주민등록증을 보고있는데
조금씩 조금씩 주저앉으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난. 일반인이다. 겁이 났다.
주민등록증에 나온 이름대로 막 불러댔다.
정신차리라고. 이봐요. 누구씨. 정신차리세요. 네? 괜찮아요? 네?
이제껏 관심이라고 해봤자 힐끔거리기만 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게 다가왔다.
"학생. 이 사람 아냐고. 무슨일이냐고."
그냥 물어댔을 뿐이다.
어떤 아저씨는 젊은 여자가 술처먹고 왜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아줌마도 젊은 나이에 정신을 못차린다고 했다.
나. 화났다..
같이 깨워주지는 못할 망정.
술을 먹고 그랬을지언정..
자살이 아닐지도 모르는건데..
협박을 받은걸지도 모르는데..
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렇게 말을 뱉어내는 걸까..
참고로. 나는 전적으로 감성적인 인간이 아니다.
가끔은 그럴테지만. 난 원래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당신들. 이것좀 봐봐. 이사람좀 봐.
피를 흘렸잖아. 피가 잔뜩 묻어있잖아.
정신 못차리잖아.. 괴로워하잖아.. 왜들 그래...
구급차가 늦는다. 빵집 맞은편 우측으로 오십미터도 못가 소방서가 있단말이다.
화가 치밀어올랐다. 구급차는 급히 유턴도 못한단 말인가..
구경꾼들을 제치고 나는 다시 지갑을 열어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았다.
충청남도 사람이었다. 76년생이었다.
지갑 오른쪽에 흑백으로 된.. 부모님같이 보이는..
바래진 사진이 눈물날 만큼. 소중하게 (화가 난 상태에서 봤으니..) 꽂아져있었다.
집에라도 연락할 요량으로 핸드폰을 손에서 빼냈다.
문자가 와있었다. 온지 얼마되진 않았다.
한개는 성인싸이트 광고문자였고. 다른하나는 이런내용이었다.
접선 장소 @$#$로 옮김...
연신내에 있는 호프집이었다. 나도 간적이 있는 호프집이다.
문자는 그거 두개밖에 없었다.
등록된 전화번호는 단 한개였다.
남자 이름같아보이는. 집전화번호..
삼십분정도가 지나서야 구급차가 왔다.
골목(?? 무슨골목??)을 돌아왔다며 나더러 아는 사람이냐고 했다.
난 화를 냈다. 대로변이라고 했잖아요!!
덕분에 내가 부른 구급차와. 중간에 모인 구경꾼중에 한명이 연락한 구급차가
같이 늦게 왔다. 열받는다...
미안한 기색 없이..
이런다. "괜찮아요. 이여자 의식 있네. 동맥끊긴거 아니에요.
동맥끊겼으면 피가 철철 나왔을꺼야. 걱정마요 학생."
...참내...
걱정마요.학생...?
정말 응급환자였으면. 당신들 어쩔거야.
이렇게 큰 도로에 있는데 왜 못찾아. 대체 어디로 온거야..
"좋은일했어요~"
라는 한마디를 뒤로 흘려들으며 나는 구급차가 떠나는걸 보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집으로 향했다.
벌써 아홉시가 넘었다..
오만 잡생각이 막 덮쳐왔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을 통감하는 순간이다.
남자 하나믿고 서울로 올라온걸까..
왜 손은 그렇게 되었을까..
혼자 병원에 가려던 모양인데..
술은 왜 마셨을까..
뭐가 그렇게 속이 상했을까..
도대체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사람을 아무도 몰라본걸까..
나는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다.
난 착한 일을 한게 아니다.
조금 아찔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아파서 벽에 기대 서있다면..
누군가가 오긴 오는걸까? 말을 걸어주기는 할까..?
그 사람은.. 피가 많이 묻어있었는데..
그런데도 겨우. 고작. 무던한 내눈에 띈거잖아..
자꾸.. 자꾸 혼란스러워서..
내가 무슨말을 하고싶은건지 모르겠다.
그냥..
.. -_-;;
나는.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잖아.
어쩐지.. 맘이. 안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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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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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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