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partisan] 제가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큰 뜻은, 배우기를 지랄 맞은 세대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 단어가 가지는 막연한 반항의 뜻 밖에는. 그래두 늦배움으로 그것이 결코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압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구라도 감히 진리라는 것을 정의하면 안 된다는 것 입니다.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섯시 어스름 부근에 들어와 괜히 주섬거리며 자정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하릴없이 방황하는 것이, 총알 몇알 남긴 그네들 이번 싸움과 꼭 같습니다. 그냥 빈 콧구녕 파서 허허로움이나 달래는 그런 나날 입니다. 하마 복이라야, 150원(1元) 짜리 술두 수두룩하다는 것 뿐 입니다.
그래두 가슴에 찬 개뿔은 나날이 더 영글어만 갑니다. 결국은 하릴없이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만 가뿐 역도 선수처럼 엉거주춤이 답니다. 누군가 얼른 파울 선언을 해 주기를 기다리기만 합니다. 아무리 숙명론자라도 어느 땐 참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직 절 기억하십니까? 제가 붙들고 있는 것은 다 삭아진 서낭당 실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마 아직 남아 있는 불그스름이야 당신이 보듬고 있는 슬픔 뿐 일 겝니다.
혼자 깨어나, 끼니를 챙기고, 신발을 꿰차고 거리를 쏘 다니고, 형형색색의 얼굴에 총질을 하고, 깨닫고, 느끼고, 후회하고, 절망하며, 빨치산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꼭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시 고를 필요도 없습니다. 원체는 사방팔방 시방삼세를 무찌르고자 나발에, 북에 손발을 저었지만, 빙글뱅글 돌다보니 처처에 갈림길만 남겨 놓았습니다. 불발탄 갯수를 자위수단으로 챙기지 않았을 뿐, 이제 쓸만한 것이 하나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自由, 사랑, 詩.
이젠 추구 할 가치를 잊었는데, 그만 두렵니다.
(041120)
첫댓글 밤만님 글은 기냥 슬픕니다..기냥~~~~
밤만님...한국 생활은 어떠세요 칭다오 생각 안 나세요
간고둥어는 잘 팔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