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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협조자가 남긴 수상한 유서 | ||
댓글사건이 부른 정부와 국정원의 초라한 위상 | ||
장유근 | 2014-03-10 20:5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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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저지른 큰 잘못
국정원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원이 마침내 여론의 도마 위로 올라왔다. 서울시 간첩조작 의혹 사건의 ‘증거조작’이 결정적 이유였다. 국정원이 검찰 등과 함께 위조된 서류를 통해 특정인을 간첩으로 몰아간 게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다시 거짓을 합리화 하면서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국정원의 협력자였던 조선족 중국인 김 모씨의 자살 과정이 단순한 자살 시도로 보이지 않는 등, 이른바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꼬리자르기’가 여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우리 속담에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이에 해당되는 말일까.
이틀 전, 국정원의 댓글사건 멍에를 지고 있던 박근혜 정부가 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엄정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즉각적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증거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관련 파트 사무실에서 내부 문건과 인트라넷, 컴퓨터 서버 등과 관련한 전산자료, 대공수사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미심쩍어 보이는 게 당연했다.
불과 이틀 전까지 국정원과 검찰이 공조하고 있었던 간첩조작 사건 등에서 청와대의 지시 한마디로 국정원을 좌지우지 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기 않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신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위원장은 이 사건을 특검 등의 특별한 조치를 통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과 함께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세력들까지 국정원의 일탈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에 가세하면서 국정원장의 거취가 초읽기에 몰렸다. 아울러 국정원의 위상은 크게 손상되며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유명무실한 국가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국정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을까. 단편적으로는 증거조작 사건으로 귀결되지만 국정원의 일탈은 꽤 오래 전부터 우리사회의 괴물로 작용했다. 국정원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권력의 편에서서 선량한 시민들의 희망을 꺽고 있었다. 사흘 전 한 여성이 9살배기 초등학생 아들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한창 피어나는 35세의 진보정치인이자 노동당 부대변인이었다. 필자는 그녀로부터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발견하게 된 것.
유서 한 줄 남기지 않았지만 그녀가 걸어온 삶을 보면 우리사회는 시쳇말로 ‘희망이 절벽’으로 바뀐 세상이었다.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서는 순간, 희망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지게 만드는 세상. 절망의 세상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고 불가능의 무력감이 9살배기 아들로부터 멀어지게 한 슬프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보였던 것.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모습을 닮은 선량한 시민들이 절망하고 있는 배경에는, 두드리고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양극화의 벽 너머에 국정원이 배암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면 당사자들은 알까.
우리사회에서 진심을 말하고 사실을 곧이 곧대로 말하는 건 죄악처럼 여기며 살아야 한다. 그 배경에는 국정원 내지 외눈박이 권력이 버티고 있었던 것. 자기 동족을 만나는 것도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정치적 절차를 통해서 가능한 외눈박이 세상이며, 동족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종북이며 빨갱이로 몰아세운 게 외눈박이를 강요한 국정원이었다. 그러나 그건 일상이 된 지 오래여서 ‘그르려니’ 하며 체념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더 심각하여 체념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인 것. 그 가운데 국정원이 있었다.
그 결과 보통 사람들의 상식 전부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집단에 의해 허물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더더욱 경악스러웠던 건 자기들의 범죄를 숨기고자 행한 추가적인 범죄행위였다. 권력을 잃게 될까 두려워 한 이들이 선택한 건 자기들의 범죄를 목격하고 고발하고 나선 당사자를, 간첩이나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무고하고 나선 것. 갈수록 태산이었다. 국정원과 권력이 합세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었던 것. 자고나면 나타나는 국론분열 현상에 특정 정치세력과 국정원 등이 늘 함께 손 잡고 등장했던 게 불과 이틀 전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살아야 했던 세상의 모습이었다.
사정이 대략 이러했으므로 댓글사건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권력의 축은 국회나 청와대가 아니었다. 국정원이 사실상의 권력자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음지에서 존재 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재빠르게 움직여야 할 국정원이 양지에 나타나 바바리맨처럼 활동하게 된 것. 뉴스와 이슈의 촛점에는 늘 국정원이 구설수에 올랐으며,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국정원은 맨 먼저 도태돼야 할 우리사회의 ‘더러운 키워드’로 남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권력과 결탁한 국정원이 지나친 충성심으로 광분한 결과 권력 맛에 도취되며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지며, 자긍심까지 잃어갈 즈음 국정원은 이른바 ‘걱정원’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게 최근 우리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증거조작 사건에 나타난 국정원의 모습이었다. 문제는 국정원 등이 특정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행한 증거조작 사건이 아니었다. 국정원의 보다 심각한 문제가 증거조작 사건 속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국정원 본래의 모습이 발가벗긴 채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고급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과 바꾸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국정원이, 협조자의 신상 공개는 물론 자기들이 행한 범죄를 덮어버리기 위해 ‘국가와 민족’까지 팔아치우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 세계의 유명한 정보기관들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정보기관 내지 첩보원의 자세가 어떤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세상에 살고있지만 그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그들 자신 밖에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인다.
*포스트 자료사진=구글이미지
예컨데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정보기관 모사드(ha Mossad le Modiinule Tafkidim Meyuhadim)의 모토는 “기만에 의하여 전쟁을 수행한다(By way of deception, thou shalt do war)”고 말할 정도로, 철저히 자기들의 존재를 숨기거나 기만하는 전술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지켜내고 있는 것. 모사드가 남긴 전설같은 일화가 있다. 모사드 비밀공작의 대표적 사례는 아돌프 아이히만 납치공작이었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친위대 장교로 유대인 학살에 깊이 관여했지만, 종전 직후 신분을 감추고 잠적해 전범재판을 회피한 인물이었다. 모사드는 그가 아르헨티나에 산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약 3년 간의 추적 끝에, 1960년 5월 마침내 그를 납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아르헨티나 독립 150주년 축하사절단이 타고 온 비행기로 이스라엘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법정에서 유죄평결을 받고 1962년 5월에 처형되었다. 이 공작은 당시 신생조직이었던 모사드의 역량과 나치즘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었다. 이밖에 72년 뮌헨올림픽에서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육상선수들을 사살한 데 대한 보복암살은 모사드의 대표적인 암살공작으로 꼽힌다. 모사드는 철저히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그림자 보다 더 은밀히 활동하며 전설적인 정보기관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국정원의 위상은 너무도 초라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날이면 날마다 여론의 도마에 올라 바바리맨처럼 홀딱쇼를 벌이고 있으니, 이게 국가정보원인지 국가걱정원인지 개그맨인지 정치꾼 바람잡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야바위꾼인지 도무지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서울시 간첩조작 의혹사건의 증거조작에 나타난 국정원의 모습은 그 흔한 첩보영화 한 편도 보지않은 우리 첩보원의 모습이었다. 첩보원의 정체는 물론 협력자까지 언론에 노출된 희대의 블랙코미디랄까. 국가의 정보기관이 이 지경까지 갈 정도라면 관련 당사자들은 영화에서처럼 독약이 든 앰플을 깨물거나 자결해 국정원의 존재를 외부로 노출시키지 말아야 옳았다. 국정원이 자기 본분을 무시한 가장 위험하고 큰 잘못이었던 것. 그러나 통합신당이 출현해 이런 사실 등을 고발할 때까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히려 국정원의 일탈을 부추기고 있었다. 국정원을 정치에 적절히 이용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량한 시민들을 절망에 빠뜨린 데 일등공신이 정부와 여당이었던 것이며, 가난한 시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목숨을 끊게 만든 외눈박이 세상을 만들고 있었던 게, 국정원의 일탈이자 댓글정부의 비민주 반민족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들은 정작 열어두고 소통해야 할 곳은 닫아두고 불통을 일삼는 대신, 존재 조차 모를 정도로 숨겨두어야 할 국정원을 세상에 노출시킨, 참 희한하고 민망한 일을 서슴치 않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몰랐던 것처럼 생색을 내고 국정원의 못 된 버르장머리를 손 보겠다는 태도는 가관이다. 누가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바꾸었다는 말인가. 국정원을 압수수색 해 봤자 결론은 뻔해 보인다. 지금까지 해 왔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솜방망이 처벌에 흐지부지 하고 말 것이란 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만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일탈이 자기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계수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 보인다.
국정원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없으면 그 어떤 첩보원이라 할지라도 이중간첩이 될 건 불보듯 뻔한 이치. 어느 첩보원이 정통성을 상실한 정부와 맥빠진 나라에 목숨을 걸겠는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 수구보수세력이 만들어낸 괴물이 오늘날 위기에 빠진 국정원의 위상인 셈이다. 사실이 그러하더라도 국정원은 본분을 다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뼈를 깍는 노력으로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 같다. 그래야 보통사람들이 접었던 희망을 다시 펴 볼 수 있을 게 아닌가. 희망의 새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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