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친구가 하나 있다.
우리는 지금 서로 떨어져 살지만 생각만 해도 내 마음에 뿌듯함과 위로를 주는 친구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이야기하면 그 친구는 항상 그것을 이미 읽었다.
마음에 다가 온 구절을 말하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을 생각해 낸다.
겨울 나그네의 '보리수'를 끄내면 독일어로 '린덴바움'을 읊어 나가기도 한다.
지난 한국 방문 중 잠 못 이루는 나를 빗대며 '이화에 월백하고....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하는 고시조를 생각나게 해주기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황진이의 시조를 이야기 하면, 곧 검색해 보고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곤 한다.
영화에 대한 취향도 너무 같다. 'Before Sunset' 이란 영화를 같이 보면서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친구이다.
두 시간 동안 남녀 둘 만의 대화로 진행되는 영화이나 우리는 그 들의 대화에 푹 빠져서 보고 또 보고 할 수 있다.
남들이 다들 재미있다고들 하는 영화를 둘이 갔다가 같이 중간에 나온 일도 있다.
브람스를 얘기하면 또 끝이 없다. F 샤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시작하여
브람스와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 또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덕수궁 돌담 길을 따라 등교하던 여고 시절을 회상하며 '광화문 연가'를 들어보라 하면서
작곡가에 대한 숨은 스토리도 한 동안 말 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이다.
남자에 대한 취향도 비슷한지(?) 내 남편을 '오라버니'라 하면서 따르고 좋아한다.
그 애는 지난 날의 조그만 인연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좋은 옛 추억의 사람과의 만남도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주었다.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하면서 2 -3 천원 짜리 물건을 사며 그것들의 자질구레한
용도를 생각하며 서로 작은 것에 기뻐할 수 있는 사이이다.
이 곳으로 돌아오고 나서 한 주가 그리도 멀더니 이 친구를
그 곳에 두고 온지도, 또 오손도손 여러 님들을 만나게 된 지도 어느 새 일 년이 지나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곳엔 겨울 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 님들과의 모임에 같이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보고픈 님들의 모습과 이 친구가 유난히 생각나는 하루였다.
(시드니에서 한 시간 정도 가는' Long Jetty'에서 그 친구와 찍은 사진)
첫댓글 나도 이렇게 기억해주는 친구가 있을지... 지란지교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친구가 있어 부럽습니다...잘 계시지요?
지란지교~~~넘 좋은 말이네요.....여러분들 다 보고싶은데 '제네바'가 너무 멀어 못 가는 마음을 친구 생각하며 달래봤어요.........
친구란 참으로 좋은것이지요....^^*
이제 아이들도 제 품을 점점 떠나고 친구가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사랑하는 친구래서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하고 열어봤더니~~~~~~~~ 그 친구는 여자친구를 말함이구나!~~~ (그럼 난 남자?)
여유님도 내가 사랑하는 친구죠....ㅎㅎ 내 마음을 어떻게 아시는지 항상 좋은 음악으로 지 기분을 up시켜주시는 소중한 분....,,.초청장 못 받아서 좀 삐지긴 했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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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맞아요...역시.....내 그림자만 봐도 알아보려나~~~~ 그리고 누구한테 배우지도 않았고 독학도 안했음~~~~~~???
저랑 갑장이신 이화님!!~~친구는 그래서 좋아요^^ 그쵸?..제가 좋아하는 광화문 연가 노래방가면 부르곤하는^^
그래요?? 저는 지보다 많이 어리신 줄로 알았는데......그 친구가 말해줘서 들은 후 좋아하게 된 곡 이지요...작곡가 이영훈씨가 시드니에도 몇 년간 사쎴다네요...저희 교회도 다니시고....많은 좋은 곡들을 쓰셨더군요.....
와~~저도 그런친구 있으면 좋겠네요....아님 제가 그런친구가 되어주던가..(아~~이건 안되겠네.. 아는게 없어서)
마음을 터놓고 무슨 이야기든 서로 들어주고 받아주는 그런사이가 참된 친구 아닐까요?~~~~~
이화월백님 오랜만이네요..... 쪽지도 잘 받았구요... 다음엔 우리 날짜를 맞추어서 한국에 한번 같이 올까요? ^*^
저는 어쩌면 가을에 나갈 기회가 올지도.. ..미국 돌아가서 독재 하에서도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시간들 맘껏 가지세요...제 몫까정~~~~
그런 좋은 친구가 있으시니 부럽기만 하네요~이화월백님도 그친구에게는 역시 소중하겠지만...나도 다른사람들에게 좋은친구가 될수있으려나 반문해봅니다..사진 역시 예술사진이고요. 인물이 너무 멀리있어 현미경으로 보니 두분이 활짝 웃는 모습이 아주 미인이십니다.^*^
친구가 많지않은 이곳에서 종종 내가 짝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요......사진 멋지죠? 그런데 뒷 모습을 찍은 건디~~~~~~ㅎㅎㅎㅎ (물론 미인이 아니란건 아니지만)