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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
쇼핑을 마치고, 나름 어울리게 각자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이곳 저곳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슬슬 배가 고파서 분식집에
와있는 우리. 떡볶이를 먹을까 라볶이를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라볶이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던 중, 라볶이가 나오자
마자 나보다 먼저 포크에 떡 하나 찍어서 내 입에 쏙 넣어주는 아로하.
"맛있어??"
"응!!"
"아민이랑 떡볶이 먹었었다며."
"응. 놀이터에서!"
"먹고싶었으면 말을 하지.. 여태 그런 것도 안 사주고 뭐 했냐고 뭐라고 하던데?"
"아민이가?"
포크에 찍혀있는 떡을 반 끊어 먹으면서 물으면, 그렇다고 말 하면서 고개를 끄떡거리는 아로하. 포크에 남아있는 떡을 아
로하에게 먹여주고 난 다시 오뎅을 찍어서 먹었다. 근데 아민이... 장하구나!! 형한테 그런 면박도 주고!! 개류 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텐데. 역시 아민인 달라.
"천천히 먹어 체해."
"손 따면 돼."
"막상 따자고 하면 온 방안을 다 휘젓고 도망다니면서, 엄청 대담한 척 한다?"
"아직 안 체했잖아. 헤헤. 맛있다!!"
"천천히 먹으라니까.."
아예 양손으로 포크를 잡고 급하게 먹어대는 내가 정말 체할까봐 걱정하는 눈치. 아로하가 따라주는 물도 받아먹으면서 며
칠 굶은 사람마냥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고 있으면, 그냥 내 먹는 모습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로하. 아까 군것질을 너
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아로하는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어...!!!"
"왜?"
"나 이 장면 왠지 익숙해. 데자분가??"
아로하랑 같이 분식을 먹는 건 아주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인데, 이렇게 나란히 분식집에 마주보고 앉아서 나 혼자 다 먹어버
리겠다는 심보로 와구와구 미친 듯이 먹으면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미소짓고 있는 나와,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
르다는 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가를 닦아주는 아로하. 방금 딱 그 장면이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쳐가면서 언
젠가 똑같은 일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고.. 오랜만에 느끼는 데자부 현상에 새삼 신기해 하면서 다시 오
뎅 하나를 포크에 찍어 입 안으로 쏙 넣었다.
처음엔 잘 먹지 않던 아로하가 내가 주는 걸 몇 번 받아먹더니 갑자기 입맛이 생겼는지 같이 먹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양이
급 줄어버린 라볶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날 보고 참치 김밥 2줄을 더 시켜주어, 그 넒은 아량에 감동해서 먹여주
겠다고 하면..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고 내가 먹여주는 것만 먹던 아로하. 우물우물거리다 다 먹으면 아- 하고, 또 우물우물
거리다 다 먹으면 아- 하고... 내친김에 아예 물까지 먹여달라던 귀여운 놈.
"누나랑 사귀면 맨날맨날 이렇게 해줄 것 같아서 그런 거지?"
아까 낮에 차 안에서 나도 누나랑 사귀고 싶다며 혼자 중얼거리던 아로하의 말이 떠올라서 물었더니, 역시나 너무 간단하게
'응' 이라고 대답하는 아로하. 난 냅킨으로 아로하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바보. 아닌데!!"
"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오빠도 나한테 맨날 이렇게 해주진 않잖아."
"아...."
"내가 가끔 이렇게 챙겨줄테니까 이제 그런 말 하면 안 돼??"
"너 하는 거 봐서."
"요즘 왜 이렇게 튕겨??"
"난 좀 튕기면 안 돼?? 너무 한결 같으면 재미없잖아."
바보. 난 한결같은 남자가 좋은데.. 그래도 이정도면 나 남자친구 하난 정말 잘 고른 거 맞지?? 아니지 아니지!! 그냥 남자
친구가 아니라 장차 미래에 내 남편이 되실 분. 내 예비 서방님!! 그러고 보니까 우리 처음엔 정말 사귄다는 말이 억지스러
울 정도로 맨날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빴는데, 언제부턴가는 스킨십도 자연스러워지고, 스스럼없이 감정 표현
도 하면서 어느새 이만큼 가까워졌다는게.... 오늘따라 감사하고, 신기하고, 또 너무 행복해서 갑자기 눈물이 다 나올 지경
이였다.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우리가 이제는 정말 묘하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되있는 거 보니.
"진짜 사람 일을 모르는 거야. 그치?? 옛날엔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난 알았어."
"엥??"
"너 어릴 때부터 날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거든. 정말 모르겠어 꼴통?"
"뭐야!! 사기꾼. 난 또 진짜 남다른 삘이 있었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아로하에게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마지막 남은 김밥 하나를 집어 먹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 먼저 밖
으로 나와 분식집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 서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추운 것 같은 날씨에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잠시 후 계산을 마치고, 나와 같은 후드티를 입은 아로하가 내 앞으로 걸어오며.
"추워?"
"응."
곧,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넣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는 내 앞에 서서, 티에 달린 모자를 머리 위에 씌워주더니 끈을
조여 턱 밑에 리본으로 묶어주는 아로하. 귀까지 다 감싼 채로 딱 얼굴만 내놓고 있는 내 모습이 꽤 만족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손끝으로 내 앞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귀여워."
"오빠도 해줄까??"
해줄까? 라고 물었던 말이 전혀 무의미하게.. 아로하가 뭐라고 대답 하기도 전, 이미 말을 하는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내
손. 손을 뻗어 모자를 머리 위에 잘 씌어주고, 끈을 조여 똑같이 턱 밑에 리본으로 묶어주면 댕글댕글한 두눈을 깜빡이면서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는 아로하.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창피한듯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였다.
"괜찮아. 귀여워!!"
아로하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똑같이 귀엽다고 말하면서 손끝으로 몇가닥 안 나와 있는 머리가락을 잘 쓰다듬어주면, 살짝
얼굴이 벌개진 채로 걸음을 재촉하는 아로하. 어색해하는 그 모습이 정말 너무 귀여워서 죽겠고.. 창피해 얼굴이 빨개졌으
면서도 계속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게 너무 예뻐 죽겠다. 절로 새어나오는 웃음에 기분 좋게 활짝 웃으면서 아로하의 손
을 잡고 앞 뒤로 크게 흔들며 앞으로 걸어 나가면.
"그렇게 좋아?"
"응!!"
똑같은 티를 입고, 똑같은 모습을 하고..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꽤 귀여운 모습으로 손잡고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낀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이였다. 한번 쯤 꼭 해보
고 싶었던 일..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왜 이제서야 해보는 걸까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지나간 시간보단 앞으로 우리
가 함께 걸어갈 시간이 더 많으니까!
"오빠!!"
"응?"
"우리 사진 찍을까??"
"사진?"
"응!! 우리 지금 엄청 귀여우니까 기념 사진 찍자!! 그러고 보니까 우리 아직 같이 찍은 사진도 없잖아. 뭐 이래??"
어쩜 여태 한 번도 같이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했는지.. 사귄지 벌써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같이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
는 사실에 갑자기 너무 실망스러웠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로하를 질질 끌고 가로등 불
빛 아래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촬영버튼을 눌렀다. 내가 핸드폰을 조작하는 동안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앞머리를 정
리하던 아로하. 샐카 모드로 돌려놓고 카메라를 앞에 대면, 화면에 비춰지는 우리 둘의 모습이 꽤나 사랑스러웠다.
동글동글- 얼굴만 내놓고 어벙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곧 자연스럽게 표정을 바꿔가며 몇 장의 추억을 남
긴 우리. 마지막엔 내가 아로하 볼에 뽀뽀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9시쯤 집에 들아와 따뜻한 욕조에 몸
을 담구고, 약 30분만에 나와서는 머리도 안 말리고 바로 책상 앞에 앉은 나.
내가 씻는동안 하실장 언니가 미리 준비해두고 갔는지, 아직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초코를 후후 불며 오랜만에 다이
어리를 꺼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책상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작년도 다이어리가 눈에 띄어, 오랜만에 한 번 볼까해
서 밖으로 꺼내면. 웬걸..
"열쇠가 어디갔지???"
자물쇠로 꽁꽁 잠겨져 있는데 열쇠가 어디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이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게 된 상황. 작년
에 처음으로 자물쇠 달린 다이어리를 샀다가 열쇠를 하두 잃어버려서 이제 다신 사지 말자 했던 다이어리였는데, 역시 그놈
의 열쇠가 말썽이다. 그나저나 두개는 잃어버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건 어디 잘 뒀던 거 같은데... 또 어디 간 거야???
불지 않고는 못 먹을 만큼 뜨거웠던 핫초코가 다 식을 때까지 온 방안을 다 뒤지고 다니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서 침대 위로
쓰러지 듯이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고 약 10분 후, 김태양에게 걸려 온 전화.
"여.."
-돼지!!! 나 지금 너네 집 앞인데 잠깐 나올 수 있어???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내 말을 짤라먹고 지 할말만 하는 김태양 놈.
"나 지금 집 아닌데?"
-그럼 어디야??
"집."
-뭐야... 재미없어.
"미안!! 근데 우리 집 앞엔 또 왜 왔어??? 너 이동네 살아??"
-아니. 우리 집 여기서 엄청 먼데??
"근데 왜 이렇게 자주 와??"
-돼지 보고싶어서. 그러니까 빨리 나와!!
"멀리서 나 보러 왔는데, 귀찮다고 안나가면 나 나쁜 여자지??"
-빙고.
"그럼 30분만 기다려!! 나오랜다고 바로 나가는 여잔 너무 쉬워 보이니까 조금 튕기는 거야."
-허.. 그럴 필요 없는데.
"시끄러워. 30분 뒤에 공원에서 봐!!"
지금 바로 나가도 되는 걸 굳이 30분 뒤로 약속을 잡아놓고 침대 위를 구르고 있는 나. 오늘 집에와서 공부하려고 교과서를
4권이나 챙겨왔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람.. 수시 붙고 마음이 편하니, 절실함이 없어서 그런가 의욕 상실. '소원' 이란 말에
다시 한 번 올 백에 도전하려 했던 내가 잠시 미쳤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포기 할 순 없지!! 어차피 그깟 소원 내가 떼쟁이처럼 엉엉 울면서 박박 우기면 무엇이든 다 들어줄 아로
하였기에 올 백까진 아니더라도 10과목 100점이면 뽀뽀 천 번이니... 하루종일 하면 다 할 수 있을까?? 유치하게 할부로 해
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뱅글뱅글 돌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허얘진 얼굴로 새우처럼 몸을 움
츠리고 누워있으면. 또 다시 지잉- 울리는 핸드폰.
[♥]
아로하한테 온 문자였다. 며칠 전부터 밤만 되면 하루에 한 번씩, 까만색으로 칠해진 하트만 딸랑 하나 찍어서 문자를 보내
는 아로하.
[근데 왜 맨날 까만 하트야?? 난 하얀게 더 좋은데!!]
[내 마음 꽉꽉 담아서 보내는 거야.]
[오빠 마음??]
[응. 속이 안 채워진 하트로 내 마음을 표현하긴 뭔가 부족해 보여서.]
[그건 날 완전 많이 좋아한다는 뜻이지??????]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완전 많이 보다 더 많이는 도대체 얼만큼일까??? 내가 가늠할 수가 없어. 이런 제길!! 그런 건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거
야?? 난 새콤달콤보다 레몬이 더 좋으니까, 그럼 레몬만큼 날 좋아한다는 뜻인가....??? 여전히 침대에 누워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으면, 이번엔 전화를 걸어오는 아로하.
-꼴통.
"응??"
-오빠가...
"응."
-.....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들릴 듯 말듯 작게 한숨 쉬더니
그냥 '아니야' 라고 말하는 아로하.
"뭐야?? 싱겁게."
-뭐하고 있었어?
"그냥 누워있었어. 오빠!! 똥강아지 자??"
-응. 방금까지 놀다가 이제 막 잠들었어. 왜? 보고싶어??
"응!! 근데 있잖아 오빠. 우리 결혼하면 이제 똥강아지가 내 딸 되는 거야?? 새엄마라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
"하긴. 지금도 싫어하는데 뭐..."
결혼하면 아줌마나 아저씨는 걱정 안 되는데, 똥강아지가 제일 걱정이다. 2살짜리 애한테 시집살이 당할 거 생각하니 벌써
부터 눈 앞이 캄캄해져. 결혼하기 전에 빨리 친해졌음 좋겠는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똥강아지가 처음처럼 날 순수
한 눈으로 봐줄까?? 예쁘다고 깨물어주면 될라나....
-지애야..
"응?"
-오빠 이름 한 번만 불러줘.
뭐야 뜬금없이.
"아로하."
-...
"불러달라며. 왜 대답이 없어?"
-보고싶다...
"우리 헤어진지 아직 한 시간 밖에 안 됐는데!?"
-멍청이. 라희 깼다 이따 다시 전화할께.
"응!!"
요즘들어 부쩍 보고싶다는 말을 자주하는 아로하. 이 남자... 벌써 나한테 푹 빠졌나보다. 역시 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
자였어!! 보고싶다는데 집으로 놀러갈까?? 전화를 끊고 잠시 누워있다가, 30분 뒤에 만나기로 했던 김태양이 떠올라 겉 옷
을 챙겨입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가씨 어디 가시게요?"
"응!! 잠깐 나갔다오려고."
"지금 밖에 비오는데, 춥지 않겠어요? 옷 더 두꺼운 걸로 갈."
"비???"
"네. 일기예보엔 오늘 비 온다는 말 없."
"언니 나 우산!!! 두개줘 두개!!"
"아."
"빨리!!"
계속 자신의 말을 잘라먹으면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하실장 언니. 급하게 계단 밑으로 뛰어내려가서
우산을 두개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언제부터 왔는지 꽤 많은 양의 비가 우둑우둑 쏟아지고 있는 걸 보며 우산도 없이 날
기다리고 있을 김태양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 것 같은 김태양.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자신의 첫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속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김태양.
아까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할 때 그냥 튕기지 말고 나갈 걸. 괜히 미안해지네.. 우산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발걸음을 재촉하
며 공원으로 달려 온 나는, 눈 앞에 보이는 김태양의 모습에 그만 할말을 잃어버렸다. 쫄딱 젖어서 청승맞게 어딘가에 쭈그
리고 앉아있을 줄 알았더니... 저거 미친 놈 아니야???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양팔을 벌린 채 빙글빙글 도는 것도 모자
라 아예 첨벙첨벙- 고여있는 빗물까지 튀기며, 물 만난 고기처럼 혼자서 신나게 공원을 뛰어다니고 있는 놈. 진짜 또라이가
분명해..
"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정신나간 김태양을 향해 크게 소리치면, 나를 발견하고 개구지게 웃으면서 한달음에 달려와 내 우
산 속으로 쏙 들어오는 김태양. 혼자 비 맞고 있을까봐 걱정되서 달려왔더니 이게 뭐야??? 온 몸에서 물기를 뚝뚝- 떨어트
리며, 입술을 덜덜 떨면서도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놈.
"으으... 추워!!!"
"너 입술 완전 파래. 누랬던 니 얼굴도 밀가루처럼 완전 하얘졌어!!"
"멋있겠는데??"
"웩."
물에 젖은 생쥐꼴을 하고서 멋있겠다는 말이 나와? 하여간 자뻑은..
"자-"
"나 커피 안 좋아해. 너 다 먹어."
"추우니까 그냥 들고만 있어."
"아... 그래!!"
비를 피해 자리를 옮겨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 둘. 혹시라도 김태양의 젖은 몸이 나한테 닿을까봐
두 뼘 정도 떨어져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내리는 비를 감상하고 있는데.. 몸을 녹이며 한참동안 말이 없던 김태
양이 갑자기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내 옆에 바짝 붙어 앉는다.
"야, 떨어져."
"싫어."
"떨어져 나 추워!!"
"싫어!!"
"아, 너 짜증나!!!!"
야예 벤치 끝으로 가서 앉았더니, 또 따라와서 내 옆에 바짝 붙어 앉는 놈. 완전 거머리야 거머리!! 내가 포기해야지 그냥.
"후우..."
"왜 한숨 셔??"
"너 때문에."
"아 그래??"
"응!!"
"응."
"쳇."
"돼지야."
"왜!?"
"나 머리 기대도 돼??"
"안 돼."
분명히 안 된다고 말 했는데, 내 말을 개무시하고 내 어깨에 스윽- 머리를 기대는 어이없는 놈. 머리카락 때문에 내 옷 다
젖을텐데!! 잠시동안 놈의 젖은 머리통을 바라보며 막 뭐라고 하려다가, 어차피 씨도 안 먹힐 것 같아서 그냥 속으로 화를
삭히고 있는데, 한참동안 내 어깨에 기대서 말이 없던 김태양이 우두둑-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한
다.
"중학교 2학년 때, 비가 엄청 많이 내리는 날이였는데... 갑자기 비가 맞고 싶다는 거야."
아무래도 첫사랑 얘기인 듯... 뜬금없이 꺼내는 옛날 이야기. 난 그냥 정면을 바라보고 계속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감기 걸려서 안 돼 라고 했더니, 그 바보가 갑자기 막 울어버리는 거 있지?? 아픈 것도 싫은데 우는 건 더 싫어서, 결국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같이 비 맞으면서 놀았어. 그 바람에 둘 다 3일 내내 끙끙 앓았었는데.. 그래도 좋다.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그래서... 얼굴이 그렇게 하얗게 질려서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그때 그 기억 때문에 그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었던 거야?
"돼지야."
"응?"
"우리 친구지...??"
"응.."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뭔데?"
"내 첫사랑....."
"응..."
"잊을 수 있게 도와줘."
첫사랑을 잊을 수 있게 도와달라니... 도대체 어떤 식으로 도와달라는 말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한참동안 아
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다시 입을 여는 김태양.
"나랑 딱 세 번만 만나줘. 친구 말고 애인으로."
"어...??"
"무리한 부탁인 거 알아. 넌 따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 근데....
이대론 내가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
"....."
"하아... 원래 오늘 이러려고 보자고 한 거 아닌데. 미안."
고개를 떨구고 멍한 눈으로 씁쓸하게 웃는 김태양.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내가 니 첫사랑이랑 똑같이 생겼다면서.. 나 보면 더 괴롭지 않아?"
날 보면 더 많이 생각나고, 더 많이 그리울 텐데.. 내 옆에서 첫사랑을 잊을 수 있겠냐는 말이야.
"솔직히 아프고, 화나고, 또 너무 미안한데.... 그래도 좋아.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애."
"...."
"잊을께. 너 보면서... 미련 없이 잊어볼께. 꼭 그래야만하니까."
꼭 그래야만하니까..... 김태양의 마지막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야 하는게 어떤 마음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잊을 수 밖에 없는 그 마음... 얼마나 아픈 건지 나는 잘 모
른다. 그렇지만.. 지금 나한테 아로하를 잊으라고 한다면 나도 마음이 아플 것 같애. 그냥 그런 생각만 해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김태양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하나 더 챙겨왔던 우산을 김태양에게 건네주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아까 전화통화 할 때 내가 보고싶다던 아로
하의 말이 떠올라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아로하네 집으로 향했다. 살짝 젖은 옷을 탈탈 털면서 계단을 올라 아로하 방으로
향하다가, 깜짝 놀래켜줄 생각에 살금살금 다가가 아주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그런데..
"뭐...?? 지애한테 그런 얘길 왜 해!?"
갑자기 내 이름과 같이 터져나오는 아로하 목소리에 흠칫 놀라서, 문 앞에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서있는 나.
"하아. 서린아.... 제발!!"
채서린....???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 문 앞에 서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아로하의 모습은 여태 내가 봐왔던 아로하
의 모습이 아니였다. 문을 등지고 앉아 답답한 듯 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여놓는 아로하.. 도대체 무슨
얘기를 저렇게 심각하게 하는 건지, 점점 더 통화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로하랑 채서린... 둘이 정말 뭔가 있는 건가?? 친구도 별로 없는 아로하가 유독 채서린이랑만 붙어 다니는 것고 그렇고,
채서린이 제주도에서 나한테 라희 엄마에 대해 말 했던 것도 그렇고. 혹시...!!! 갑자기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
리기 시작하는 나.
"안 되는 거 알잖아.. 지애 생각은 안 해??"
아니겠지... 설마.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절대 아닐 거라고 혼자 속으로 되뇌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마음.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면서 아래로 떨궈졌다. 돌려져 있던 손잡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가면서 살짝 마찰음이 들려왔고, 여태까지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던 아로하가 이제서야 내 존재를 눈치 채 빠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돌아봤다. 정확히 눈이 마주치고.. 순간 괜히 당황해서 도망가듯이 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나와, 그런 날 잠시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뒤늦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따라 나오는 아로하.
"지애야...!!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어정쩡한 곳에서 어깨를 붙들린 채 서있는 우리. 아직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왜 벌써부터 눈물이 나는 건지, 이럴 때
보면 나 정말 바보같다. 고개를 숙이고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날 보며 할말을 잃은 듯, 또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하
는 아로하.
"오빠...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고개를 숙이고서 시선은 아래로 향한 채,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가는 나.
"라희 엄마 누구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역시 대답 없는 아로하.
"응..??"
"미안해 지애야. 그건 말 못 해."
"왜?"
"미안."
"미안하단 말만 하지 말고. 왜!! 왜 못 알려주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너 감당할 자신 있어?"
"...뭐?"
"나 좋자고 얘기 안 하는 거 아니야. 다..."
"나를 위해서라고?"
"그래."
"...거짓말 하지마."
23.
아로하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고 그대로 집 밖으로 나온 나. 아직도 비가 우둑우둑 쏟아지고 있었지만, 우산으로 가릴 생각
도 안 하고 그냥 빗속으로 뛰어 들었다. 사실 나도 알아... 다 나를 위해서라는 거. 라희 엄마가 누군지 알아봤자 괜히 속
만 더 상할 거고, 마음만 더 아프겠지. 지금보다 더 신경쓰이겠지...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모르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
는 거 아는데. 다 나 때문이라는 거 아는데!! 나 왜 이러지??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파.
"..."
이제와서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처음에 라희 있는 거 알았을 때 그렇게 쉽게 받아주는 게 아니였는데... 혼자 착한 척,
너그러운 척은 다 해놓고 이제와서 나 바보같이 왜 이래?? 화를 내도 그때 냈어야 했고, 묻더라도 그때 물었어야 했는데 이
제와서 나 왜 이러냐고... 한 번 용서하고 받아주기로 마음 먹었으면 계속 그 마음 지켜가면 되는 건데!! 너 진짜 바보같이
왜 이래 홍지애.....
라희 엄마가 누군지 말해주지 않는 아로하보다 내가 더 미웠다. 처음부터 만만히 생각할 일이 아니였는데도.. 절대 쉽게 감
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는데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련해 보였다. 혼자 청승맞게 비나 맞
으면서 눈물이나 흘리고 있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마음이 더 답답했다. 이 와중에도 자꾸만 생각나는 아로하의 얼굴. 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절대 말할 수 없다는 눈빛의 단호했던 표정.
"하아.... 바보."
재촉했던 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결국엔 어느 한 곳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나. 비에 섞여서 뭐
가 눈물이고 뭐가 빗물인지 구분도 안 가지만 분명 흐르고 있었다. 조용히 눈물을 닦아내며, 단 몇 초 사이 벌써 쫄딱 젖어
버린 머리 위로 모자를 씌우고 있는데, 어느새 또 따라 나와서 천천히 날 끌어당겨 품에 가두는 아로하. 나와 같이 비를 맞
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세게... 나를 안아주는 아로하다.
"말 못하는 사정이 있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 줄 몰랐어. 너 우는 거 알면서도 말 못하는 거..
나도 미치도록 화나고 짜증나."
"오빠..."
"미안해.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제발 울지마."
"나 이제 안.. 아니 안 울었어!!"
"씩씩한 척 하지 말고, 씩씩해져 홍지애.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야."
왠지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에 그냥 어색하게 웃어버리는 나.
"오빠 안 추워?"
"추워."
"그럴 줄 알았어. 얼른 들어가~ 나도 갈께."
"...."
나는 처음부터 외출하려고 나온 사람이라 뭐라도 걸치고 있지만, 아로하는 집에 있다가 그냥 나온 거라 티 한장 밖에 안 걸
치고 있어서 추워보이길래 얼른 들어가라고 했더니 내 손을 잡고 안 놔주는 아로하. 자꾸만 무언가 굉장히 갈구하는 눈빛으
로 날 바라보는데.. 도통 난 저 눈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어느덧 비는 거의 그쳤지만, 왜 비가 그치니까 더
추운 건지 점점 파르르 떨려오는 입술.
"빨리가자 나 추워!!"
"...."
또 한 번 내 손을 더 힘주어 잡는 아로하.
"가지마..."
"왜?? 나 추운데."
"오늘 오빠랑 같이 자자."
"나 안 들어가면 언니가 걱정해~"
"오빠가 집에 전화할께."
"...그래 그럼!!"
어차피 내일 쉬는 날이라 학교도 안 가니까 늦게까지 놀다 늦잠이나 자야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 먼저 씻으라는 아로하의
배려에 난 곧장 방에 딸려있는 화장실로 향했고,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면서 비로소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샤워를 하고 나가려는데 속옷이고 뭐고 입을 옷이 없다는 거... 옷이야 뭐 대충 싸매고 나가서 아무거나 입
으면 되지만 갈아입을 속옷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여자 형제라도 있는 집안 같으면 하루정도 빌려서 입어도 되는데
이건 뭐 죄다 남자들 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화장실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일단 물기를 닦고 샤워타올로 몸을 뱅뱅 둘러
서 밖으로 나오면,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썼는지 이미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침대에 걸터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아로하.
"다 씻었어?? 우리 꼴통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이상하다... 이런 모습 한두 번 보이는 것도 아닌데, 우리 집이 아니라서 그런가?? 오늘따라 기분 되게 이상하네. 방금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날 보고 천천히 일어나 다가와서 내 머리를 말려주는 아로하. 한 번도 창피하다고 느낀 적 없는데 오늘
따라 창피하고, 막 신경 쓰이고... 완전히 벌거벗고 있는 느낌에 살짝 몸을 움츠리면, 춥냐고 물어보는 둔팅이.
"아니, 그게 아니고 옷이..."
"아 맞다! 갈아입을 옷 줄께 잠깐만 기다려."
탁- 옷장이 있는 쪽으로 몸을 트는 아로하의 손을 붙잡고.
"그게 아니라. 나 속옷..."
"아...... 꼴통. 오빠꺼 입을래???"
"헐..."
자신도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는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만에 한다는 소리가 고작 저거였다. 정말 헐이라는
소리 밖에 안 나오는 나.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아무래도 집에 가야겠다고 얘기하자 갑자기 날 확 끌어안으면서.
"같이 자기로 했잖아. 가지마."
"불편해서 어떻게 있어!! 오늘은 그냥 갈래."
"싫어!! 안 보내줄 거야."
어린아이 떼쓰듯이 날 더 꽉 안으면서 말하는 아로하. 나참.... 나더러 어쩌라고!! 한참동안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 먼저 꼬
리 내린 나. 지금은 다시 화장실로 들어와서 드라이기로 팬티 말리는 중이다. 꿍시렁 꿍시렁- 쉴새 없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드라이기를 양손에 두개나 들고 속옷을 말리고 있는 나.
"진짜 살다살다 별 짓을 다 하네..."
벌써 감기에 걸렸는지 찔끔 나오는 콧물을 들이마시며, 겨우 다 말린 속옷을 줏어 입고 밖으로 나왔다. 뾰로통한 얼굴로 침
대에 가서 누우면, 아무 말 없이 재빨리 이불 속으로 따라 들어와 옆에 나란히 누워서 조용히 내 눈치를 살피는 아로하. 처
음엔 양손을 가슴에 얹고 눈알만 굴려서 눈치를 살피더니, 이젠 아예 내 쪽으로 돌아누워서 관심 좀 가져달라는 듯이 내 얼
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멍청이.
"뭘 쳐다봐..!! 불꺼. 나 잘래."
원래는 오늘 밤을 새면서라도 늦게까지 놀 작정이였는데 급 기분이 다운되서 등을 돌리고 누워버렸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일어나 불을 끄고 다시 와서 내 옆에 눕는 아로하. 비를 맞아서 그런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어째 기운이
쭉쭉- 빠지는 느낌이다.
"잘자...."
등에 완전히 바짝 붙어서 내 머리 아래로 자신의 팔을 껴 팔배개를 해주고, 다른 한팔로는 가볍게 허리를 감싸 안아주는 아
로하. 어두운데다가 포근하기까지 하니까 정말 금방이라도 잠이 들것만 같았다.
.
.
.
지애가 잠든 후,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일어나서 잠들어 있는 지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로하.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겨주려다가 혹시라도 깰까봐 다시 손을 거두고 애틋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는 로하. 그리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끔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라고, 말하며 이마에 가볍게 입맞춘다. 처음이 아닌 두 번째라 모든게 더 조심스러운 로하였다.
3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지애의 고백을 듣고 많이 당황스러웠던 로하. 그때 지
애는 고작 중학생 밖에 안 되는 어린 애였고 로하는 스물세 살이나 먹은 성인이였다. 더군다나 지애가 태어날 때부터 쭉 지
켜보며 친동생처럼 여기고 지내왔던 로하에게, 둘이 사귄다는 건 절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였다.
'내가 왜 싫어!! 응?? 나 못 생겼어???'
'아니 예뻐~'
'근데 왜 싫어!! 나 성격 이상해???'
'아니 착해~'
'근데 왜!! 키가 너무 작아서?? 나 아직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아후... 지애야. 갑자기 오빠가 왜 좋아?? 너 벌써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도 있잖아.'
'이틀 전에 헤어졌어.'
'어...??'
'오빠가 좋아서, 나 태양이랑 헤어졌다구!! 그러니까 나 책임져.'
로하는 잠시 멍했다. 알콩달콩 사귀는 모습이 너무 예뻤던 두 사람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자신 때문에 헤어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입에 달고 살만큼 좋아한다던 태양이랑, 자신의 첫사랑이라던 태양이랑 헤어진 이유가 바로 자
신이라는 것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잘 따랐던 지애였기에,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지애가 그냥
헷갈려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게 바로 엇나가는 순간이였다.
방학에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몇 번 봤던 로하는 그때마다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겉으론 티격태격해도 서로 얼마나 아끼는지 눈에 훤히 들어날만큼, 어리지만 예쁘게 사랑했던 두 사람.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탈 없이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틀 전이라면
처음으로 지애가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날.. 우물쭈물 와서 좋아한다고 하길래 '오빠도 지애 좋아해' 라는 말로 그
냥 웃으면서 넘겼었는데,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하게 엉켜있던 머리가, 갑자기 대담하게 입술을 덮쳐오는 지애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
을 만큼 한 순간 백지장처럼 하얘져버렸다.
'오빠 안 피했으니까 이제 우리 사귀는 거야...!!'
여덟 살이나 어린 동생한테 얼떨결에 입술을 빼앗기고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로하. 본인도 창피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도 끝까지 할말은 다 하고 도망치듯이 뛰어가는 지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키스 후.. 그
래도 안 된다며 계속 밀어내던 로하에게, 절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다가와서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결국 사랑하게
만들어버린 지애. 가끔은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기 감정에 너무 솔직하고 당당해서 못하는 말도 없었다.
'나 하고 싶어. 하고 싶다고!!'
'얘가 왜 이래..!! 너 그냥 집에 가.'
'싫어!! 궁금하단 말이야. 진짜 궁금해서 죽겠단 말이야!!'
어느새 두 사람이 사귄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갈 때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오더니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서 대놓
고 성관계가 하고 싶다고 얘기하며 매달리는 무섭고도 뻔뻔한 여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당돌하게 얘기하는 지애 때문에
곤란한 건 오히려 로하였고, 얼굴을 붉히는 것도 로하였다.
'이잉. 오빠아~'
너무나도 순수한 얼굴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팔을 흔들어대는 지애 때문에 아예 등을 돌려
버린 로하.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입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 지애는 그런 로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
로하를 끌어 안고 등에 얼굴을 비비며 벌써 30분 째 애교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궁금한게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인 건 알았
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를 악- 물며 안 된다는 말만 수백 번넘게 했어도 도무지 말이 먹히지 않는 지
애 때문에 인생 최고의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지애가 원하는대로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엔 그놈의 나이 차이
때문에 더 아껴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사랑은 핑계가 되고 자신은 몹쓸 놈이 될 것만 같아서 안 그래도 꾹꾹 참고 있던 걸
지애가 먼저 건든 것이다. 점점 바닥나는 인내심을 억지로 끌어 올리며 죽을 힘을 다해 참고있던 중.
'나 이제 고등학생이야. 다 컸어!'
그래봤자 고작 1학년 주제에, 스물네 살인 자기 앞에서 다 컸다고 말 하는 지애가 웃긴 로하였다. 머리라도 살짝 쥐어박고
타일러줘야겠단 생각에 천천히 뒤로 돌았던 로하는... 자신의 눈 앞에서 교복 단추를 푸르다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보
이는 지애를 보고 쩍 벌어진 입술을 다물지 못했다.
속에 티도 안 입었는지 훤히 보이는 속살에 당황해서 잠시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쉽사리 진정이 안 되는 마음. 곧 정신을
차리고 태연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옷을 다시 여며주었지만,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지애를 보고
미칠 것 같은 로하였다.
지금 정말 울고 싶은 사람은 아로하 바로 자신인데,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지애 때문에 한숨 밖에 안나왔다. 그런데
그건 지애도 마찬가지였다.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상대가 아로하라서 더 하고 싶은 건데, 그런 것도 모르고 무조건 피하기
만 하니까. 지애한테 나이 차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한데, 로하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나올지경
이였다.
'바보... 나 사랑한다는 거 다 거짓말이지? 으아앙. 멍청이!! 오빠랑 안 놀아!!!'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엉엉 울어대는 지애를 한참동안 다독여주다가.
'거짓말 아니야 바보야. 울지마... 그만 울어.'
'흑흑.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아니라니까??? 너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잖아. 뚝 안 그쳐??'
'으아앙!! 나쁜 놈. 여태 나 가지고 놀았어!! 흐윽.'
'진짜 미치겠네....'
'나 바람필 거야. 나 바람필 거야!"
'조용히 안 해???'
'히잉. 사랑해... 오빠 사랑해.'
가슴에 쳐박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려, 간절한 눈으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로하를 올려다보는 지애. 그리고 지애의 벌
어진 교복 사이로 보이는 속살에 자꾸만 눈이 가는 로하. 실수하지 않으려 아무리 참아봤자, 로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던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눈이 지애 가슴 쪽으로 가있는 걸 알고 뒤늦게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이미 눈치 채고 아예 블라우스
를 벗어버리는 지애였다.
정말 미치겠다는 말. 딱 그 말 하나로 지금 로하의 마음을 설명하기란 충분했다. 양팔로 자신의 목을 감싸며 먼저 키스해오
는 달콤한 유혹에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고, 모든게 조심스러웠지만 미치도록 대담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결국 넘어가버린 로
하였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응.'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응.. 후회 안 해.'
1년 후.
'엄마 학교 갔다올께. 언니랑 잘 놀고있어 우리 딸!!'
'아가씨. 걱정말고 얼른 갔다오세요~ 로하씨 기다리겠어요.'
'응!! 언니, 혹시 나 없는동안 우리 라희 아프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야 돼??'
'당연하죠~ 걱정마세요.'
'응!! 근데 우리 라희 오늘 먹을 건 충분하지??'
'그럼요.'
'그럼 갔다올께!!'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자신의 모유가 담긴 쭈쭈병을 물고 잠들어 있는 라희를 한참 바라보다가, 가방끈을 부여잡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지애. 매일 아침 자신의 집 앞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는 로하를 향해 달려가 제일 먼저 하는 인사는 귀엽게
볼에 뽀뽀해주는 일이였다.
'잘 잤어?'
'응!!'
'라희는?'
'지금 맘마 먹으면서 자고있어!'
이제 지애 나이 열 일곱(고2), 로하 나이 스물다섯. 아직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가 된 두 사람. 처음에 지애가 로하 아이
를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져서 적잖은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 눈치를 보다가 낙태는 절대 있
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지애.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모두들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워낙에 덤벙거리고 조심성이 없는 애라 혹시 유산이라도 될까봐 걱정했던 어른들이였지만.. 자신의 고집대로 학교까지 다니
면서 뱃속의 아이를 무사히 출산 한 지애. 아이 나올 때까지 학교는 쉬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싫다고 박박 우기는 탓에 일단
배 나올 때까지만 다니기로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첫 애라 배도 늦게 나온 데다가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때부
턴 겨울이라 옷으로 대충 가리고 다닐 수 있었고, 1월 중순... 방학한지 얼마 안 돼 갑자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8개월 만
에 조기출산. 학교를 그만 둘 필요도 없이 아이까지 무사히 낳았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맞겠다.
처음에 라희가 태어났을 때, 체중미달로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라서 그만큼 더 각별하고 끔찍한 지애. 더군다나 주변에서 자
신의 애기 때 모습과 아주 쏙 빼닮았다고 해서 더 애정이 가는 딸이였다. 학교 때문에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가 없어서 모유
도 미리 짜놓고 다니는 모성애가 지극했고, 똥 기저귀 갈 때만 오두방정 떨며 서툴 뿐 여느 엄마들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근데 홍지애. 너 우리 형이랑 결혼 안 하냐?'
'응~ 안 해.'
'왜?? 너 지금 소꿉놀이해??? 엄마 아빠 놀이 하냐???'
'아니!? 졸업하면 할 거야. 지금은 안 해!!'
'나참. 애도 있는데 그냥 빨리 해버리지 뭐하러 질질 끄냐 이 띨띨아.'
'어허!! 형수님한테 띨띨이라니?? 너 혼나볼래??'
'이게 죽을라고.. 이기적인 엄마 때문에 애랑 아빠랑 떨어져서 살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맨날맨날 보는데 뭐 어때!! 평생 이렇게 산다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끝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류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지애에게 묻자 금방 유치한 싸움으로 번져버렸다.
라희가 태어난지도 어느덧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로하랑 애정에도 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 결혼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싫
다는 지애. 류는 그런 지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둘은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 법적으로 이미 부부나 마찬가
지였기 때문이다.
라희를 호적에 올리기 위해 벌써 혼인신고까지 마쳐놓고 사고쳐서 아이까지 낳은 주제에.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건 미친짓
이라며 헛소리를 해대고 있는 지애 때문에 그저 황당할 따름이였다. 그냥 그 틀 안에 갖혀 사는 게 생각만 해도 너무 답답
하다나 뭐라나. 일단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기다려주고 있는 자신의 형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류였다.
그러다 시간이 더 흘러 지애가 고3이 되고, 로하가 스물여섯 살이 됐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6개월 전쯤. 원래
자신의 첫사랑이였던 태양이에게 조금씩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지애. 로하는 알았지만, 지애는 몰랐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
씩 흔들리고 있다는 걸... 그저 친구라는 이유로 만나는 횟수가 점점 잦아지면서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걸 바보같은 지애
는 몰랐다.
'어디가?'
'태양이 만나러!!'
'김태양?'
'응!! 이제 입시준비 하면 바빠서 못 만난다고 오늘 만나재.'
'....'
'악. 늦었다!! 갔다올께!!'
태양이를 만나러 간다며 서둘러 나가는 지애를 보고 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 둘이 헤어졌을 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담담하고 태연했던 두 사람. 주변에서 보기엔 아주 기막힌 상황
이였다. 태양이가 웃는 것도, 지애가 웃는 것도, 헤어지기 전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였단 사실
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들처럼 정말 쿨하게 다시 친구로 지냈던 둘. 헤어지고 벌써 3년이나 그렇게 친구로 지내던 두 사람
한테 이제와서 이상하다고 만나지 말라고 하면 그게 더 지애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 것 같아서 잠시 두고보고 있기로 한게
잘못이였다.
'조심히 가!'
'응...'
그 날도 어김없이 태양이를 만나러 간다며 지애가 나간 사이, 라희를 돌보러 잠깐 지애 집에 갔다가 나오던 길.. 대문 밖에
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 둘의 목소리가 들려와 자기도 모르게 멈칫- 정원에 서서 대문 밖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로하다.
집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평소랑 다르게 조금 어색해 보이는 둘의 모습. 왜 벌써 불안한 건지,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을만큼 동요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우물쭈물 서있던 태양이가 먼저 돌아서는 지애를 다
시 돌려세워 키스했고, 그 모습을 지켜 보던 로하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빠...!!'
'....'
'오해야! 나는...'
'뭐가?'
'어...??'
아직 태양이의 온기가 남아있는 입술을 어루만지며 집 안으로 들어서던 지애는, 바로 대문 앞에 서있는 로하를 보고 놀래서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로하는 별로 듣고싶지 않은 듯 그냥 외면해버렸다. 태양이가 키스했을 때 적어도 지애가
바로 피했었다면 로하 역시 오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고 싶은 일이였지만, 방금 로하가 본 상황은 충분히 오해 하고도
남을 상황이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절대 피하지 않았던 지애.
그때부터였다. 3년 동안 모두가 부러워 할 만큼 좋기만 했던 둘의 사이가 점점 꼬이기 시작한 건. 거듭되는 오해 속에서 쉽
사리 풀리지 않는 둘의 사이.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충격에 빠진 지애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고, 눈을 떴을 때 '기억상실증' 이라는 어이없는 현실에 부딪혀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첫사랑이였던 태양이를 잊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라희도 잊고, 남편이나 마찬가지인 로하를 그냥 오빠로 기억해버
리는 지애에게 그 아무도 진실을 말 해줄 수 없는 답답한 일. 지애가 기억상실증이라는 걸 본인만 모를 뿐, 주변에 친한 사
람들은 다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지애가 받았던 충격을 다시 받게 할 수 없어서 다 같이 함묵하며 그냥 모르는 척 지켜보고
있는 상황. 모두가 숨기는 그 일은... 여린 지애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고 가슴 아픈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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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라희 엄마의 정체가 밝혀졌죠? 아 제가 다른 까페에서 연재 시작 할 땐 반전이 있을 거라고
미리 말씀을 드렸었는데, 지금 보니까 여기선 제가 그런 말을 안 했었네요 -0-
첫번째 반전은, 알고보니 로하가 애 아빠였다는 거였고. ㅋㅋㅋ
두번째 반전은, 여러분들이 그렇게 궁금해하시던 라희 엄마가 지애였다는 거.. [또 기억상실증]
그리고 태양이의 첫사랑이 죽은 게 아니라 바로 지애라는 거.. [지애도 태양이가 첫사랑]
그런데 아마 더 궁금한게 있으실 거에요. 그건....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
이잉. 원래 연재 주기 맞춰서 [이틀에 한 번] 업댓 하려고 했는데 제가 못 기다리고 달려 옴. ㅋㅋㅋ
아무튼, 항상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제가 발칙이에서 쓰는 지애와 로하 캐릭터.. 사실 저랑 저희 남편입니돠아........
[실제 성격과 실제 있었던 일들, 말투, 대사, 행동 많이 나옴. ㅋㅋ]
근데 현실에선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다는 거 =_=
첫댓글 헐....대박..... 반전 진짜 완전 깜놀했어요..ㅠㅠ 아..그냥 확 밝혓으면 좋겟어용..ㅠㅠ 아..근데 태양이 완전 불쌍하네용..ㅜㅜ 담편두 완전 기대할게요^^ 업쪽주세용ㅎㅎ
ㅋㅋㅋㅋ 반전이 마음에 드셨음 다행이에요 ㅠㅠ 아.. 저도 그냥 밝혔으면 좋겟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로하만 불쌍하죠 뭐 ㅠㅠ 태양이도 불쌍하고.........헐 ㅋㅋㅋ 아무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업쪽 드릴께용 ㅋㅋ
헉.... 이런 반전이 지애가 라희의 엄마라니...............
넵 지애가 라희 엄마에요 ㅠㅠ 예전에 로하 애아빤 거 알았을 때 막 태양이랑 눈 맞았음 좋겠다고 ㅋㅋㅋ 댓글 길게 남겨주셨잖아요 ㅋㅋ 아 너무 오랜만이에요 ㅠㅠ [그때 다음 인소닷에서 그렇게 긴 댓글 처음 받아봐서 기억하고 있음] ㅋㅋㅋ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ㅋㅋㅋ
헉 라희 엄마가 지애에요???? 전 서린인줄 알았는데;; 아니였네요 ㅋㅋ 근데 이런 반전이 ㅠㅠ 근데 지애는 왜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지..
많은 분들이 라희 엄마를 서린이로 오해하고 계셨지만... 사실은 지애였어요 ㅋㅋㅋㅋㅋ 놀라셨죠;;; 지애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유는 조금 더 지켜봐주세요 ㅋㅋㅋㅋ
뭐때문에 기억상실증 걸렸을지 ... 로하 불쌍하다 왠지 ...
그쵸... 로하가 지애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 수 있겠죠 ㅠㅠ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유는 더 나중에 밝히도록 할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ㅋㅋ
깜놀이네요~ 그런 반전이 있을줄은 ㅋㅋㅋ 담편두 업쪽부탁해여
ㅋㅋㅋ 반전이 마음에 드셨나요? ㅋㅋㅋㅋ 넵 감사합니다~ 업쪽 드릴께용 ㅋㅋㅋ
와~~~ 지애가 라희 엄마일줄...제가 맞췄네용 ㅋㅋㅋ 진짜 반전이네요ㅋㅋ 로하가 불쌍해요 ㅠㅠ 담편두 넘기대돼요^^
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편 댓글에서 딱 맞추셔가지고 저 진짜....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하가 많이 불쌍하죠 ㅠㅠ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헉~~ 왠일이래~~~
ㅋㅋㅋㅋㅋ 반전 때문에 ㅠㅠ 어쨌거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지애가 라희 엄마였다니.. 헐... 전 로하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로하 불쌍해요
그쵸;;; 로하가 그동안 알게모르게 욕 많이 먹었을텐데 로하 나쁜 놈 아니에요 ㅠㅠ 오히려 너무 착해서 탈. ㅠㅠ
완전 대박 반전!!!!!!!!!!!!!!!!!!!!깜놀했어요...로하가 ...갑자기 다시 보게 되네요...안타까운데요...그동안 발랄했던 소설이 갑자기...안타까워요...
ㅋㅋㅋㅋㅋㅋㅋ 반전 ㅋㅋㅋ 괜찮았죠? ㅋㅋㅋㅋ 로하 ㅠㅠ 불쌍한 놈이랍니다 앞으로 더 예쁘게 봐주세요 ㅋㅋㅋㅋ 우우- 다음편부턴 다시 발랄하게 가야죠~~ ㅋㅋㅋㅋㅋ 근데 앞으로 내용이 꼬이다보면 조금 왔다리 갔다리 할듯 ㅠㅠ
대박..... 반전 진짜 깜놀했어요. 아 로하 불쌍해서 어떡해 ㅠㅠ 근데 기억상실증엔 왜 걸린거래요 ㅠㅠㅠ
ㅋㅋㅋㅋㅋ 대박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로하 불쌍하니까 앞으로 더 예뻐해주세요 ㅋㅋㅋ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유는 ㅠㅠ 나중에 또 반전으로 나올 듯... ㅋㅋㅋ 기대해주세요~~~
라희엄마가 바로 지애였다니 .... 기억상실증이라니 진짜 반전이네요 ㅋㅋ 그리고 또 로하와 사랑에 빠졌다
넵 라희 엄마가 지애였어요 ㄷㄷ 놀라셨죠;;;; ㅋㅋㅋㅋ 두 번 째 사랑하고 있는 지애랑 로하 많이많이 응원해주세요~~
난..분명 라희엄마가..지서린이라고 생각햇는데.. 예상을 뒤엎으신 작가님ㅠㅠㅠㅠ대박재밋어용
아 ㅋㅋㅋㅋ 서린이가 많이 오해를 받았었죠 ㅋㅋㅋ 반전이 맘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ㅠ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용~ 감사합니다 ㅋㅋㅋ
아진짜대박완전대박반전짱이예요 ㅠ ㅜ 미안해로하야 ㅠ ㅜ 그래도난널꾸준히좋아햇어난널욕하진않앗단다 ! 그리고태양이가첫사랑이엿다니 ㅠ ㅜ이런 도대체 무슨충격받아서기억상실증에걸리거예요 ㅠ ㅜ 궁금해요 ! ! ! 라희엄마가 지애엿다니 . . . . . . .
ㅋㅋㅋㅋㅋ이렇게 반전을 좋아해주시다니 ㅋㅋㅋㅋㅋ 좀 놀라셨죠? ㅋㅋㅋㅋ 로하 ㅠㅠ 그동안 알게모르게 은근 미움 받았는데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에요 ㅋㅋㅋ 앞으로도 꾸준히 로하 좋아해주세요 ㅋㅋㅋ 그리고 태양이 ㅠㅠ 알고보면 제일 불쌍한 놈이랍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유는 조금 더 나중에 밝히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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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짱이라니; ㅋㅋㅋ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아직 반전 더 남았어용 ㅋㅋㅋ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ㅋ
헐; 완전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억상실증이었따니글구서로태양이랑첫사랑이었따니,, 난그동안라희엄마가서린인줄알고글고또전화통화할때도서린인줄알고오해했는데아니어서다행이긴하다만,,,나중에지애도알게될까??
ㅋㅋㅋ 넵 기억상실증이였어요 ㅠ 라희 엄마도 지애였고 태양이의 첫사랑도 지애였답니다;; ㅋㅋㅋ 서린이가 오해를 많이 받았죠 그동안 ㅋㅋㅋㅋㅋ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애도 알게 되겠죠?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ㅋㅋㅋ 넵 기억상실증이였어요 ㅠ 라희 엄마도 지애였고 태양이의 첫사랑도 지애였답니다;; ㅋㅋㅋ 서린이가 오해를 많이 받았죠 그동안 ㅋㅋㅋㅋㅋ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애도 알게 되겠죠?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헐,.. 진짜 작가님 경험담?? 그렇담 작가님은 매우 당돌한 여자군욬ㅋㅋㅋ Q궁금해용, 작가님은 몇세에 결혼하셨나용??ㅋㅋㅋㅋ
요즘 진짜 이 소설 보는 낛에 살아요 로하도 귀엽고, 지애는 진짜 완전 짱이곸ㅋㅋㅋ 흑흑 바라볼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소설이랄까....??ㅋㅋ
아 이런 ;; 저 당돌한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정돈 아니구요 ㅠㅠ [맞나? ㅋㅋㅋㅋ] 지애랑 로하처럼 8사 차인 아니지만 저흰... 7살 차이에요. 그리고 24살에 결혼했답니다. 아직 결혼한지 8개월 조금 안 됐다는 ㅋㅋㅋㅋ 신혼이에요 ㅋㅋㅋㅋㅋㅋ 24살 먹고 아직도 목마타고 다닌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소설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ㅠㅠ 앞으로도 계속 재밌게 지켜봐주세요~~
완전반전이네요... 읽으면서 중간에 이해가되지않더니 이게 바로 반전ㅋㅋ 대단해요
아 ㅋㅋㅋㅋ 로하가 계속 헷갈리게 행동하고 그런 것 때문에 좀 그랬죠? ㅋㅋㅋ 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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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하 불쌍하고 따지고보면 지애가 나쁜 것도 맞는데...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ㅠㅠ ㅋㅋㅋㅋ 태양이도 알고보면 불쌍한 남자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 지애 ㅋㅋㅋ 졸지애 완전 나쁜 사람되서 속상해요 ㅋㅋㅋㅋ 암튼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ㅋㅋㅋㅋ아싸
예상적중ㅋㅋ분명지애딸이면서 지애는 유학이아니라 기억상실이였다
태양의 첫사랑과 루희엄마는 동일인물이다 ㅋㅋ
고로 라희는 지애딸이다 안봤으면 후회할뻔했네요 ㅋㅋ
유학이요? =_= ... 암튼 ㅋㅋㅋ 후회 안하시니 다행이에요 ㅠㅠ 이제 로하는 과거 있는 남자가 아닌거죠? ㅋㅋㅋㅋㅋㅋㅋ
유학이요? =_= ... 암튼 ㅋㅋㅋ 후회 안하시니 다행이에요 ㅠㅠ 이제 로하는 과거 있는 남자가 아닌거죠?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