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선정적인 포스터들을 비롯해 숱한 명작 영화들의 포스터들과 잡지 삽화들과 책들의 표지를 그린 로버트 E 맥기니스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올드 그리니치에서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버라이어티가 뒤늦게 4일 전했다. 1960년대 주로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비키니를 걸친 여성들을 핀업 걸 스타일로 묘사한 그림들로 널리 알려진 고인의 사망 사실은 레거시 닷컴에 올라왔다. '하이트 보고서'의 저자 시어 하이트를 비롯해 많은 모델들이 '맥기니스여인'으로 알려지게 된 모습을 보여줬다.
고인의 첫 영화 포스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오드리 헵번이 목 주위를 고양이가 감싸고 있는 가운데 긴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아내와 가족 반려묘를 모델로 이용했는데 헵번에 대해선 "당신은 그녀와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아주 완벽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포스터를 그린 제임스 본드 영화는 '썬더볼', '두 번 산다', '여왕 폐하 대작전', '카지노 로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죽느냐 사느냐'로 액션이 넘쳐나는 영화에 도회적인 매력의 스파이에 어필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등장하는 이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가 남긴 그 밖의 유명한 포스터로는 '별난 커플', '레킹 크루'(The Wrecking Crew), '핑크 팬더', '바바렐라', '슬리퍼', 조금 더 최근에는 '인크레더블'이 있다. 고인은 또 서부극 '위스키 전쟁'(The Hallelujah Trail 1965) 타이틀을 직접 디자인했다.
애칭으로 '봅'을 쓴 맥기니스는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자라났다. 한쪽 눈이 대단히 좋지 않았지만 10대 시절에 벌써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견습 일을 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예술 고교에 진학해 광고 일을 했으며 델 출판사 책 표지들을 그렸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와 얼 스탠리 가드너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책 표지를 펄프 스타일로 그렸다.
맥기니스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많은 잡지와 간행물들을 꾸몄다.
유족으로는 자녀 멜린다와 로리, 카일에다 세 손주, 형제인 데이비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