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도시 전체를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멀게는 일제강점기부터 가까이는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모습이 뒤섞여있다. 올겨울, 군산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근대문화유산거리, 군산의 과거를 걷다
근대문화유산거리의 건축물을 포함해서 군산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은 170여 채에 달한다. 해방 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근대 건축물은 지금에 와서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되었다. 우리나라 3대 근대 건축물로 손꼽히는 옛 군산세관(관세 박물관), 식민지 경제 수탈을 위한 금융기관이었던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군산 근대건축관)과 옛 18은행 군산지점(군산 근대미술관), 일본의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판매하던 무역회사 미즈상사(미즈카페)가 대표적이다.
생생하게 느껴보는 군산의 옛 모습
군산의 근대 역사와 해양문화가 궁금하다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 가보자. 1층의 해양물류역사관과 어린이체험관, 2층의 특별전시관, 3층의 기획전시실과 근대생활관을 차례로 둘러보면 보면 군산의 역사를 더울 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복원해 둔 근대생활관은 일제강점기 치열하게 살았던 군산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기에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옛날 교복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어서 기념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영화 그리고 군산
군산은 ‘영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만홍 감독의 영화 <끊어진 항로, 1948>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군산에서 촬영한 영화가 130여 편이 넘는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1998>의 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이 운영하던 초원사진관은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영화가 개봉한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 영화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여행자들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더욱 낭만적이다. 노르스름한 빛이 사진관을 감싸면 90년대의 어느 시절로 타임 워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2013>의 촬영지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70년대 건물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2008년 기차 운행 중단 이후 주민들은 철길을 벽화와 조형물로 아기자기하게 단장했고,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영화 <타짜, 2006>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가 평경장(백윤식 분)에게 ‘기술’을 배우던 장면을 촬영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쓰 가옥)도 볼만하다. 전통 일본 가옥의 형태를 간직한 이곳은 <장군의 아들, 1990>, <가비, 2012> 등 많은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이용되었다.
추억의 맛, 이성당
군산의 오래된 빵집 ‘이성당’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다.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 ‘이즈모야’를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인이 인수하면서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성당의 최고 인기 메뉴는 부드럽고 달콤한 단팥이 가득 든 앙금빵과 갖가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야채빵이다. 한번 입소문을 탄 빵은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맛보기도 힘든 귀한 몸이 됐다. 빵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 어렵게 손에 넣은 빵이라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여행정보
- 군산시 문화관광: www.gunsan.go.kr/tour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museum.gunsan.go.kr
숙박
- 일본식 가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고우당(063-443-1042)
- 1932년에 지어진 일본 주택을 리모델링한 화담여관(010-9292-4970)
음식점
- 소고기 뭇국으로 유명한 한일옥(063-446-5491)
-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 빈해원(063-445-2429)
- 군산의 대표 빵집 이성당(063-445-2772)
출처 : 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